박기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지역협력연구실장

[에너지신문] 전 세계의 저탄소 기조에 발맞춰 영국에서도 저탄소 경제(Low carbon economy)를 실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및 에너지효율 향상 등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 및 환경정책의 목표로 화석연료 사용의 감축, 에너지수급의 안정성 제고, 기후변화 대응 등을 설정하고 있으며, 에너지 부문별(산업, 수송, 건물 등)로 다양한 에너지수요관리 및 효율향상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8%(2013년 기준)가 건물 부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영국은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정 부문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증진은 에너지 수요를 감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구의 에너지 비용 축소 및 공중보건과 복지 향상 등의 효과를 낳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건물부문의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일환으로 그린 딜(Green Deal) 정책을 시행했다. 그린 딜 정책은 주택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비를 갖추거나 단열공사 등을 시행했을 때 정부가 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로, 1단계(평가) → 2단계(추천) → 3단계(견적)→ 4단계(설치)로 추진된다.

하지만 영국의 그린 딜 정책은 대출수요의 저조, 국민들의 참여 및 민간투자 저조, 에너지요금의 상승 등으로 인해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돼, 출범 2년 6개월 만에 정부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그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실패로 돌아간 영국의 그린 딜 정책에 대해 영국 정부는 건물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핵심목표와 더불어 그린 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있어서 함께 추진 중인 타 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건물 부문 에너지효율 개선에 대한 국가 정책이 건물 개보수 수요자들에게는 효율 개선에 대한 안정성(security)을 제공해야 했으며, 건물등급제를 통해 건물등급이 에너지 고효율 기준에 이르도록 하는 한편 건물에너지효율에 대한 최저기준(minimum standards) 설정도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영국 정부는 탄소배출 감축목표에 발맞춰 탄소 할당량과 일치하도록 모델링함으로써 건물에너지효율 정책이 타 정책과의 시너지효과가 발생될 수 있도록 설계했어야 하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프랑스의 0% 대출 제도(eco-pret a taux zero)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영국 정부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소유한 건물이 요구되는 수준까지의 에너지효율에 이르도록 하는데 금융적인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에너지효율에 대한 수요 없이는 어떠한 금융지원 제도도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소유한 건물에너지효율을 개선시킬 수요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센티브(건물효율 개선을 완료한 가구들에게 재산세 감면과 같은 추가적인 세제혜택을 제공 등)를 제공했어야 한다는 평가다.

건물 부문의 에너지절감량을 측정하는 측정법(metrics) 또한 개선이 필요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보건과 복지 등의 통합지표도 함께 개발·적용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택 부문에 쓰이는 현재의 측정법(예 : Energy Performance Certificates, EPC)은 건물효율 개선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는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측정법 도입을 통해 다양한 지표와 더불어 보건과 복지 등 다른 지표들과의 연계를 통해 종합적으로 구축하고. 건물부문 효율 개선의 편익을 수요자가 이해하기 쉽고 계산하기 쉽도록 모델링화 하는 방안이 도입됐어야 했다.

정부가 보증제도를 도입해 주택소유자가 에너지효율 개보수에 투자하는 비용을 보증하는 방안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정부가 건물에너지효율 개선 자금을 위한 담보대출의 형태의 추가적인 금융지원제도를 도입해 투자유인을 조성하는 한편 건축물 개보수시장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보증제도 도입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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