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사회심리학의 인지부조화 이론을 설명할 때 간명하게 사용되는 이 구절을 현실사회에서 확인할 때면 당혹감을 넘어 혹독한 참사와 마주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9일 베트남 국영석유기업의 자회사인 PVU와 배관 건전성 검사(ILI) 사업에 대한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 ILI 시장을 석권하고 향후 동남아와 중국 거대시장까지 확장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냈다.

PVU는 Petrovietnam University의 약자다. 가스공사는 유니버시티를 왜 굳이 ‘회사’로 정색하고 소개했을까.

베트남국영석유가스회사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4개 범주로 분류한 산하기관을 공표하고 있다. 그 수가 무려 32개다. PVU 역시 최하단에 과학연구기관으로 포함돼 있긴 하다. 이 32개 기관을 표현한 영문어휘가 ‘SUBSIDIARIES’, 직역하면 ‘자(子)회사’쯤 된다.

회사(會社)와 대학은 구분돼야 온당하다. PVU는 베트남국영석유기업의 투자에 의해 2010년 11월 25일 설립된 대학으로 공식 소개돼 있다.

해외진출 활성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당위(當爲)다. 단, 기술시공력을 갖춰 진출지역의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효율적 방안수립과 실행이 필수적이다. 가스공사가 갖춘 ILI 자체 기술의 베트남 사업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파트너로 대학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베트남국영석유가스회사가 등기자본금을 절반에서 100% 보유한 코퍼레이션도 여럿인데, 왜 하필 대학인가.

가스공사가 ‘에이전시 계약’이라고 밝혔듯 PVU는 베트남 사업 커미션을 거둘 듯하다. 게다가 대학 특성상 기술 교육ㆍ연수 혜택까지 누릴 수도 있겠다. 반면 가스공사는 사업부진에 기술유출로 국부마저 유출된다면. 설마.

‘설마’ 했던 국정농단 사태를 현실로 마주한 작금, 우리는 외환위기 시기에 비견할 만한 혹독한 경기지표와 마주하고 있다. ‘설마’ 했던 미대선은 현실로 결과가 나타났다. 가스공사가 ‘아주 매력적인 시장’으로 야심차게 바라보고 있는 베트남은 최강대국 미국의 트라우마다.

보고 싶은 것(SUBSIDIARIES)만 보고 믿고 싶은 것(자회사)만 믿어서 후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가스공사는 국고가 투입되는 공공기관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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