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창사 30여년의 한국가스공사 역사상 최악의 부패스캔들로 떠들썩하다.

기업들로부터 금품수수 및 골프 등 향응접대를 받은 임직원 22명에 대해 파면(8명), 해임(3명), 정직(8명) 등 중징계가 내려졌다.

클린에너지 기업,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을 지향하는 한국가스공사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본부장급 이상 경영임원 전원은 일괄 보직 사임서를 냈다고 했다.

3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든 가스공사는 전직 경영간부의 자회사 및 출자회사 등에 대한 재임용, 조직을 갉아 먹는 무분별한 투서행위 등으로 이미 조직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기에 천연가스 판매량 급감, 해외자원개발사업 축소 및 민간에 대한 천연가스시장 개방 등 경영환경 또한 위기를 맞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결정판이다. 이러한 시기에 터진 거대 부패스캔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금융, 에너지 등 공기업들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다. 민간기업에 비해 업무강도나 사내경쟁은 덜하며, 준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평균연봉은 거의 억대에 가까운 취업 선호도 최상위 기업들이다. 한국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중징계를 받은 직원들 가운데 본부장급, 팀장급 이상 직원들의 연봉은 억대를 넘고, 웬만한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 복지혜택 또한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돈’으로 술과 골프를 즐겼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어떤 대가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부패의 영어인 코럽션(corruption)은 라틴어에서 온 단어다. 이는 함께(cor)와 파멸하다(rupt)라는 두 가지 뜻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부패’는 즉, ‘공멸’이라는 단어와 일치한다.

부패가 심한 국가는 망하기 일쑤이며, 국가의 부패정도는 곧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부패한 기업은 곧 몰락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구성원이 수천명이나 되는 거대 조직에서도 1%에 불과한 ‘부패 덩어리’가 곧 조직 전체의 공멸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속죄의 의미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중징계라는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는 가스공사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이라도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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