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장

[에너지신문]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는 조선 제26대 임금인 고종의 어차(御車)이다. 1903년 즉위 40주년을 맞아 미국 공사 알렌을 통해 수입했다.

민간인으로서 최초로 자동차를 탄 사람은 3.1운동, 33인 중 한명인 의암 손병희 선생으로 알려져 있다. 동학혁명 실패로 일본에 망명 중이던 1905년부터 도쿄에서 자동차를 타고 다녔고 1918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인 승용차를 소유하게 된다.

이후 자동차산업의 성장과 국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자동차가 급격히 보급되었다. 지난 2000년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수는 약 1200만대에 달했다. 국내에 소개된 지 겨우 1세기 만이다. 2014년에는 2000만대를 돌파해 가구당 자동차 등록대수가 1.09대, 인구 1000명당 등록대수가 399대에 이르렀다. 이제는 어느 집이든 차 한 대쯤은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측면으로 보면 자동차가 주요 오염물질 배출원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수송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은 8830만톤에 달한다. 전체 배출량 6억 9450만톤의 12.7%에 해당한다.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온실가스 감축이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전 세계 196개국이 모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합의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을 감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송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차 보급, 온실가스·연비 기준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타기, 경제속도 유지, 급가속·급제동 하지 않기 등 친환경운전을 통해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런 점에 착안, 2018년부터 ‘자동차 탄소포인트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탄소포인트제는 가정, 상가 등 건물에서 전기·가스·수도 사용량을 줄였을 경우 절감 실적에 따라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이를 자동차로 확대해 운전자가 전년보다 주행거리를 단축하거나 친환경운전을 했을 경우에도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선 내년에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참여대상은 비사업용 승용·승합차량 운전자이며 이달 1일부터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탄소포인트제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2000명을 모집하고 있다. 참여자는 운행정보 수집방식에 따라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OBD) 방식, 사진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참여할 수 있고 주행거리 단축 또는 친환경운전 실적에 따라 연간 최대 1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어디든 갈 수 있고 많은 양의 물건도 쉽게 옮길 수 있다. 연인과 경치 좋은 도로를 달리면서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연료 연소로 인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교통사고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기도 한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편에 나오는 불균수약(不龜手藥)이라는 고사가 있다.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약이라는 뜻으로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제 자동차는 현대사회의 생활필수품이다. 자동차가 오염물질 배출원으로서의 오명을 쓸 것인지, 진정한 문명의 이기(利器)로 자리잡을 지는 운전자에게 달렸다. 친환경운전을 생활화해 우리의 건강도 지키고 지구도 살리는 일에 동참하면서 경제적 혜택도 누려보길 기대해본다.

※본 칼럼은 2016년 12월 5일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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