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미디어 메시지 수사(修辭)는 때론 실재(實在)를 대체하는 그 어떤 시뮬라크르를 미혹적으로 인식하도록 부추긴다.

정부는 6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7% 감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관련부처 합동 브리핑 당시와 동일한 국내 25.7%, 국외 11.3%로 각각 감축률을 분배했다.

특히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이라는 표현과 함께 국내 산업은 부문BAU 대비 11.7% 감축률을 제시했다. 이 감축률은 2014년안의 2020년 18.5%보다 6.8%포인트 줄어든 분담량이다.

당시보다 기간은 10년, 전체 분량은 7%포인트 늘어난 것까지 고려해 이번 로드맵의 산업 부문은 부담이 상당히 줄어든 듯 인지될 만하겠다. 또 2030년 목표 달성의 핵심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 활용을 재차 명시했다. 인센티브 등을 제시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활동에 참여토록 유도한다는 정책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배출권거래제는 산업부문 경제활동에 가장 직접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으로 어느 정도 검증돼있다. 의무감축 수준이 높아질수록 생산량과 투자는 더욱 감소한다는 논지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가 큰 업종 위주의 제조업으로 산업구조가 편성돼 온실가스 의무감축 참여는 곧 경제적 부담으로 귀결된다.

이에 산업감축률을 일견 줄여준 것은 생산량과 투자 위축을 완화시켜 GDP 손실폭을 줄이는 정책적 묘수처럼 자칫 판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시대 흐름에서 10여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의 밀도는 정책전망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불확실성의 극치를 향한다. 실제 지난해 6월 당시 감축 시나리오안은 GDP, 인구, 가구, 두바이유가 등의 추세를 전제조건으로 계획치를 도출하고 있다. 국정농단은, 탄핵정국은, 디플레이션 위기는,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스런 이 모두는 장기 전망에 전제될 수 없는 예측불가의 실재다.

이번 로드맵은 엠바고가 풀린 후 쏟아지듯 미디어 전파가 이뤄지며 ‘체계적’, ‘국가경제감안’, ‘확정’과 같은 수사법으로 인식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렇지만 2020년으로 유보해 놓은 국외 감축률 11.3%는 현 단계 우리 경제계획이 향후 전복되는 것도 가능한 미지의 영역이다.

미디어 메시지 수사로 포장된 이번 계획 로드맵은 실제로 스펙터클의 사회 속 우리의 삶을 전혀 확정하지 못한다. 그저 실재를 대체하는 미혹적 시뮬라크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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