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울산석유화학단지서 사업재편 이행현황 논의

[에너지신문] 정부가 석유화학 TPA 제조업계에 대한 사업재편 압박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23일 울산석유화학단지를 찾아 임종훈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 홍현민 태광산업 대표이사, 이종규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장(전무), 서영수 효성 울산공장장(전무) 등과 간담회를 갖고 TPA 사업재편 이행현황을 논의했다.

이는 이틀 전인 21일 석유화학 업계 1위 기업 LG화학의 사업재편 계획 기활법 승인으로 동종 업계에 사업재편 시그널을 보낸 데 이어 공급과잉 품목으로 구조조정 타깃이 된 TPA업계를 강도 높게 압박하는 정책행보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지난 9월 30일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강화방안’의 후속조치 점검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석유화학단지인 울산지역에서 이행 현황을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TPA사업재편 현황과 EU의 반덤핑 조사 대응 등에 대해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특히 최근 중국 등 일부 수요 증가와 유가 상승으로 인해 TPA 마진이 소폭 증가한 것은 일시적인 효과이므로 사업재편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업계는 최근 TPA 가격 강세는 내달 28일 중국의 춘절 등 계절적 수요와 올 겨울 라니냐 발생으로 인한 면화 가격 상승 전망 등으로 인해 중국의 폴리에스터 공장 가동률이 전년 대비 10%p 이상 증가(70→83%)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현재 업계는 사업재편을 위해 인수합병(M&A), 설비 폐쇄 또는 해외 이전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적정시점에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업계는 연간 수출액 5억달러 이상(국내 생산량의 17%, 수출량의 35%)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 EU에서 지난 8월 반덤핑 조사가 개시된 상황을 전했다. 만일 고율의 반덤핑 마진이 부과될 경우 사업재편의 적정 시점을 놓치고 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므로 정부 차원에서도 통상채널을 활용해 반덤핑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 최근 PX (TPA 원료) 및 TPA 가격 변화 】 

구분

1월

11.25

증가폭

상승률

PX(불/톤)

718

797

79

11.0%

TPA원가(PX의 2/3, 불/톤)

481

534

53

11.0%

TPA가격(불/톤)

567

621

54

9.5%

마진(TPA 가격-원가, 불/톤)

86

87

1

1.2%

※ TPA 가격 증가분(54불/톤)이 원가(53불/톤)보다 높아 소폭의 마진 발생
* TPA 원가에 PX 원가의 2/3만 반영되어 증가폭은 TPA가 높게 발생

산업부는 TPA 반덤핑 조사 건에 대해 지난 16일 브뤼셀에서 개최된 한ㆍEU 무역위원회에서 주형환 장관이 우리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였다는 점을 설명했다. 최근 거세지고 있는 반덤핑 등 국제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사업재편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M&Aㆍ설비폐쇄ㆍ해외이전 등 다각적 방안 검토

이날 TPA 업계 간담회에 앞서 안상진 산단공 울산지역본부장, 제갈종권 한국화학연구원 울산본부장, ㈜한주, 대한유화,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수요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지상 배관망 구축사업 추진상황 점검회의가 개최됐다.

울산시와 한국화학연구원은 1969년 완공된 울산석유화학단지를 새로운 고부가 화학단지로 만들기 위한 Post-RUPI 사업을 소개하면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배관망 등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며, 지상배관망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산단공은 여수 석유화학단지에서 성공적으로 지상배관망을 구축한 사례를 소개하고, 울산에서도 지상배관망 구축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연구용역 기간은 지난달인 올 11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이며 총 3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감안할 때, 근거리부터 시작해 산업단지 전체로 확대하는 단계적 사업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용역을 통해 업체의 정확한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비와 수익성을 분석해 많은 수요업체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주, 롯데케미칼 등 울산지역 주요 업체들은 지상배관망 구축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업체 간 이견 조율, 각종 인허가 등에 산업부와 울산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부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집적화된 단지에서 전후방 산업이 배관망으로 효과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 사업이 적기에 추진되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제성과 효율성만이 아니라 안전성까지 확보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 업계 간 긴밀한 협업과 치밀한 사전준비를 통해 지상배관망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 지상배관망 사업 효과적 추진 당부

이번 울산석유화학단지 방문 계기에 SK종합화학과 사우디 SABIC이 공동으로 설립한 외투기업인 SSNC에 대한 방문이 이뤄졌다.

도경환 실장은 기술과 자본․영업망이라는 양국 기업의 장점을 결합한 성공적인 합작모델을 높게 평가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김길래 SSNC 한국법인 대표는 한국의 SK종합화학이 기술을 제공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SABIC이 자본과 영업망을 제공하는 합작 형식으로 SSNC가 설립됐으며 지난해 10월 울산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내년에는 사우디에 제2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SSNC에서 생산하는 넥슬렌은 고성능 폴리에틸렌 제품으로 범용 폴리에틸렌에 비해 내충격성, 위생성, 가공성이 좋아 고부가 필름과 자동차․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되며, 매년 시장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도 실장은 우리 석유화학산업은 지금과 같은 범용 중심에서 벗어나 넥슬렌과 같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석유화학경쟁력강화방안’에 따라 내년에 미래 주력산업 소재와 고기능 화학소재, 친환경 소재 등 핵심소재 개발 27개 과제에 352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대산지역을 첨단정밀화학산업단지로 조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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