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역할과 의미는?

독립적 원자력기술 연구기관 ‘주목’
국내 최고의 원자력 권위자들 참여

[에너지신문] 지난해 11월 독립적 원자력기술정책 연구기관을 표방한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가 본격 출범했다. 대학을 중심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 산업계 등 원자력 각 분야의 최정상급 전문가들이 총망라돼 원자력의 신뢰증진과 미래를 선도하는 독자적 기술정책 연구와 활동을 공개 선언하고 나선 것.

원자력정책센터는 경주 지진 이후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 다수호기 밀집,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등 민감한 원자력 이슈들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술정책 연구를 추진할 것을 선언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 지난해 11월 원자력정책센터는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안전성 향상과 사용후핵연료의 효과적인 처리처분을 위한 기술적 대안을 연구,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신뢰를 증진하는 활동을 펼침으로써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센터 출범의 취지를 설명했다.

원자력정책센터 출범은 원자력을 둘러싼 각종 현안을 놓고 기술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술정책 연구 및 활동을 통해 규제자나 운영자 측면에서 모두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동시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실행에 옮겨나가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원자력정책센터는 올해부터 △지속가능한 원자력 발전을 위해 포괄적이며 장기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원자력 싱크탱크 △원자력 산업 기술 현안에 체계적으로 대처하며 그 해결을 주도하는 원자력계 구심점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원자력 지식정보의 제공처 등을 목표로 원자력 기술정책 연구와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센터는 이런 목표에 따라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한 설비, 조직, 운영 개선을 비롯해 규제 제도 및 체계의 합리화를 위한 안전·규제 분야의 연구와 활동을 본격 진행한다. 또 후행핵주기 부문에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및 영구처분, 핵변환 소멸처리 등과 관련된 다각적 사안을 연구한다.

안전한 원자력 이용을 위한 단기적 원자력 산업 기반 안정화 정책과 장기적 미래기술 개발 정책을 논의할 미래·기반 연구와 활동도 주요 과제다.

원자력 기술정책 전문가 연구와 포럼 활동을 위한 원자력정책센터에는 주한규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부산대 기계공학부,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조선대 원자력공학과와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등 원자력 전공 교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전력기술,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주)미래와도전 등 원자력 관련 공공기관과 산업계 전문가들도 합류한다.

특히 원자력 각 분야의 연구계, 산업계, 학계의 고급 전문가로 원자력 전문가 포럼을 구성, 원자력 문제 해결과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전문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센터는 또 개방형 원자력 지식정보사이트(http://atomic.snu.ac.kr)를 구축해 원자력 관련 지식 정보를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축적함과 아울러 등록된 사용자가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위키피디아(Wikipedia) 방식으로 운영함으로써 쌍방향 소통에도 적극 나선다.

무엇보다 원자력정책센터는 사안별로 다를 수 있는 원자력 각 기관의 어느 한쪽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사실에 입각한 자율적·독립적 입장을 최우선으로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먼저 언론이나 지식 엘리트에게 올바른 지식을 정리해 전달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원자력정책센터의 관계자는 “안심할 수 있는 원전 운영과 안전규제 체제,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 등 원자력 현안에 해법을 제시할 기술정책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겠다”며 “편향되지 않고 사실에 입각해 원자력 실상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고 관계 당국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장
“잘못 알려진 것들 바로 잡겠다”

영화에서 표현된 원전은 실제와 달라
반대 목소리 충분히 경청, 전달할 것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반발 심리는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된 정보의 영향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원자력정책센터는 이를 바로잡아 올바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대로 알리겠다”

원자력정책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은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안전성 문제를 포함한 원전의 주요 이슈들 중 상당 부분이 왜곡·확대 해석된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판도라’를 관람했다는 주 교수는 “영화에서 표현된 원전 안전성 문제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왜곡되고 과장된 사실들을 바로잡는 것이 원자력정책센터의 주요 설립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부분들이 마치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식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주 교수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를 이끌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주 교수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출범 계기가 원자력 불신에 대한 신뢰 확보와 이를 위한 안전성 증진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특히 주한규 교수는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시민단체 등 원자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출범식에서는 이헌석 사회정의행동 대표 등을 초청해 반대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의견들도 충분히 수렴해야 중립성·객관성을 갖출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근거 없는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센터는 반대 목소리를 취합해 정부와 원전 개발 및 운영자에게 정확히 전달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위험이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 있고, 한수원은 원전비리 사건 이후 비도덕적 집단으로 낙인이 찍힌 상황이다. 정부와 관계기관들이 아무리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안전함을 강조해도 이를 믿지 않으려한다. 원전을 반대하는 이들과의 충분한 소통 및 교류를 통해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주 교수에 따르면 센터는 올해 원자력 설비 및 기기에 대한 안전성 점검을 비롯, 이슈가 되고 있는 경주 지진과 원전의 상관관계를 ‘내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특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다수호기 밀집 문제의 경우 전문가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또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해서는 영구처분 부지 선정을 위한 입법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상생 방안도 모색한다.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약점인 간헐성을 소형원전으로 보강하는 방안 등을 집중 연구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주 교수는 “센터의 연구비용을 한수원이 출연했기 때문에 중립성을 의심받을까 우려된다”면서도 “국내 최고의 원자력 권위자들이 모인 만큼 전문성을 발휘해 편견을 없애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연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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