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근욱 옥스퍼드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원, 채텀하우스 에너지ㆍ환경 자원부문 비상임연구위원

[에너지신문]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는 불확실성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가 세계 경제와 에너지 산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로 세계적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백근욱 연구원의 특별논단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주는 에너지 산업의 영향과 미래를 4주간에 걸쳐 조망해 본다.

 

미국, 대중국 러시아 카드 활용 본격화

미국, 2020년 세계 3대 LNG 생산국 될 듯
러시아 변수로 미국 가동률 40% 머물 수도

▲ 백근욱

옥스퍼드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원

채텀하우스 에너지ㆍ환경 자원부문 비상임연구위원

◆파나마운하 확장과 미국의 대아시아 LNG 수출증대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 EIA) 웹사이트는 새롭게 확장된 파나마운하(Panama Canal)가 최대 39bcf LNG 수송 용량을 바탕으로 현 국제 LNG 탱커의 90%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파나마운하 확장 전에는, 최대 0.7bcf의 용량을 보유한 가장 작은 LNG 탱커 30척(현 국제 선단의 6%)만 운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확장은 미국 멕시코만 연안인 걸프만(Gulf Coast)에서부터 아시아 주요 시장까지의 수송 시간과 LNG 선박 운송 비용을 줄이고, 과거 지역화된 LNG 시장에 추가 진입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LNG 무역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일본, 한국, 중국, 타이완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 4개국의 집합은 국제 LNG 수입의 2/3 가량을 차지한다.

파나마운하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따라 흩어져있는 수출공장과 아시아 사이의 기존 1만 6000마일의 거리를 9000 마일(1만 4484km)로 좁혀 미국의 생산자들로 하여금 세계에서 가장 큰 가스소비시장 중 하나에서 보다 나은 경쟁을 하도록 한다.

미국 걸프만에서 파마나 운하를 통과하여 일본에 이르는 수송 과정의 항해 시간은 아프리카 남부지역 인근으로의 34일 간의 항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 걸리는 31일보다 빨라져 20일 가량으로 단축된다. 이러한 수송시간 절감에 더하여, 파나마운하 이용은 수송비용 또한 감소시킨다.

파나마운하 관리청(The Panama Canal Authority)은 LNG 선박에 새로운 요금구조를 제시하여 운하를 통과하는 추가적인 LNG 수송, 특히 왕복수송을 장려하고자 한다. 평균 3.5bcf의 LNG 선박에 대한 파나마운하 통과비용은 왕복항해인 경우 백만영국열량단위(mmbtu)당 0.20달러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아시아 북부지역국가들에 이르는 왕복항해 비용의 약9~12% 정도를 나타낸다.

IHS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걸프만에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해 아시아 북부지역까지 운항되는 선박들에 대한 왕복항해 비용은 1mmbtu당 0.30달러에서 0.80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수에즈운하 통과비용 보다도 낮고 아프리카 남부지역 끝까지 운항하는 비용보다도 1mmbtu당 0.20달러에서 0.70달러 가량 낮은 가격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과 LNG 수출카드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성 아시아-태평양지역 차관보를 역임한 컬트 캠벨(Kurt Campbell)은 2013년 채텀하우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국정부는 외교정책의 주요 요소들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변경하고 해당지역이 아닌 다른 많은 파트너국가들에게도 같은 정책을 취할 것을 독려하는 거대한 국가프로젝트의 초기단계에 있었다. ‘전략적 중심축(strategic pivot)’ 혹은 재균형으로 알려진 이러한 정책은 8년 전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21세기 정치, 경제 및 역사에서 가장 큰 몫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쓰였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지정학적 역학관계의 전환과 자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위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보다 강화된 외교, 경제, 개발, 개인 및 안보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에너지외교는 태평양지역 국가들 사이 경제정책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 역학관계는 공급과 수요의 지리적 차원뿐 아니라, 국제에너지믹스 차원에서 급변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비전통가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증대 등은 지정학적에너지 공간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이 거대 에너지 자급국가에서 수출국가로 변화하면서 에너지 외교는 에너지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효과적인 도구는 대규모 미국산 LNG를 아시아 가스 수요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미국 LNG의 대 아시아 수출카드의 시발점은 2001년 셰니에르 에너지(Cheniere Energy)가 발표한 12억달러 투자를 토대로 한 루이지애나(Louisiana) 지역 내 4개의 LNG 수입터미널 건설 계획이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8년 4월 사빈패스(Sabine Pass) LNG 수입시설 개시와 함께 소키(Souki) 회장과 셰니에르의 비전은 현실이 됐다.

그러나 2001년과 2008년 사이, 미국 천연가스 관련 예측은 가스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셰니에르는 10년 전 계획했던 바와 완전히 반대되는 LNG 수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0년 9월, 셰니에르는 미국 에너지부(The US Department of Energy)에 LNG 수출 허가를 신청한 첫 번째 기업이었다. 2011년 말경 소키 회장은 지금은 쉘이 소유하고 있는, 당시 BG 그룹에 20여년간 80억 달러의 LNG를 판매하는 계약이 체결되도록 애썼다.

2020년까지 미국은 호주와 카타르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LNG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액화 용량의 4.0bcf/d 이상을 아시아 시장과 20년 장기계약을 맺고 있으며, 그 중 3.2bcf/d는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와 계약돼 있다.

모든 계약된 물량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 에너지정보청 분석에 따르면 운하를 통과하는 LNG 선박은 2021년까지 연간 550척 이상이거나, 하루에 1~2척의 선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對)중국 러시아 카드와 그 이해상충 변수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과 중국간 패권다툼이 격화될 듯하다. 트럼프가 미국 메이저사인 엑손모빌의 회장 렉스 틸러슨의 국무장관 지명을 관철시켜 미국의 대중국 러시아 카드 활용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선 당장은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해상충의 변수가 생각 외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한편으로는 엑손에 러시아 북극지역 상류부문 투자 관련 호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실제적으로 와해시킬 수는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시장으로의 가스수출과 관련해 미국과의 경쟁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러시아의 관점에서 미국의 아시아 시장으로의 LNG 공급은 러시아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 매우 큰 위협이었으며, 결과적으로 크레믈린으로서는 중국과의 거대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계약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일 러시아가 보다 높은 가격을 지지하고 유럽에서의 시장 지분을 놓으려 한다면, 미국의 LNG 수출 용량은 75%에 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셰일오일에 대해 했던 것처럼 러시아가 시장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출 경우 미국의 가동률은 40%에 머물 수 있다. 러시아는 내수가 감소하고 아시아에 대한 LNG 프로젝트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상으로 유럽을 필요로 한다.

유럽연합(The European Union)은 가즈프롬 가스 판매의 약 80%를 차지한다. 2013년에서 2015년까지 가즈프롬의 보고에 따르면 평균 가스 생산 비용은 2013년 1MMBtu당 1.2달러에서 1MMBtu당 0.84달러로 떨어졌으며, 가즈프롬은 미국 LNG 전망을 저지하기 위해 저렴한 가스로 유럽에 들어가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포화상태의 유럽 가스시장은 러시아의 가스 수출시장 확장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무역전쟁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에서 “트럼프의 나바로 지명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겠다는 신호”라며 “나바로는 대만에는 우호적인 인물로 많은 중국인은 그를 반(反)중국 학자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중 강경파인 나바로 교수가 미국 통상정책의 ‘황제’로 등극할 것으로 예고된 날 그의 지휘를 받게 될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를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 업체로 분류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간판기업을 5년 만에 블랙리스트에 다시 올렸다.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은 중국의 경제보복 카드로 보유 중인 미국채를 매각하거나 애플의 아이폰과 보잉사 항공기 구매제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급)은 최근 공개포럼에서 “중국과 미국간 무역전쟁이 발발해 양패구상(兩敗俱傷, 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9월 발표한 미-중 무역전쟁 시나리오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인용했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것은 중국의 3대 국영석유회사(중국석유 CNPC, 중국석화 SINOPEC, 중국해양석유총공사 CNOOC)들은 미국 LNG 수입을 거절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 LNG의 대아시아 수출증대에 있어 크나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며, 자연히 유럽시장에서의 러시아 가스(파이프라인과 LNG) 수출과 미국의 수출 경쟁을 강화시켜 궁극적으로 가격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 비록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2014년 6월 정점을 친 3.99트릴리언(trillion) 달러에서 2016년 11월 3.05트릴리언 달러까지 내려와 화폐전쟁에 대해 예전보단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겠으나, 천문학적인 부채규모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달러주도 세상을 영위하고 있는 미국의 독주세대는 달러의 비중이 크게 타격 받는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때라는 것이다.

중국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달러의 결제비중 약화에 베팅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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