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근욱 옥스퍼드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원, 채텀하우스 에너지ㆍ환경 자원부문 비상임연구위원

[에너지신문]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는 불확실성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가 세계 경제와 에너지 산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로 세계적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백근욱 연구원의 특별논단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주는 에너지 산업의 영향과 미래를 4주간에 걸쳐 조망해 본다.

통일된 한반도의 장기 이익을 위한 선택은?
 

트럼프 북핵해법, “중국 때려 북한 압박”
통일 한반도 진정한 의미의 중간자 돼야

 

채텀하우스 에너지ㆍ환경 자원부문 비상임연구위원

세계 최강대국들이 자국 이익 중심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동맹이란 개념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최강대국들 간에 샌드위치가 되어 있는 한반도의 장래를 미국이익 우선을 노래 부르는 트럼프 정부에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통일된 한반도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차기 정부는 제대로 분석 평가하고, 심각하게 한국의 장래이익을 염두에 둔 대안들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 1월 1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감단계라고 밝히자마자, 2일(현지시각) 당시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북핵 해법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하면 트럼프의 해법은 “중국을 때려 북한을 압박한다”로 요약된다.

중국을 때리든 설득하든,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미국이 생각하지 못하는 카드를 차기정부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들 중 하나를 끝맺음하는 화두로 던져보고자 한다. 차기정부 대외정책의 중요 아젠다 중 하나는 분명히 북한의 핵개발완료 저지와 한반도의 통일문제이다.

어떠한 상황 아래서도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도움 없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반드시 차기정부는 중국에 최소한의 신뢰를 가져다 줄 이니셔티브를 미리 제시해야 한다.

2016년 미국 LNG 수출이 시작됐고, 올해 러시아의 북극동토에 토대를 둔 야말 LNG 수출이 시작될 예정이다.

중-러 가스협력에 토대를 둔 파워 오브 시베리아(Power of Siberia) 가스수출이 동시베리아로부터 중국 발해만 지역으로 2020~2021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기 전에 오랫동안 논의돼 온 산동반도와 경기도를 잇는 황해 해저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 한반도와 중국발해만 지역을 잇는 원형 가스파이프라인 건설의 첫번째 단계 작업이 완료된다. 이 경우 북극과 동시베리아로부터 중국에 공급되는 LNG와 파이프라인 가스를 한국과 중국이 스왑형태나 협력형태로 활용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와 관련, 이미 지난 2012년 봄 중국석유회장이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제안을 했었지만,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한국의 뒤늦은 화답은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2016년 4월 1일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이뤄졌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승훈 사장은 “가스공사가 해외 가스전 개발 등에서 세계적 기업이 될 때까지는 국내 독점권이 유지돼야 한다”며 “이후에는 가스공사를 국내와 해외 부문으로 나눠 해외 부문은 민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한국과 중국 간 서해 해저(海底)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2016년 3월 중국 국영가스회사 CNPC 사장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ㆍ중 양국이)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주고받게 되면 가스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도입단가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서해 가스 파이프라인이 부설되면 한국은 ‘에너지 고도(孤島)’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는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더구나 북한에 가로막혀 러시아나 중국 등 대륙을 통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막혀있다”고 언급하며 “한ㆍ중 간 파이프라인이 연결되면 한국이 가스가 넘쳐날 때 중국에 수출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엔 중국으로부터 도입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지금까지는 ‘가스가격을 낮춰 달라'고 하면 중동 산유국들이 ‘공급을 끊겠다'고 위협할 수 있었지만, 파이프라인이 부설되면 이런 협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가스공사의 화답논리는 한ㆍ중 해저파이프라인의 경제적 입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문제와 연관지어 이야기 하자면, 한·중 해저파이프라인 건설은 한ㆍ중ㆍ러 파이프라인 협력의 문을 열어 전통적 한ㆍ미ㆍ일 안보동맹에 더해 한ㆍ중ㆍ러 파이프라인 내지 에너지협력 동맹의 시대를 열어 한국으로 하여금 통일된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중간자적 입장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차기정부가 동전의 뒷면을 바라보는 혜안으로 이 화두를 받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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