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출, 대의적 측면에서 환영”

태양광산업의 근원인 폴리실리콘은 일반적인 원재료산업과 달리 정밀한 기술력과 거대한 자본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이다.

폴리실리콘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OCI다. 2006년 폴리실리콘사업에 진출, 2008년 첫 상업생산에 돌입해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Top Tier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본지는 OCI 폴리실리콘 사업의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는 임민규 신재생에너지 사업본부장(부사장)을 만나 태양광산업과 OCI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태양광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대한 OCI의 입장은.

당연한 말이지만 OCI도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체로 볼 때 아직까지 태양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습니다.

때문에 굴지의 대기업들도 태양광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폴리실리콘 등 여러가지 사업들을 진지하게 검토했을 것입니다.

태양광과 같은 신규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 대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희 OCI와 같은 원료공급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판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OCI는 생산물량의 80%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수출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시장이 협소한 것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거래선이 성장해야 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진출해 국내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은 OCI로서는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물론 이들이 최근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선언해 경쟁관계가 되겠지만 기업이 아닌 국가적으로 볼 때 원가경쟁력, 기술 등 우리나라의 태양광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대의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국내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상호간에 win-win할 수 있는 여건이 뒷받침돼야 하겠지요.

●세계적으로 폴리실리콘의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만, 중동 등에서도 신규 업체들이 폴리실리콘사업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Capacity 면에서 볼 때 수요 대비 전체물량은 공급과잉이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과잉문제는 전체적인 것이고, 고순도 폴리실리콘( 9 Nine 급 이상)은 사정이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폴리실리콘은 다 같은 것이 아니라 품질에 따라 고객 수요와 가격 수준에 차이가 큽니다.

OCI, 헴록, 바커와 같은 글로벌 톱 티어 기업들은 품질, 기술력의 우위가 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돼 있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 대만 기업이나 한국 신생업체들의 경우 시장에서 아직 품질이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세계 태양광시장은 고효율 태양전지가 트랜드를 이루고 있습니다. 당연히 효율이 높아야 적은 면적에서 높은 발전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품질이 우수한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써야 고효율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최근 수요가 급증한데 반해 공급 물량이 매우 타이트한 편입니다.

2015년까지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수요(모듈설치량)대비 약 5만톤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지금 제기되고 있는 공급과잉 문제는 전체 시장측면에서 보면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겠지만,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품의 판매측면에서는 안정적이라고 볼수가 있겠습니다.

●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은.

OCI는 올해 약 15%의 글로벌 마켓쉐어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약 20~25 %의 마켓쉐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3대 리더쉽’을 설정하고 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테크놀로지 리더쉽’ 입니다. 품질개선, 공정개선 등 생산라인의 전반적 개선을 통해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차질없이 생산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코스트 리더쉽’으로, 원가절감을 위한 리더쉽의 발휘입니다. 마지막은 ‘마켓 리더쉽’ 입니다. OCI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시장의 20~25%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마켓쉐어 확보를 예로 들면, 미국의 헴록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기 시작한지 무려 50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OCI는 사업에 참여한지 5년 만에 헴록과 비슷한 위치로 성장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OCI는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케미컬 회사입니다. 태양전지가 반도체와 유사한 공정을 가지듯이 폴리실리콘 제조, 생산은 케미컬 회사의 기술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OCI 외에도 헴록, 바커, 도쿠야마 등 폴리실리콘 선두 기업들은 모두 케미컬 회사들입니다. 저희가 폴리실리콘분야에서 자부심을 갖는 것은 지난 50년 동안의 오랜 케미컬 노하우가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OCI는 국내 태양광 대표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공익사업에 많은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대표적으로 ‘솔라스쿨(Solar School)’ 프로젝트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어린 학생들에게 태양광에너지의 필요성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까지 100억원을 투입, 전국 300개 초등학교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입니다.

최근 강화군 내가초등학교에서 열린 첫 준공식에서 이수영 회장님께서는 어린이들이 태양광발전시설을 통해 직접 전기가 생산되는 것을 보고 자라서 ‘폴리실리콘 없이 태양광 전기를 만들어낼 수 없을까?’라고 고민하는 과학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생활속에서 태양광발전을 접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친환경 전력을 사용함으로서 일반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수 있도록 OCI는 향후 이러한 공익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수직계열화 계획이 있는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OCI는 전분야 수직계열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셀, 모듈 제조기업의 경우 원가절감을 위해 수직계열화가 필요하겠지만 OCI와 같은 원재료기업은 굳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까지 그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벨류체인 상 가장 아래에 위치한 발전사업은 가장 상위에 속한 폴리실리콘사업에 있어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본부내 신규사업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OCI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지는 않지만 태양광산업 벨류체인의 특성상 업스트립과 다운스트림 모두를 꿰뚫고 있어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태양광발전사업 회사인 코너스톤을 인수해 북미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중국 태양광 시장에 대한 견해는.

현재 OCI의 가장 큰 거래처는 중국과 대만입니다. 특히 중국에는 썬텍, 잉리, JA, 트리나 등 굵직한 장기공급 거래선 7~8곳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셀, 모듈 등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만 폴리실리콘분야에서는 아직 경계할 만한 수준은 되지 않습니다.

현재 중국의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약 50여개에 달하지만 이 중 1만 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은 2개 뿐입니다. 정부 당국의 지원에 의존한 나머지 경쟁력이 결여된 업체들이 난무하게 된 것이지요.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폴리실리콘 기업 규제안은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난립을 방지하고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결론은 폴리실리콘 분야만 놓고 보면 중국은 기술, 생산규모, 품질, 가격경쟁력 등 모든 면에서 아직 OCI에 대항할 만한 경쟁사가 없습니다.

●향후 세계 태양광 시장의 흐름은.

중국과 대만이 태양광 셀 부문에서 전세계 7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세계 태양전지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의 제조기업들도 앞다투어 동남아 등지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유럽 현지에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미국과 유럽의 경우 향후 10년 내 태양광 벨류체인 상 제조업체 대부분이 아시아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최대 수요처였던 유럽을 대신해 미국, 중국, 인도가 강력한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일본, 동남아 등도 수요가 급격히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앞으로 제조업은 물론 발전분야에서도 세계 태양광 시장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아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분야의 전망이 더욱 밝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시장에 대해.

모든 산업이 그렇겠지만 그 분야에서 선두가 되려면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국의 태양광산업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가장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지원규모를 떠나 스피드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차별성만을 내세우며 느리게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이 아무리 앞서 봤자 결국 기술력으로 금방 따라잡을 수 있으니 시장 상황을 보며 천천히 진입한다는 계산이었겠지요.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적어도 셀과 모듈 부문에서 우리가 중국을 넘기는 굉장히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만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철저한 시장 분석만큼 스피디한 결단력이 중요합니다.

또한 유럽 등 선진국에서 태양광산업은 이미 금융상품화가 되고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소 자체가 금융자산의 개념이 된 것이죠.

우리나라도 정부가 주도해 금융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프로젝트파이넨싱(PF)도 해외시장과 같이 금융상품화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국 태양광산업의 문제점은 내수시장이 너무 작아 수출산업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내수기반이 없는 산업은 수출로 아무리 호항을 누려도 안정화가 될 수 없습니다. RPS가 시행되긴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정부 지원 등 여러가지 보완책이 뒤따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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