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에너지신문] 예전에는 펌프로 물을 사용했다. 그 물을 퍼 올리기 위해 한바가지의 물을 먼저 펌프에 붓고 열심히 펌프질을 했다. 펌프 손잡이의 가벼움이 묵직함으로 변하면 깊숙이 있던 우물물이 솟구쳐 쏟아져 나왔다. 이처럼 펌프에 먼저 한바가지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했다. 그리고 철철철 쏟아져 나오는 물을 대통물이라 했다.

풍수해보험은 마치 마중물과 같다. 풍수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 충분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저렴한 보험료의 풍수해보험에 먼저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12 지진 이후 마중물 같은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건수가 올해 2월 15일까지 10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풍수해보험 가입 평균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주택은 31%, 온실(면적)은 327% 증가했다.

이와 같은 경주 지진 이후 풍수해보험 가입의 높은 증가율은 크게 세 가지로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그동안 풍수해보험은 지자체가 주민을 권유해 가입하는 풍수해보험 상품Ⅱ(주택/ 시군구가 단체보험계약자가 되고 다수의 주민이 피보험자가 되어 하나의 계약으로 가입하는 단체보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개인별로 가입하는 상품Ⅰ(주택, 온실)이 1만 1364건으로 전년 동기(2015년 9월~2017년 1월) 654건에 비해 1만 710건이 증가했다.

이는 주민들이 9.12 지진과 태풍 ‘차바’를 겪으면서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주민 스스로 재해를 대비할 뿐 아니라 마중물 같은 효과가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는 시도 및 시군구가 풍수해보험의 보험료를 지방비로 추가 지원한 것이다. 지방비를 지원하지 않던 경주시 등 34개 시군구에서는 9.12지진 이후 주민부담분 보험료의 34%까지 지원을 결정했다. 또한 지방비 지원율이 평균 18%이던 수원시 등 19개 시군구는 평균 45%까지 지원율을 상향하기로 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주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풍수해보험의 가입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셋째는 민영 지진보험 대비 풍수해보험의 상품 우수성에 있다고 본다. 풍수해보험은 총 보험료의 55~92%를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개인의 보험료 부담이 매우 적다.

또한 사전에 보상항목을 정하고 사고 발생 시 약정된 금액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정액보상형이라는 것도 가입증가에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경주지역은 월성원전을 비롯해 인근 고리원전 등 원전이 밀집해 있으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도 들어서 있어 9.12 지진 당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컸다. 여기에 지진으로 가옥, 자동차 파손 등의 재산피해까지 겹치며 시름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주민들은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9.12 지진과 10월 태풍으로 풍수해보험의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이 857건에 79억 6500만원이다.

지급받은 사례로는 9.12 지진 시에 경북 영천시 주민은 단독주택(50㎡)에 대해 연간 보험료 4400원으로 풍수해보험을 가입한 해당 주택의 벽면 일부 파손 등으로 보험금 1237만원을 지급 받았다. 10월 차바 태풍시에 경북 밀양시 주민은 비닐하우스(1700㎡)에 대해 연간 보험료 86만원으로 풍수해보험을 가입한 해당 비닐하우스가 파손되어 보험금 7971만원을 지급 받았다. 이들은 지급 받은 보험금으로 재난 피해를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었다.

이처럼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면 지진 및 풍수해 등 자연재해로 인해서 피해를 당했을 때 피해복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한바가지 물을 펌프에 붓는 마음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풍수해보험에 가입하기를 기대한다. 풍수해보험은 나와 이웃, 우리 모두의 미래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