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산화물 오염원 대부분이 '차량', km당 LPG차 0.011gㆍ디젤차 0.201g 배출해

[에너지신문] 현재 대한민국은 중국이 내뿜어낸 미세먼지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미세먼지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머지 20%라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LPG를 사용해야 한다며 LPG가 친환경연료로 각광 받는 가운데, 석유업계 일부에서는 "경유차와 LPG차가 뿜어내는 미세먼지의 양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택시는 일반차종보다 평균 주행거리가 약 10배 많아 친환경연료라고 불리는 LPG를 사용해왔는데,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던 셈이다.

LPG는 정말 친환경 연료가 아닐까? LPG차가 경유차에 비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정리해본다.

▲초미세먼지보다 질소산화물

먼저 살펴 볼 자료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09년 12월 발표한 ‘연료 종류에 따른 자동차 연비, 배출가스 및 CO2 배출량 실증연구’다.

이 자료는 처음 발표된 이래 경유차와 LPG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근거로 인용돼왔다.

연구에 따르면 놀랍게도 LPG차가 뿜어내는 초미세먼지(PM)는 0.002g/km, 이산화탄소(CO2)는 196.5g/km인데 반해 경유차가 뿜어내는 초미세먼지는 0.0021g/km, CO2는 183.4g/km인 것으로 나타난다.

연비는 LPG차가 9km를 달릴 때, 경유차는 14.7km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LPG차가 만들어내는 초미세먼지의 양은 경유와 비슷하지만, LPG차는 연비가 떨어져 LPG차가 경유차보다 더 많은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까지 살펴본다면 LPG는 경유와 비교해 친환경이기는커녕 반(反)환경적인 연료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LPG차가 배출하는 0.002g/km 대비 경유차가 18배인 0.201g/km이나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이다.

질소산화물은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2)를 통칭하는 말로 초미세먼지, 오존과 함께 3대 대기오염 물질로 꼽힌다.

질소산화물은 상온에서는 안정한 물질인 질소가 고온고압의 환경인 디젤엔진 연소실내로 투입되면서 불안정해져 연소 과정에서 산소와 결합하면서 만들어진다.

질소산화물은 천식, 기관지염, 폐암 등의 각종 폐질환을 유발하고 광화학 스모그의 주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질소산화물 노출, 유럽서만 7만 5000명 조기사망

유럽환경청 EEA(European Environment Agency)가 2015년 발표한 ‘2013년 기준 유럽지역의 대기오염 모니터링 보고서(Air quality in Europe)’에 의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영향을 추산한 결과 2012년 유럽전역에서 초미세먼지의 장기노출로 43만 2000명, 질소산화물 장기노출로 7만 5000명이 조기사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를 보면 초미세먼지의 해악이 더 큰 것처럼 보이지만 질소산화물의 경우 호흡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미세먼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또한 보고서는 WHO 대기질 기준을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에 노출된 이들의 93% 이상이 도로와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었다고 말한다. 질소산화물 대부분은 차량을 오염원으로 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초미세먼지의 경우 필터를 통해 잡아낼 수 있는 반면 질소산화물은 기체에 가까워 필터로 걸러낼 수 없다는 것도 그 위험성을 가중시킨다.

2015년 일어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 역시 유로 5, 6 기준에서 초미세먼지 기준을 맞췄지만 질소산화물 기준을 40배나 초과했기 때문에 배출가스를 조작하다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대구시 클린디젤 시범사업 추진결과’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시범사업 추진결과에 의하면 i40 디젤에서 뿜어져 나온 질소산화물은 0.142g/km이었던 것에 반해 YF소나타 LPG는 0.011g/km이었다. 다른 기관에서 다른 시기에 한 연구임에도 경유차는 LPG차에 비해 12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이 2011년 내놓은 ‘택시용 자동차의 연비, 배출가스 및 CO2 배출량 특성 평가ㆍ연구’는 충격적이다.

이 연구에서 i40디젤은 질소산화물을 기본조건에서 0.605g/km, 에어컨 가동 조건에서 0.780g/km 배출했다. YF소나타 LPG가 기본조건에서 0.012g/km, 에어컨 가동 조건에서 0.009g/km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50배 이상 차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빌어 "질소산화물을 제외한 유해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량은 LPG차량 및 디젤차량이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환경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이 50배 이상 지배적으로 높게 나타남에 따라 LPG차량에 비해 디젤차량의 환경성이 불리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토한 경유차의 배출가스 환경성 영향 이외에도, 경유차가 배출하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AHs) 등의 환경유해물질이 차내 운전석에도 유입돼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는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 발생확률을 높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의 ‘2015년 경유차 실도로 운행시험 결과’에 의하면 유로6 경유차는 인증기준 대비 약 2배를 초과한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고, 유로5 경유차는 차종에 따라 실도로 운행조건에서 3배에서 18배까지 초과배출 했다. 반면 시험에서 LPG차는 실도로 운행조건에서 인증기준의 약 1/8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보였다.

‘2016년 경유차 실도로 인증시험’에서는 국내 판매된 경유차 20종 가운데 1종만이 기준을 충족했고 나머지는 모두 기준치를 초과해 최대 20.8배 초과했다.

결국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는 대폭강화됐으나 경유차 급증으로 질소산화물 배출증가는 불가피한 셈이다.

▲중국도 LPG차를 지지하는데

한편 국토교통부의 ‘2016년 연료별 자동차 등록대수 추이’를 보면 지난 한 해 LPG차는 11만대 감소했다. 반면 경유차는 54만 8000대 증가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보였다. 2016년 기준 LPG차는 216만 7000대, 경유차는 917만대로 집계된다.

LPG차가 줄어드는 이유는 LPG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국가유공자 및 장애인, 택시, 렌터카 등으로 LPG차량은 각종 법적 제한과 차종선택의 협소함에 묶여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부터는 등록한지 5년이 넘은 중고 LPG차량에 한해 일반인의 소유도 가능해졌지만 중고차 업체만 돈을 벌고 있을 뿐, 일반에의 보급은 먼 일이다.

중국은 최근 수도권 내 택시를 LPG차와 전기차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시는 수도권 징진지(京津冀, 베이징ㆍ톈진ㆍ허베이)의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3조원을 투자하는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모든 택시를 LPG차와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현재 베이징에서 운행되는 택시 7만 1000여대 중 6만 7000여대가 경유 또는 휘발유를 연료로 쓰고 있다. 이 택시들을 수도권의 택시를 모두 친환경 택시로 교체하는 대사업이다.

동북아시아 미세먼지의 진원지인 중국부터 자국민을 위해 친환경 연료인 LPG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정작 대한민국은 LPG차량 규제완화를 놓고 미적미적거리고 있다.

대선은 앞으로 한 달도 남지 않았고, 후보들은 하나 둘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는 개인용 경유차를 2030년까지 퇴출하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가스차 보급을 확대하고 LPG규제 완화를 말했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미세먼지 대책으로 LPG차 규제 철폐를 공약하고 국민의당은 LPG차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주장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과연 LPG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유언비어가 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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