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끄는 견인차 되겠다”

[에너지신문] 지난 1979년 한전에 입사해 신성장기술본부장, 기술기획처장, 스마트그리드 추진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바 있는 배성환 한전 전력연구원 원장은 전력신기술에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지난달 ‘제52회 전기의 날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의 영예를 안은 배 원장은 “한전과 전력연구원 여러분들 덕분에 운 좋게 수상할 수 있었다”며 공로를 동료 및 후배들에게 돌렸다.

그에게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임기 중 전력연구원을 이끌어갈 비전을 들었다.

산학연과 ‘전력산업 공유생태계’ 조성
에너지전환은 정책 아닌 기술적 문제

▶▶▶ 임기 중 연구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 지난해 말 취임 후, 전력연구원이 혁신과 변화로 전력산업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 및 신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원이 우수한 역량과 성과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안보 강화와 관련한 전력에너지 분야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 등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할 시기다.

그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기술적 해법을 제시했다면, 앞으로는 미래 전력기술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맞춰 전력연구원의 R&D 포트폴리오도 미래기술 중심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 10% 수준인 미래·창의기술 연구투자를 20~30% 수준으로 확대, 중장기로드맵을 수립하겠다.

전력연구원은 산학연과 ‘전력산업 공유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 각자의 기술역량을 접목, 시너지를 창출하고 조기에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기술혁신과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타 연구소의 우수기술도 적극 도입, 신속히 상용화해 나갈 계획이다.

▶▶▶ 올해 전력연구원의 핵심 사업은.

= 올해는 산학연과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산업이 기존 산업을 빠르게 추월할 전망이다. 따라서 전력연구원은 전력산업의 변신을 이끌고, 이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기여는 물론 이산화탄소 감축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통해 전력설비를 지능화하고 사물인터넷과 센서 기술을 활용, 전력데이터를 체계화할 방침이다.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화합물 전력반도체 기술을 확보해 신재생사업 환경도 혁신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동시에 한전의 중장기 2025 전략에 따라 에너지신사업 창출을 위한 10대 전략기술 개발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CO2 저감기술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8월 국내 최대규모의 CO2 분리막 실증플랜트를 당진화력에 설치할 예정이며 부산물 연료화, 석탄화력 가스화 전환기술(IGCC)을 통해 CO2를 저감하고 순환유동층 보일러, 순산소 연소 가스터빈 기술을 통해 발전효율을 끌어올리고자 한다.

특히 공유생태계 조성을 위해 179개 산학연과 총 과제비의 약 49%인 5000억원을 투자,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IoT 오픈랩을 비롯해 134종의 기자재를 개방,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

▶▶▶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 및 관련 R&D 계획은.

= 4차 산업혁명은 전력산업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운영자의 경험과 판단은 인공지능의 추론과 결정으로 대체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전기의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모든 단계는 지능화된 시스템과 융합될 것이다.

전력연구원은 3D프린팅을 이용한 전력설비 진단용 IoT 센서모듈 제조기술과 스마트센싱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또 드론 등을 통해 전력설비를 원격에서 자동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개발하고 있다.

운영자가 전력망을 최적의 상태로 운영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한 실시간 전력망 상황 분석 등의 기술도 개발중이다. 전력설비 고장예측진단 및 조기 고장경보시스템, 빅데이터 기반 터빈 블레이드 고장감시시스템, 상대추론 기반 배전설비 예지 등의 기술은 발전부터 송배전까지 전체 전력시스템의 상태를 진단, 최적의 운영조건을 찾아낼 것이다.

현재 한전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확보 T/F를 구성, 미래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중장기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전체 연구개발비의 32% 수준인 4차 산업혁명 관련 예산을 향후 50%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다.

▶▶▶ 전력연구원의 해외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해외사업 발굴을 위해 전력연구원은 ESS 운영시스템의 용도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주요기능 알고리즘을 보완하고 보조서비스를 개발해 북미, 독일을 대상으로 ESS 수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2015년 전력연구원이 제주에 설치한 세계 최대의 154kV 초전도케이블을 대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네덜란드 등에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완공한 캐나다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공장 등 다양한 응용패키지를 개발할 것이다. 현지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전기 미보급 지역의 독립전화사업용 마이크로그리드 수출사업을 아프리카 및 동남아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력연구원은 말레이시아 국영전력사인 TNB가 운영 중인 가스터빈 고온부품의 열화관리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해상풍력 발전기의 신개념 지지구조 설계평가(영국), 스마트 석션파일 지지력해석 프로그램 개발(미국) 등 국제공동연구사업을 지속 수행중이다. 이밖에 중국 화능집단과의 연소 후 습식 CO2 포집기술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중국 CCS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해 나가고자 한다.

▶▶▶ 연구원 내에 전력 IoT(사물인터넷) 오픈랩이 구축됐다. 그 역할과 향후 운용 계획은.

= 전력연구원은 전력에너지 관련 대학 및 산업계가 사물인터넷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전력연구원, 전력시험센터 및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3곳에 ‘전력IoT 오픈랩’을 구축, 지난 2월 오픈했다.

IoT는 센서 디바이스, 네트워크, 플랫폼, 서비스로 구성되며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대표적 미래유망기술이다.

전력연구원은 전력설비의 열화신호 또는 운전신호를 검출하고 초음파, 자기장 등 다양한 신호도 검출할 수 있는 복합 스마트센서를 개발했으며 무선센서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하베스팅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IoT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유무선 네트워킹과 플랫폼 운영 규격을 제정하고 개발용 시스템인 표준모델을 개발, 신규 디바이스 및 서비스를 검증, 실증할 수 있는 ‘전력IoT 에너지플랫폼’ 표준모델도 개발했다.

오픈랩은 각종 전력설비는 물론 사물인터넷 동작 시험장비, 무선센서, 통신장비 등 전력사물인터넷 표준설비를 갖춰 관련 업체와 대학에서 기초연구와 신제품 개발은 물론 전력설비 운영자 및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전력연구원의 IoT 기술은 표준화된 IoT시험 인프라로서 뿐만 아니라 한전의 전력서비스 및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IoT 확산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 앞으로 원전과 석탄화력은 점차 축소되고 신재생에너지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는 새로운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석탄을 줄이면 발전단가가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신재생에너지는 석탄보다 2.5배가 비싸다. 전기요금이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시대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겠으나, 이는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것 보다는 기술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신재생 단가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 기술적 대안으로 IGCC를 꼽고 싶다. 낮은 단가로 미세먼지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기 설비 투자비용은 부담이 될 수 있으나 발전사들이 선투자하고 장기 회수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원전의 경우 확대는 어려우나 현 수준은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당장 원전을 줄이게 되면 국민들의 비용부담 및 산업계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특히 국내에서의 축소는 결국 해외 수주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이용하지 않는 것을 도입하려는 국가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의 안전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관리의 문제다. 결국 관리를 잘 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앞으로 유망 분야는 ESS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자동차용, 주파수조정용 등으로 한정돼 있으나 향후 크게 성장하게 되면 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측면에서 매우 유용할 것이다.

이제 정년퇴직까지 2년 정도 남았다. 한전에서 37년간 근무하면서 마지막을 이곳 전력연구원에서 근무할 수 있어 뜻 깊게 생각하고 있다. 퇴직 후에는 전력분야의 젊은 인재들을 양성하는데 몸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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