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스보일러 시장, 변곡점 왔나?

[에너지신문] 연간 145만대로 추산되는 국내 보일러시장을 둘러싼 제조사들의 자존심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매출 총액만을 놓고 보면 국내 보일러 제조사의 순위는 귀뚜라미, 경동나비엔, 린나이코리아, 대성쎌틱에너시스의 순이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이 비슷한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린나이코리아, 대성쎌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계열사를 포함해 5090억 3627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동나비엔은 5060억 822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린나이코리아는 3395억 2314만원으로 3위를, 대성쎌틱은 1016억 7380만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일러분야만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동나비엔이 압도적인 선두로 해를 거듭하며 타사와의 격차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린나이코리아와 귀뚜라미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 뒤를 대성쎌틱이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롯데기공 역시 김영순 대표의 부임후 가스보일러 사업의 재도약을 위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내수침체·건설경기 하락·국내시장 성장한계 도달

가격중심 특판 시장 지고, 품질·기술·환경이 이슈

# 국내 보일러시장 현황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에너시스, 롯데기공, 알토엔대우 등 국내기업 5개사와 린나이코리아, 바일란트코리아 등 해외기업 2개사를 합해 현재 국내 가스보일러시장은 7개사가 연간 145만대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바일란트 진출 이후 국내 보일러 시장에는 프리미엄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서울시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보일러 지원사업이 본격화되며 저가 중심이던 가스보일러 시장은 중·고가 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점차 옮겨가고 있다.

특히 IoT 기술의 발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대중적 관심, 친환경 보일러에 대한 정부지원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 됨에 따라 앞으로 국내 보일러 시장 역시 더 다양한 방향으로의 성장과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2000년대 FF(강제급배기형) 보일러의 일반화와 함께 경동, 린나이, 귀뚜라미 등 Big 3를 주축으로 한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여전히 Big 3 제조사가 탄탄한 대리점망을 중심으로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대성쎌틱, 롯데기공, 알토엔대우, 바일란트 등이 그 뒤를 추격해 왔지만 이제는 국내외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국내 보일러제조사 매출 분석

상장사인 경동나비엔을 필두로 귀뚜라미·린나이코리아·대성쎌틱에너시스·알토엔대우 등 국내 가스보일러 5개사의 경영실적이 최근 금융 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공개됐다.

금감원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보일러 제조사중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곳은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 수출을 통해 올리고 있는 경동나비엔이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액 5060억 8220만원과 영업이익 365억 7417만원, 당기순이익 286억 3619만원을 기록하며 보일러 제조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전년 4483억 208만원에서 577억 8012만원(12.9%)이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8억 51만원에서 157억7366만원(76%)이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193억 2074만원에서 93억 1545만원(48.2%)이 증가하며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린나이코리아는 매출액 3395억 2314만원, 영업이익 130억 9364만원, 당기순이익 109억 8283만원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린나이의 매출액은 전년 3133억 7968만원에서 261억 43646만원(8.4%)이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9억 2034만원에서 1억 7330만원(0.8%)이, 당기순이익은 106억 7739만원에서 3억 544만원(2.8%)이 증가했다.

매출 규모에서는 비록 3위를 차지했지만 귀뚜라미의 이익률 상승폭은 보일러 Big 3 중 가장 눈에 띄었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매출액 2732억 2090만원, 영업이익 149억 9073만원, 당기순이익 316억 5140만원을 기록했다.

귀뚜라미의 매출액은 전년 2532억 8869만원에서 199억 3221만원이 늘어 전년대비 7.9%가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67억 2819만원에서 82억 6254만원이 늘어 무려 122.4%가 증가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175억 6268만원에서 140억 8872만원이 늘어 80.6%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성산업에서 분리된 대성쎌틱에너시스의 경영실적도 올해 처음 공시됐다.

공시에 따르면 대성쎌틱은 지난해 매출 1016억 7380만원, 영업이익 52억 9673만원, 당기순이익 42억 8473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697억 2868만원에서 319억 4512만원(45.8%)이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억 3151만원에서 40억 6458만원(330%)이, 당기순이익은 25억 9692만원(162.5%)이 증가했다.

전체적인 매출증가 추세 속에 알토엔대우만 매출이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알토엔 대우는 지난해 매출 208억 2622만원, 영업이익 1억 7793만원, 당기순이익 3억 4401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226억 8865만원에서 18억 6243만원(-8%)이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억 4338만원에서 3455만원(21.4%)이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991만원(6.3%)이 증가했다.

별도 공시자료는 없으나 롯데기공도 역시 지난해 중국 수출 증가와 내수판매 확대에 힘입어 가스보일러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사드문제로 일시적인 제품수출 중단위기를 맞고 있으나 롯데기공은 지난해 중국에 가스보일러 10만대 이상을 수출하며 내수 20억원을 포함해 5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시장 확대, 사업다각화 제조사별 위기대처법

캐스케이드, 콘덴싱 보일러 등 신수종 시장 주목

# 경기침체, 비상구를 찾아라!

부동산 경기가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 불황과 정치적 요인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까지 겹치며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출 감소 등 사실상 지난해 국내시장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건설경기의 일시적 호조로 가스보일러 시장은 일부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부동산 경기 악재로 인해 아파트와 다세대, 연립 모두 신축 시장의 준공과 착공이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과 전세 시세 동반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건설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보일러 시장 역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건설 경기의 침체가 곧바로 보일러 시장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보일러 시장은 낙관보다는 적극적인 새로운 돌파구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경동나비엔

보일러 제조사중 변화의 시동을 가장 먼저 켠 곳은 역시 업계 선두주자인 경동나비엔이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목적에 ‘공기조화장치 제조업’을 추가하고, 전문경영인인 홍준기 신임대표를 선임하며 ‘생활환경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테크노 MBA를 취득한 홍준기 신임대표는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스페인공장 공장장, 헝가리 생산 및 판매 법인장을 거쳐 코웨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코웨이 대표이사 시절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재임 7년 2개월간 코웨이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한 인물로 유명하다.

정수기 중심의 기업이던 코웨이를 생활환경기업으로 변모시켰고, 성공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시킨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경동나비엔이 올해 사업목적에 ‘공기조화장치 제조업’을 추가하고 홍 대표를 영입한 것은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를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경동나비엔은 홍 대표의 영입을 계기로, 보일러를 중심으로 구축한 글로벌 역량과 안정적인 품질,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한 생활환경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를 완성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경동나비엔은 해외시장 개척과 확장을 위한 세 가지 방향성을 세웠다. 북미, 러시아, 중국 등 기존 진출시장에서 ‘나비엔’ 브랜드를 확장하고, 브랜드 확장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한편 서탄공장을 통한 원가경쟁력까지 확보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유수의 해외 브랜드들과 어깨를 견주겠다는 계획이다.

경동나비엔은 해외시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과 내실을 기반으로 한 외형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탄공장 완공을 필두로 가스보일러를 주축으로 한 에너지 기기사업에 주력하며 세계시장으로 영역 확장을 꾀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중국 시장 공략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북경 신공장 건설을 위한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새로 건설되는 북경공장은 약 4만 8000㎡(1만 4500평) 면적에 단계적으로 생산설비를 구축할 예정으로 2020년 완공된다. 도시가스산업의 성장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경동나비엔 중국 생산기지는 1단계로 2017년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의 보일러 및 온수기의 신규 생산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온수매트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며 B to C분야로의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귀뚜라미

맥쿼리사로부터 지난해 강남도시가스를 인수한 귀뚜라미 그룹은 기존 사업에 내실을 기하는 한편 도시가스 사업에까지 발을 넓히며 에너지기기 제조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 사업으로까지 발을 넓히는 등 사뭇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귀뚜라미 역시 새로운 대표를 영입했다. 지난해 중반 그룹기획조정본부장에 강승규 전 국회의원을 영입한데 이어 그를 최근 사임한 이종기 대표의 후임으로 선임하고, 회사의 내실을 기하는데 보다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고순화 회장이 취임한 열관리시공협회와 올해 문쾌출 회장이 연임한 전국보일러설비협회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일선 시공자들을 중심으로 한 보일러 바닥시장에 보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를 시작으로 7월 중순까지 3달 동안 전국 26개 지역을 순회하며, ‘귀뚜라미 행복한 48년 만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행복한 만남 행사는 지역별 250명 규모로 진행될 예정으로 총 26회에 걸쳐 최진민 회장과 강승규 사장을 비롯해 제품 개발, 영업, 마케팅 담당자 등 주요 임직원 30명이 모든 일정에 참석하며 일선 설비업 종사자들과의 직접 소통의 자리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열관리시공협회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를 도와 양 협회가 숙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스보일러설치 확인 업무를 도입하는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승규 대표의 영입 역시 보일러 설치확인제도의 부활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린나이코리아

귀뚜라미의 부진을 틈타 특판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보일러 업계 2위 자리를 탈환한 린나이코리아는 올해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스레인지를 기반으로 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보일러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모 회장에 의해 1974년 합자회사로 출발한 린나이코리아는 2012년 아들 강원석 대표가 보유한 0.4%의 지분을 포기하면서 2013년부터 100% 일본기업으로 변모했다. 현재는 일본 Rinnai Corporation과 Rinnai Holdings(Pacific) Pte Ltd가 전체 지분의 97.3%와 2.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린나이는 내수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스레인지 사업분야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최근 업소용 주방기기 및 가스보일러 분야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엔 소비자들이 미세먼지와 황사 등으로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스의류건조기 시장이 확장세를 보이자 의류건조기 판매에도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기존 5kg 제품 외에 4kg 용량의 제품을 새로 선보이며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시장에 대응해 LG전자와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 보일러 시장도 이젠 ‘친환경’

전반적인 내수 침체와 함께 찾아온 건설경기의 침체는 앞으로의 가스보일러 시장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올해까지는 그동안 건설해온 주택들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됨에 따라 내수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보일러 시장은 쉽사리 가늠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결국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보일러제조사들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활용한 보일러 시장의 확대, 프리미엄 보일러 시장의 개막 등은 국내 보일러시장의 기대되는 화두지만 업계는 앞으로 콘덴싱 보일러가 국내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콘덴싱 보일러 시장은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에도 불구, 그간 보급률은 전체 시장의 20% 수준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최근 연료비 상승과 에너지 절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시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더욱이 미세먼지 문제로 대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새로 출범한 정부역시 환경문제를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는 가스보일러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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