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초저온 핵심역량을 갖추다

[에너지신문] “수소, 우주의 75%. 그 무한한 수소로 자동차를 달리게 한다.” 최근 방영중인 현대자동차 광고카피다. 미래에너지 수소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날도 이제 멀지 않았다.

세계는 지금 강화된 환경규제로 인해 CNG, LNG, LPG, 수소 등 친환경자동차 개발을 둘러싼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친환경 차량의 공통점은 사실 단위 부피당 에너지의 저장 밀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기술이라는 점이다.

에너지의 저장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는 초고압 또는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로운 에너지의 연소열과 폭발력을 견디기 위한 엔진, 에너지의 전환과 저장을 위한 전지기술도 중요하지만 초고압, 초저온의 압력과 온도를 견뎌낼 용기와 각종 부품들도 자동차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국내의 경우 초고압이나 초저온 분야에 대한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까지 기초적인 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다. 관련 제품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실조차 구비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내에도 관련 연구와 실증을 수행할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이하 에안센터)가 개소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건립된 에안센터는 수소 등 초고압 제품의 연구개발, 신뢰성평가, 시험인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유일의 방호시설인증센터도 함께 운영된다. 

개소 6개월, 아직까지도 실증설비 구축이 진행되고 있지만 연소폭발시험동을 비롯해 일부 실험장비들이 본격 가동되고 있는 에안센터를 찾았다.

▲ 수소, CNG 등 다양한 초고압용기의 폭발연소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연소시험동.

# 에안센터, 초고압실증 및 방호시설인증설비 완비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에서 평택∼제천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다시 국도를 타고 30여분을 달리면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가 위치한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 도달할 수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산업부와 협력을 통해 지난해 10월 강원도 영월에 에안센터를 구축했다.

초고압 화재폭발 실증분야에서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건립된 에안센터는 수소 등 초고압 제품의 연구개발, 신뢰성평가, 시험인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증설비를 갖추고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이 수소 등 고밀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시점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측하고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개발·시험인증 인프라를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에안센터의 건립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로써 가스사고 재현 실증을 통한 사고원인분석과 가스 3법의 제·개정시 실증시험을 바탕으로 국내 현장여건을 반영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초고압 및 초저온 분야를 포함한 전분야의 가스안전 확보와 중소기업 지원으로 관련 분야 산업육성도 가능해졌다.

캐나다 Powertech, 일본 자동차연구소 JARI, 독일연방물질시험연구소 BAM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CNG 자동차, 수소전기차의 용기 및 연료장치에 대한 종합적인 성능시험 기반을 구축해 저장용기의 폭발성능평가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는 그동안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인증 자체가 이뤄지기 힘들었고, 번번히 해외 기관에 시험을 의뢰해야만 했다.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에서는 제품개발 후 성능 인증을 해외 인증기관에 의뢰함으로써 제품 개발 기간이 지연되고 고가의 인증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핵심기술 유출과 경쟁력 약화의 후유증을 겪는 등 국내 가스안전기술에 대한 해외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가스안전공사의 에안센터 구축으로 앞으로는 이런 우려를 덜게 됐다. 또 국내 인증이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적어졌다.

초고압·초저온 가스용기 및 부품 시험인증 분야를 선도할 에안센터는 현재 1050bar이상 시험이 가능한 초고압 수소가스 반복가압시험설비를 구축했다. 사용압력 700bar급 수소전기차용 저장용기는 물론, 사용압력 820bar급 수소 충전소용 축압용기까지 자체시험이 가능하다.

효율적 예산활용을 위해 기존 CNG용기 시험설비 증설로 최대 500ℓ급 이상의 초대형 CNG자동차용 저장용기의 시험까지 자체 수행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해외 시험기관 의존으로 발생한 국내제조사 애로사항(국내 신기술 유출, 시험기간 및 시험비용 과다)을 모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시험인증 인프라 부족 및 개발비용(시험비용) 과다로 인해 국산화 제품 개발이 미비했던 초고압 수소충전소용 부품까지도 국산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가스시설 및 제품 등에 대한 누출화재(Jet Fire) 성능 평가 시험도 빠르면 올 하반기부

▲ 누출화재(Jet Fire) 시험을 실시하기 위한 야외종합시험장.

터는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누출화재 시험은 가압된 인화성 가스 혹은 액상의 가스가 분출된 상황으로 인한 화염을 일컫는다. 이같은 위험상황은 주로 해양 플랜트나 석유화학 플랜트에서 발생하는데, 고압으로 방사된 화염이 다른 시설물에 빠른 속도로 옮겨 붙게 될 경우 자칫 플랜트 전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누출화재가 플랜트 기자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물론 실증연구까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관련 시험·실증설비의 부재로 관련 연구는 아직까지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따라서 가스안전공사는 에안센터를 통해 시험 및 실증설비를 구축함으로써 관련분야에 대한 국내 기술력을 강화하고 가스시설물의 안전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에안센터에 구축되는 누출화재 시험설비는 최대 4시간 이상 연속 가동할 수 있다. 더불어 센터내에 갖춰진 연소시험동과 집진시설을 동시에 활용해 관련분야의 연구나 실증에 시너지를 극대화한 친환경적인 인증시험 수행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누출화재 성능시험으로 고압 및 가연성 가스의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용 단열재, 방화벽, 내화재 등을 생산하는 기업과 R&D를 수행함으로써 플랜트 기자재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다.

향후 가스안전공사 에안센터는 이같은 실험·실증설비를 기반으로 가스안전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업지원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활용해 고압용기·부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지원은 물론 관련 산업육성, 안전관리 강화,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관련 부품의 상용화를 위한 시험인증 등 전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중인 상태다. 올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총 80억원을 투입해 수소용기분야 15개 시험항목 중에서 국내 시험 인프라의 미비로 해외시험에 의뢰해왔던 용기관통시험 등 7개 항목을 포함한 초고압 부품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외 시험기관에만 의존했던 초고압 수소 용기 및 부품까지 전량 국내에서 시험·인증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향후 안전기술 확보는 물론 고비용 부품의 국산화로 국가경쟁력 향상과 자체연구, 실증시험, 신뢰성시험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수소자동차 및 수소충전소 분야에서는 관련 부품 개발과 제조, 시작품 성능평가 및 시험인증 등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됨에 따라 국내 수소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기동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에안센터의 구축으로 국내에도 초고압·초저온 가스분야가 성장할 수 있는 기초적인 성장발판을 갖게됐다”며 “관련업계가 에안센터를 활용해 국내 관련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을 지원함과 동시에 세계 시장을 이끌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연소시험동통제센터는 시험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초고압용기의 가열, 폭발, 연소상태의 종합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실험설비가 구축돼 있다.

올 하반기부터 Jet Fire 성능평가 시험도 개시

2019년까지 80억원 투입, 7개 시험항목 추가

# 방호시설인증센터 구축 완비

우리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갈라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북한의 도발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북한은 경제난과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주민 불만 등 내부적인 불안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며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 고립이 시작되자 도발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며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북의 도발에 대비해 방호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본격 제기된 것은 2010년이었다.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국민안전을 위해 서해 5도 및 이북접경지역의 민간대피소, 군 대피시설, 정부기관 충무시설 등 국가 주요 핵심시설(이하 방호시설)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방호시설에 설치하는 방폭문 등 주요 7개 방호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국내에는 방호분야 시험인증기관이 전무한 상황이라 관련방산업체는 고사상태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국내 방호시설은 대부분 고가의 해외인증 방호제품이 설치돼는 등 수입 제품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수입된 해외인증 방호제품에 대해서도 테스트할 수 있는 마땅한 시험설비를 갖추지 못해 검증조차 없이 방호문을 비롯해 관련 인증품을 방호시설에 설치하는 실정이어서 방호제품 품질의 신뢰성도 확보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안전공사는 국방부, 산업부의 요청으로 2012년 경기도 안산에 국내 최초로 방호시설인증센터를 설립하게 됐다. 방호시설인증센터는 2012년 8월에 방호분야 KOLAS 인정범위를 확대해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2013년 4월에 KAS 공인 제품인증기관으로 인정받아 방호제품의 성능시험과 제품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방호센터의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민간대피소, 군 대피시설과 지자체 충무시설 등에 들어가는 주요 7개 방호제품에 대한 성능시험 및 제품인증과 폭발실증시험 그리고 시설검사다. 국방부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 시험을 진행해 방호시설에 대한 내구성을 확인하고,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유사시설에 대한 성능을 예측하는 등 안전성을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방호센터를 설립해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제품인증이나 성능시험을 거친 제품만 현재 500여개에 이른다. 또 2013년 2개사에 불과하던 국내 방호제품 제조업체는 2017년 현재 10여곳으로 5배가 증가했고, 공사의 방호인증분야의 매출도 평균 35%씩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방호산업의 안전성 및 인증분야 확대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방호센터 확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공사는 산업부와 협의를 통해 방호시설을 신축,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공사가 건립중인 에안센터내 방호인증센터를 확장 개소했다.

▲ 방호시험인증센터내에 설치된 방호문의 충격시험을 위한 시험설비.

지난 8일 확장 이전한 방호센터는 지난해 10월 강원도 영월에 들어선 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부지에 12억 4000만원을 투입해 설립됐다. 830㎡ 규모에 시험장을 갖춘 방호센터에는 충격관설비 등 모두 12종 14점의 장비가 들어섰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현재 전시 등 국가 위기상황에 자국민의 생명과 중요 시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방호시설의 방호등급을 상향시키는 추세에 있어 저압 방호제품 설치에서 고압 방호제품 설치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호시설인증센터의 신축·이전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공사 방호센터는 저압 및 고압 방호제품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설비를 모두 갖추고, 국내 방산업체의 고품질 방호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해외 방호제품과 비교해 경쟁 우위의 품질을 갖추어 해외수출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또 시대적 추세에 맞춰 고압 방호제품에 대한 시험·인증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국내 방산업체의 기술력을 높이고 해외제품의 국내시장 잠식 억제 등 자국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적극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실제 폭탄을 터트려 방호제품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폭발실증시험은 군·관·민의 유기적 협업이 있어야 진행이 가능한 만큼, 끊임없는 도전으로 시험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폭발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방호시설은 외부 폭압 및 유해가스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중요 시설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가스안전공사는 시공과 방호제품 설치 후 종합적인 관리 운영을 위한 시설검사체계도 개발 중에 있다. 공사는 40여년 동안 쌓아온 가스안전관리 기술을 접목하여 방호시설검사체계를 개발할 예정이다.

엄석화 에너지안전실증연구실장은 “방호시설인증센터 신축·이전에 따른 국제 공인 시험·인증기관 구축이 완료돼 세계 유수의 시험·인증기관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며 “방호분야를 리드할 수 있는 국제 공인 시험ㆍ인증기관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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