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동반 급성장…‘확연한 증가세’ 보여
전문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통해 활용도 높여야”

▲ 삼성 SDI ESS 제품

# ESS 시장, 큰 폭으로 확대된다

최근 미세먼지와 원자력발전소 등 환경이슈가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신정부는 신재생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속성이 떨어지고 발전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발전설비에 연계시켜 생산된 전기를 저장, 필요할 때 사용하게끔 해 전력 계통의 안정적 운영을 높일 수 있는 ESS가 필수로 요구된다.

재생에너지의 취약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는 ESS는 전기 수요가 낮아지는 밤 시간대의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하루 중 전력 수요가 높은 오후 2~4시 피크 시간에 활용할 수 있다. 집중된 전력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여름마다 일어나는 전력대란의 해결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ESS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네비건트 리서치가 밝힌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2016년 2271MWh, 2017년 4256MWh, 2018년 6927MWh, 2019년 9880MWh, 2020년은 1만 4814MWh로 무려 10배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전력망 시장을 살펴보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2016년 16억달러에서 2025년 18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ESS 시장도 2016년 9억 6000만달러에서 2025년 108억달러 규모로 급성장이 예견된다. 특히 전력망이 불안정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고성장 전망 ESS, 정부 지원도 ‘청신호’

최근 정부가 ESS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까지 지원하면서 에너지산업의 미래 먹거리로써 ESS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누적 설치용량은 2013년까지 28MWh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239MWh로 급증했다. 시장규모 역시 2016년 30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0년에는 800MWh, 50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2018년 이후의 태양광+ESS REC 가중치의 조속한 마련(현재는 2017년까지만 규정된 상황) △신재생연계 ESS특례요금제 신설 등 투자 불확실성과 초기 투자부담 완화를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월에 에너지신산업금융지원(융자) 신청접수를 받은 결과 태양광 연계 ESS에 대한 수요 증가로 올해 예산 200억원 대비 3배 수준인 520억원 규모가 신청된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신산업기반구축(보조)사업의 경우도 피크저감ㆍ비상전원용 ESS 설치수요 증가로 올해 예산 68억원 대비 3.3배 수준인 226억원 규모로 접수되는 등 에너지신산업 비즈니스에 대한 열기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SS 수출 역시 그동안 추진됐던 ESS 해외 실증 R&D 및 공기업 선도투자 등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다.

ESS의 1~4월 수출액은 1억 4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수치이며 2015년 전체 수출액인 1억 8700만달러와 비교하면 확연한 증가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달부터 도입되는 ‘신재생+ESS' 연계 추가 요금할인이 시행되면 수출과 함께 국내 보급도 더욱 활성화 될 전망이다.

ESS 시장이 점점 커짐에 따라 정부의 관련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는 올해부터 계약전력 1000kW 이상인 공공기관 규정 이행사항으로 ESS를 5% 이상 규모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신축건축물은 올 1월 1일(건축허가 신청일 기준)부터 적용되고 있으며 기존 건축물에 ESS를 설치할 경우 2020년까지 총 2000억원(ESS 244MWh) 규모의 신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국내 기업, 글로벌 ESS 시장 선점 박차

▲ 독일 뮌헨에서 열린 태양광 전시회 '인터솔라 2016'에서 ESS부문 본상을 받은 LG화학의 가정용 ESS 'New RESU'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 우리 기업들도 ESS 시장에 본격 진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전 세계 시장에서 LG화학이 30%, 삼성SDI는 26%로 국내 기업이 무려 56% 이상의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두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5년 31%에서 2016년 40%로 전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ESS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 된 LG화학은 지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인 SCE의 ESS 실증 사업 참여를 계기로 미국 ESS 시장으로 진출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컨 카운티에 위치한 ‘테하차피(Tehachapi)' 풍력발전단지의 ‘모놀리스(Monolith) 변전소'에 32MWh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했다. 또한 2015년 12월에는 세계 1위 ESS기업인 AES와 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 인버터 업체인 솔라엣지(SolarEdge)와 함께 북미 가정용 ESS 시장에도 진출했다. LG화학이 북미 시장에 선보인 가정용 ESS 제품은 400V의 고전압 모델인 RESU10H로 최대 저장 용량은 9.8kWh다.

이에 이번에 미국 덴버에서 열린 북미전력저장협회(ESA) 콘퍼런스 엑스포에서 ‘브래드 로버츠 어워드’를 수상해 북미 최고 ESS 기업에 선정됐다. 브래드 로버츠 어워드는 북미 에너지저장장치 산업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1개 기업에게 주는 상으로, 국내 기업이 이 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성과 등을 바탕으로 LG화학은 지난해에만 ESS 생산용량 591MWh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해 매출 27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무려 5000억원의 수준으로 매출 목표를 대폭 늘렸다.

LG화학에 이어 전 세계 ESS 시장 2위를 차지하는 삼성SDI는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ESS 구축 사업에 참가해 240MWh 규모의 ESS 배터리를 공급했다. 지난해 미국 전력용 ESS 시장(590MWh)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아울러 지난 3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전시회에 차별화된 설계방식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인 ESS종합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고용량 ESS ‘E2'와 고출력 ESS ‘P3’로 두 제품 모두 모듈 설계를 새롭게 해 내부 공간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올린 것이 특징이다.

제품 경쟁력을 통해 ESS 시장을 공략하는 삼성SDI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영업 손실을 큰 폭으로 줄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기록했고, 매출 성장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정부와 금융권이 손잡고 ESS전용 금융상품도 출시했다.

# 민간기업 전력판매 허용해야 내수 활용 높아져

기업들이 ESS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우리나라는 독일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ESS 누적 설치용량(양수발전 제외)을 확보하고 있지만 향후 유망 분야인 주거용·소규모 상업용 ESS는 활용도가 높지 않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58개 ESS 프로젝트 중 설치용량이 200kW 이하인 가정용·상업용은 8개로 13.8%에 불과하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49.9%, 40.4%로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송용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ESS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소규모 전력소비자의 경우 ESS를 활용한 수익 창출 방안도 마땅치 않아 주로 대규모 민간 사업장이나 전력공기업에서만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정이나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ESS 활용도를 높이려면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전력 판매시장을 한전이 독점해 민간 중개업자의 시장진입이 어렵기에 개인이 전력 판매로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통신·건설·금융 등과 융합한 신규 서비스 도입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장 발전 가능성이 큰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주거용소규모 사업장에서 ESS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독일은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성장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기에 주거용 태양광 설비 신규 설치시 ESS와 연계해 설치한 비중이 2014년 14%에서 2015년 41%로 3배 가량 늘었다. 때문에 주거용·소규모 상업용 ESS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력 소매판매 시장에 민간기업 진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서도 지난해 6월 프로슈머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정부에서 발의됐지만 전력 소매판매 시장의 민간 진입을 금지하는 개정안과 충돌하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시작될 예정이었던 소규모 전력 중개 시범 사업에 선정된 KT,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이든스토리, 벽산파워, 탑솔라 등 6개 기업은 MOU만 체결한 상태로 무기한 대기 중이다. 만약 독일처럼 주거용·소규모 상업용 ESS 활용도가 높아지면 일조량이 많은 5월에서 9월까지는 전력의 대부분을 태양광과 ESS가 연계된 시스템으로 조달하는 등 요금 절감효과도 누릴 수 있다. 특히 여름 무더위로 전력 수급 구조가 불안정한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용 ESS는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시장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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