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CF 탈퇴로 출연금 납부 불투명, 우리기업 해외진출 빨간불(?)

[에너지신문]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로 이제 막 성장의 발을 뗀 녹색기후기금(GCF)과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안개 속을 헤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 1일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 준다”며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 협정을 비준하며 약속한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계획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미국이 다른 경쟁국 대비 무거운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지는 바람에 석탄ㆍ제지ㆍ철강 등 미국의 주요산업에서 심각한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195개국이 합의한 국제협정으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파리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니카라과와 시리아, 둘 뿐이다.

전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2015년에만 약 510만 킬로톤(k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했다. 이는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13%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2025년까지 2005년 탄소배출량에서 26%를 자발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약속한 30억달러 중 20억달러 미납 가능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에 따른 가시적인 여파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둔 GCF와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먼저 GCF는 GCF회원국 중 가장 많은 30억달러의 초기부담금을 약속했던 미국의 약속이행이 불투명해져 곤경에 처했다.

GCF는 내년까지 103억달러(11조 5340억원)의 분담금을 거둬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지원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46억달러를 거둬들였지만 최대 출연국인 미국은 현재 10억달러만 출연했고 20억달러는 미납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탈퇴로 다른 회원국들의 출연금 납부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속타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업계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탈퇴로 예정된 출연금이 축소되거나 GCF의 파행이 일어날 경우 우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14일 하워드 뱀지 GCF 사무총장과 만나 친환경에너지타운ㆍ에너지자립섬ㆍ마이크로그리드 등 한국형 에너지신산업 모델의 남태평양ㆍ동남아시아ㆍ아프리카 등 개도국 진출사업 지원약속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형 에너지신산업 모델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세부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논의하는 실무작업반을 구성ㆍ운영키로 했다. 실무작업반에는 에너지공단,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과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에너지신산업 분야의 민간기업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3월 제16차 GCF이사회는 솔로몬제도 수력발전사업의 총사업비 2억 3000만불 중 8600만불 지원을 확정했다. 아울러 지난해 열린 제14차 이사회에서는 한국형 기후변화 대응 사업모델인 친환경에너지타운ㆍ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ㆍ스마트팜 모델이 대출분야에 포함돼 한국기술자문협력기금(KTCF)을 통해 300만불의 대출지원도 결정됐다.

GCF와 연계된 사업들의 파행은 우리나라 신재생업계의 파행과 연관된다.

미래세대와의 약속 파기한 미국

정치계 곳곳에서도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대표의원 홍일표ㆍ한정애)은 2일 논평을 내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포럼은 논평에서 “전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위해 197개 선진국과 개도국이 참여하는 보편적 신기후 체제가 완성된지 2년만에,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에서 미래세대와의 약속을 파기한 국가로 전락했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또한 “녹색동맹을 표방하는 유럽과 중국의 탈 화석연료 정책이 가속화되고, 재생에너지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협정의 도미노 탈퇴 전망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정애 대표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석탄화력발전 축소 공약을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구성에 반영하고 조속히 관련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적극적인 공조를 바탕으로 파리협정의 안정적 이행을 위한 가교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일표 대표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우리가 유치한 GCF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향후 관련 동향을 잘 파악해 GCF 유치국으로서 재원마련을 위한 국제사회 설득과 노력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포럼 연구책임의원을 맡은 이정미 의원은 “향후 파리협정의 안정적 이행을 위한 세부 의제를 관계 부처와 점검해 나가겠다”고 약속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보급확대, 전기차 활성화, 기후적응 제도 강화 등을 위한 국회 차원의 정책ㆍ입법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한 탈퇴라지만 기후변화에 대처 하는 것도 미국의 이익이 될 것"이라면서 "향후 미국의 탈퇴에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려는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 에너지업계 “오히려 타격될 수 있어”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의미하지만 미국 정유주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기후협약을 탈퇴하면 정유주가 수혜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커다란 호재는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 탓이다.

미국 에너지업계와 관련업계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오히려 고용과 투자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정유업체들도 이미 기후협약에 대비해 화석연료 생산 외에 청정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협정 탈퇴를 발표하면 대통령자문위원회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석유기업 엑슨모빌도 같은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엑손모빌이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내용의 안건이 62%의 찬성으로 통과될 정도로 친환경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업체 포드도 이미 온실가스 배출 저감기술을 비롯해 친환경차 개발이 궤도에 오른 상황이라 사업 방향에 있어 대전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는 1일 트위터에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협정 탈퇴 결정에 실망했다”는 글을 작성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우리는 에너지 효율성과 관련해 어떠한 정책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GE 역시 핵심 사업분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친환경 정책을 수립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절차는 앞으로 3년에서 4년까지 걸릴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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