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퇴역 앞두고 심포지엄 마련
"왜곡되고 과장된 사실, 제대로 알릴 것"

[에너지신문] 고리 1호기 영구정지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원자력계가 우리나라의 미래에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를 제시했다. 새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실 왜곡 및 과장된 위험요인을 방치한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원자력의 안전과 편익에 관한 사실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함이다.

한국원자력학회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한국원자력산업회가 공동 주최로 8일 서울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퇴역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원자력 안전과 편익 대국민 설명서’가 발표돼 주목받았다.

▲ 황주호 원자력학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3개 기관은 설명서에서 “일부 종사자가 도덕적으로 해이하고 규정 준수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우리 원자력계 모두가 공동의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명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원자력이 필요한 9가지 이유’를 담았다.

설명서를 발표한 김학노 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은 “탈원전 정책이 입안된 기저에는 원자력에 관한 여러 사실이 왜곡되고 위험이 과장된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도 매우 크다”며 “원자력 40년의 공과를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원자력의 안전과 편익에 관한 여러 사실들을 제대로 알림으로써 국민들께서 원자력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다소라도 덜어 드리고 그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학노 부회장은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 9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안전성을 실증한 오랜 가동 이력 △지진에도 강건한 원전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및 처분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료 △준국산이라 에너지 수입액 절감 △기술자립으로 외화 획득과 고용창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걱정없는 환경보호의 주역 △에너지 안보의 주역 △원전의 지속적 이용은 세계적인 대세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88기가 60년간 가동승인을 받았고 44기는 40년 이상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40년간 25기의 원전이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 지진으로 인해 원자로 냉각계통으로부터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사고 역시 전무하다는 것. 특히 국내 원전에는 다중 사고대처 설비가 갖춰져 있어 영화 ‘판도라’와 같은 사고 전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발전량에 비해 발생량이 크지 않아 31평 면적에 20년 분량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이 가능하고 안전성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세계 최저수준의 전기요금(평균 108원/kWh)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원자력 발전원가(평균 53원) 덕분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는 사용후핵연료 및 폐로비용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에너지 수입액의 0.5%에 불과한 우라늄 수입으로 전력의 약 30%를 생산하는 것, 그리고 이를 가스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19조원의 LNG 수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밖에도 UAE 원전 수출 1기당 19조원 이상의 외화 획득, 고용 창출 연간 2만 7450명, 중소기업 매출 470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석탄의 1.5%에 불과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기후변화 대처에 효과적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김학노 부회장은 설명 말미에 “원자력은 연료 가격이 발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해 외부 변동요인에 따른 발전원가 변동이 미미하다”며 “국가 에너지안보 확보에 최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영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등 원전의 지속적 이용은 세계적인 대세”라고 덧붙였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공과를 짚어보고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는 취지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았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는 오는 18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앞두고 이에 대한 얘기들이 오갔다.

황주호 원자력학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는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의 모범적 사례가 됐다. 고리 1호기 하나만으로도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 크다”며 “그러나 이제부터는 국민 우려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갈 것인지, 에너지믹스에 있어서의 역할과 공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념사에 나선 이종훈 한전 前 사장은 “지금 풍미하는 반핵 분위기 때문에 차세대의 원전 노형 기술개발까지 소홀히 하여 지금까지 쌓아온 원자력 기술이 사장되고 기술진이 흩어진다면 우리나라는 영영 기술낙오 국가로 전락해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세대로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고리1호기 약사 발표에서 “고리1호기 건설과 시운전, 운영 등 각 분야에서 양성된 인력들이 30년간 지속적으로 20기의 원전을 건설, 운영하며 기술력을 축적해 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세계 원자력 강국이 됐다”며 “향후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 이후 수행되는 해체와 폐기물 관리를 통해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의 전주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고리 1호기 퇴역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이날 행사에서는 원자력이 온실가스, 미세먼지에 대응한 유력한 대안이라는 내용을 비롯해 원자력 민영화 방안, 원전 해체 전 활용 방안 등 주목할 내용이 많았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원자력 40년의 성과와 공헌’ 발표문에서 “원자력은 안정적 전력공급과 낮은 전기요금 유지에 기여함으로써 OECD 평균 대비 낮은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대응의 유력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노 연구위원에 따르면 3조kWh를 하루(over-night)에 화력발전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할 때 대체 전력생산비용은 445조 4000억원이 소요된다. 이는 2014년 GDP의 23% 수준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20억톤이 증가한다. 또한 원전 대체발전원에 따라 가스 14조원, 신재생 43조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을 예상했다.

이밖에도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원전산업 민영화 검토, 고리 1호기의 역사적 의미 재정립과 공유 필요, 영구정지 후 활용계획 구체화 법적 기반 마련 등의 의견들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오는 18일 영구 정지될 예정인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명실공히 한국 원전을 대표하는 원자력발전소로 자리매김해왔다.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고리 1호기를 필두로 한 후속 원자력발전소들은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준국산 에너지원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건설 기술과 운영 기술을 개발해 원전설계 기술 표준화를 거쳐 원전 수출을 달성한 원전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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