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산업계, 원전 축소정책 대응 논의
인력 감축 불가피…원천기술도 ‘물거품’

[에너지신문] 국내 원자력산업 유관기업들이 새정부의 원전 축소정책과 관련, 대응에 나섰다. 이는 3만여명에 달하는 원자력산업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8일 서울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퇴역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들은 별도의 모임을 갖고 노후원전 중단 및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검토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탈원전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반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700여개 원자력산업 공급업체 및 관련 기업 근로자 3만여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건설 원자력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원천기술 사장’도 큰 고민거리다. 10여년간 연인원 8000여명을 투입, 과거 웨스팅하우스에 100% 의존해왔던 MMIS(원전계측제어시스템)의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했으나,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원천기술 및 인력을 유지해야 할 명분이 소멸된다는 것이다. 원전 건설 중단 후 재개 시 원천기술의 즉시 대응이 불가능하고, 결국 어렵게 확보한 원천기술의 사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보유하고 있는 3대 핵심기술(원전설계핵심코드, 핵심 원전계측제어시스템, 원자로냉각재펌프) 중 중소기업 주도로 개발된 핵심 원전계측제어시스템의 경우 사업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원천기술 사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고가 정책을 견지하거나, 최악의 경우 중국 등 제3국으로 원천기술 매각도 우려된다.

업종 전환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자금력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업종 전환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렵게 업종을 전환하더라도 새로운 업종이 사업적 안정을 확보할 때까지 투입되는 인건비, 시설투자비 등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12월 현재 총 25기의 원전 운영과 5기의 신규원전 건설로 한 해 동안 약 36조 2000억원에 이르는 생산유발 및 연인원 9만 2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산업계는 원자력산업이 국내 인력 및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기술집약적 중소기업형 사업’으로,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한 신규원전 건설 중단은 기업의 인력 유지 및 공급망 붕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원전 관련 소재 및 부품 공급사의 90%가 중소기업이며, 건설(시공) 역시 대부분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

특히 신고리 5,6호기는 신한울 1,2호기 건설 이후 추가수주가 없어 경영난에 직면했던 원자력산업계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산업회의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국내 원자력산업의 총 매출액은 26조 6324억원으로 전년대비 6% 증가했다.

무엇보다 업계는 국내에서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그간 쌓아 온 경험과 기술을 잃게 돼 해외 수출의 기회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인력 감축은 결국 기 납품된 신한울 1,2호기의 시운전은 물론 준공 후 운영, 유지보수, 예비품공급 등에 영향을 끼쳐 원전의 안전 운영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여건상 원자력발전 없는 에너지정책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시설 보강과 신기술 적용으로 원전 안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참여한 원자력 유관기업들은 생존권을 사수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결의하고, 향후 적극적인 대정부 건의 및 자체 대응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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