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전문가들 열띤 공방, 결론은 '無'
에너지믹스는 딜레마..."공론화 전제돼야"

[에너지신문] 현재 수립 중인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될 에너지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각각 원자력의 유지 및 신재생 확산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논쟁을 벌였으나 여전히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 2차 패널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의 주제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바란다’였다.

이날 토론회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8차 전력수급계획상에 반영되길 바라는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으나 실제로는 원자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과 신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쪽의 주장이 서로 치열한 논리적 공방을 펼친 자리였다.

▲ 토론회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들이 전문가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새정부 집권 이후의 ‘에너지믹스 논쟁’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전통적인 ‘경제급전 원칙’에 ‘환경급전 원칙’을 법적으로 부과하면서 에너지믹스 변화에 시동이 걸렸다. 여기에 후쿠시마 사태와 경주지진 등으로 여건이 변화한 상황에서 진보정부의 출현으로 에너지믹스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문제는 에너지믹스의 방향이다. 김창섭 교수는 “에너지믹스 변경의 문제는 착한 믹스와 나쁜 믹스가 아니라, 딜레마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신규석탄 및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딜레마를 들 수 있다. 새정부는 석탄발전 9기의 중단을 공약했으나 이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사업권에 대한 무리한 권한남용으로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송전선 건설부담이 없어져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를 예로 들면, 부산지역의 원전설비 집중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사고발생시 피해비용도 천문학적이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가 탈원전의 시작점일 경우 우리나라 믹스는 LNG일변도로 급격히 전환할 전망이다. 이는 엄청난 수입비용 증대 뿐 아니라 전통적인 에너지안보 정책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원전산업의 급격한 붕괴도 우려된다.

따라서 에너지믹스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조정, 즉 공론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실질적으로 이해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저 의지의 천명에 불과하다는 것.

기술적 문제, 형평성, 환경성, 경제성, 수급안정을 면밀히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산업계, 소비자, 시민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격렬한 논쟁’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창섭 교수의 견해다.

이어 진행된 전문가 발제에서는 각각 석탄과 원자력, 신재생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열띤 논쟁을 펼쳤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많아졌다”며 “원전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체르노빌 뿐”이라고 밝혔다.

주 교수에 따르면 50년간 가동된 전세계 580여기 원전의 누적 가동연수는 1만 7000년으로 이중 지진에 따른 피해는 전무하다.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지진이 아닌 쓰나미가 원인이라는 것이 주 교수의 주장이다.

주 교수는 “탈원전 시 LNG발전의 증가로 비용이 크게 오르게 된다”며 “이는 민간발전사들의 이익만 보전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문가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화력발전을 대변해 참석한 서정세 경상대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로드맵 구축을 촉구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미세먼지 완화를 위한 마치 ‘이벤트성’으로 취급하면서 석탄화력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는 공급 불안정 및 기술적 발전이 더뎌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벤트성이나 충격요법이 아닌 지역적 여건 및 시기를 감안, 정책이 기술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상의해 로드맵을 구축하고 이를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서 교수의 주장이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가인 이상훈 녹색에너지연구소 소장은 “2030년 20%라는 목표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지만 우리나라로 보면 큰 목표임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전원이기 때문에 기술변화에 민감하다”며 “지금부터 재생에너지 확산에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환경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지난 7차 전력수급계획을 수요예측에 실패한 ‘잘못된 전제’라고 평가했다.

7차 수급계획의 예측과 달리 현재 전력수급은 둔화단계로, 여기에 맞춰 8차 수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최대전력소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 양이원영 처장의 주장이다.

양이원영 처장은 “가정용 미니태양광 등이 도심지역 최대전력소비 둔화 역할 할 것으로 본다”며 “최대전력수요 관리 및 현실적인 수요전망을 통해 (원자력‧석탄)발전소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최대 11조원의 비용 발생을 유발한다는 최근 에경연 발표에 대해 “발전량과 LNG 수입량을 다르게 계산했으며, 현재 신재생 발전단가가 2030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 것도 오류”라고 지적했다.

김용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국장)은 “정부는 전력수급 안정화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전력수요에 관한 모형을 5개 정도 검토 중이며 이달 중 기초연구가 끝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양한 의견들을 잘 반영해 8차 전력수급계획을 차질 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약속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이날 토론회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의 논쟁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여전히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8차 전력수급계획 확정까지 험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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