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2000원까지 올리면 유류세수 18조원 늘어
전문가 “유가보조금 있으면 반쪽 세제개편”

▲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공청회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

[에너지신문] 현재보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리더라도 미세먼지 감축효과는 미미한 반면 유류세는 18조원 이상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유에 대한 유가보조금이 현행대로 유지되거나 확대된다면 큰 성과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조세재정연구원ㆍ환경정책평가연구원ㆍ교통연구원ㆍ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이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공동진행한 에너지 세제개편 연구용역안을 발표하고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자리를 4일 마련했다.

공청회에서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은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이동규 센터장은 발표에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을 통해 미세먼지 특별대책으로 인한 미세먼지 저감효과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반대급부라고 할 수 있는 산업, 환경, 교통 등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분석했다.

▲유류세 인상폭 클수록 미세먼지ㆍ경제활동 위축

연구용역안은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 조정과 관련해 10개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보고서는 2014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CAPSS)과 2015년 평균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경유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120%까지 올리는 시나리오1(100:120:70), 경유를 휘발유와 동일하게 올리고 LPG를 65%까지 올리는 시나리오3(100:100:65), 경유를 휘발유 가격의 120%로 올리고 LPG가격도 70%까지 올리는 시나리오10(100:120:70)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휘발유 유류세 150원 추가과세를 전제로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시나리오 4~6)은 시나리오는 만들어졌지만 논의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설명하던 이동규 센터장은 “무조건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 현행유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유류세 인상폭이 가장 작고 세수중립을 가정한 시나리오8(100:90:50)에서는 미세먼지 감축효과가 0.1%, 질소산화물 감축효과는 0.3%,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없었으며, 일산화탄소는 오히려 0.2% 증가했다. 유류세 인상폭이 가장 큰 시나리오 10(100:121:68.4)의 경우 미세먼지 감축효과가 2.8%, 질소산화물 감축효과가 7.8%,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2.0%, 일산화탄소 감축효과는 2.5%에 이르러 유류세 인상폭이 클수록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감축을 목적으로 수송용 세제개편 작업에 착수했지만, 시나리오10은 경유가격을 리터당 2000원 이상으로 올리는데 효과는 떨어진다는 평이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제조업 연소 때문이고, 자동차 등의 도로이동 오염원 비중은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유나 휘발유 등 수송용 에너지 소비는 장기적으로 가격에 비탄력적인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나리오별 환경피해비용은 장기균형에서의 기준점대비 시나리오별로 최소 1695억원에서 최대 2조 3135억원까지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류세 인상에 의한 경제활동 위축은 1차에너지와 최종에너지의 소비자 세율조정 8년차에 각각 0.15~2.73%, 0.20~3.53% 감소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0.20~3.5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한 파급효과는 유류세 인상폭이 큰 시나리오일수록 국내총생산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였다.

또한 세수중립을 가정한 시나리오(시나리오 7~8)에서는 실질국내총생산 감소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추정됐다. 유류세 조정으로 생산활동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산업부문은 농축수산임업, 광업, 제조업, 건설업 등이다. 제조업 중에서는 정유업종 생산량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나 전체 제조업 생산량 감소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송용 석유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업 등에서는 오히려 생산량이 증가하는 결과가 예상된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생산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행거리는 유가변화 근거로는 기준대비 -7.13~0.16%, 장기균형 수요량 변화율 근거로는 기준대비 -8.28~-0.23% 변화할 것으로 추정됐다.

1차에너지 및 최종에너지 소비는 각각 -2.73~-0.15%, -3.53~-0.20% 변화하며, 소비자물가지수는 -0.84~-0.02% 변화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시나리오에 따라 국가물류비는 최저 1.64%에서 57.07%까지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수 증가 효과는 최소 5180억원에서 최대 18조 1535억원까지 증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 유가보조금에 부정적

한편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관계자들은 경유세에 대한 유가보조금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은 △구윤모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성명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온기운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원두한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등이 진행했다.

첫 토론자였던 성명재 교수는 “유가보조금 문제를 놔두면 세제개편 효과는 반쪽짜리가 된다”라며 “유가보조금 지급대상인 화물트럭 등의 개인자영업자가 가진 문제는 경유값이 아니라 떨어지는 소득이다. 가격이 아니라 소득정책으로 개인자영업자를 지원해야 유류세 개편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온기운 교수 역시 “시나리오를 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그 의문점 중 하나가 유가보조금이다”라며 “경유 소비량 40%에 보조금을 지급하다보니 대기오염물질 감소효과와 혼잡비용이 줄지 않는다. 근본적인 것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불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유가보조금에 대해 뜻을 같이 했다.

아울러 원두한 교수는 “경유 중에서도 화물차가 가장 많은 오염을 발생시키는데, 유가보조금이 지급되는 이상 이 부분의 소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보다는 소득보조를 해주는 것이 본질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훈 소장 역시 “유가보조금이 사라지는 형태로 정부정책이 가야 한다”며 “유가보조금을 축소하면서 표준운송원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보조금 제도는 지난 2000년 에너지세제 개편에 따라 경유와 LPG에 따른 유류세 인상분을 보조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현재도 현상 유지되고 있다.

화물차로 인한 경유소비량 중 유가보조금을 적용받은 소비량은 대략 40%를 차지한다. 2015년 경유소비량 중 약 471만킬로리터로 이에 대한 유가보조금은 총 1조 6259억원이었다. 하지만 유가보조금을 수령하는 화물차 대수는 전체 화물차 325만대의 10.6%인 34만 4000대에 불과해 10.6%의 화물차가 전체 수송용 경유의 40%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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