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대학 교수 417인, '책임성 있는 정책수립' 촉구
원전 유지 필요성 강조하며 "공론화에 국회 나서라"

[에너지신문] 원자력을 필두로 건설, 기계전공 교수들이 정부의 ‘책임성 있는 에너지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탈원전과 관련, 합리적인 에너지 공론화를 주장하면서 국회가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해 주목받고 있다.

전국 60개 대학 417명의 전임교수들이 참여한 ‘책임성 있는 에너지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전문가 의견수렴과 합리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장기 전력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운데)가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미 2008년에 수립돼 매 5년마다 보완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2년마다 수정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숙의를 통해 수정해야 한다. 대통령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논하기 위해서는 탈원전의 당위성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숙의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은 민생부담 증가, 수급불안정, 산업경쟁력 약화 등을 야기하는 것”이라며 “값싼 전기로 국민들에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해온 원자력산업을 말살시키는 탈원전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학계는 국회를 비롯한 국가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체계를 작동시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전문가 참여 및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거쳐 장기 전력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학계는 “확고한 탈원전을 정당화할 만큼 우리 원전의 안전성이 낮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세계 원전의 누적 가동연수는 총 1만 7100년에 이르지만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의 경우 지진이 아닌 쓰나미가 원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탈원전의 경제적 부담은 서민과 중소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LNG발전은 파이프라인으로 연료를 공급하는 미국, 유럽의 가스발전에 비해 연료가격이 2배 이상 비싸다는 것. 원전을 신재생과 LNG로 대체할 경우 연간 2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복지와 사회보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원전산업 퇴보에 따른 일자리 축소와 수출 중단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NG발전비용의 90%는 연료비로 해외에 유출되는 반면 원전은 90% 이상의 발전비용이 국내 산업계로 돌아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처럼 24기의 원전 운영과 4기 건설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36조 2000억원이 달하며 고용유발효과도 연간 9만 2000명 수준이 이른다.

원전산업 생태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은 판로가 막혀 공급망에서 이탈, 산업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출 타격으로 이어져 어렵게 수출경쟁력을 확보한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게 학계의 주장이다.

학계는 이밖에도 LNG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적자 발생,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LNG 공급안정성 문제에 따른 에너지안보 취약, 이산화탄소 저감이 어려워지는 부분 등을 들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성명서 발표는 지난달 8일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력학계 중심이었던 1차 발표때와 달리 건설, 기계, 항공우주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1차 성명서 발표의 2배 이상 참여인원이 늘어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이 향후 학계와의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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