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토론회서 양측 팽팽한 주장 펼쳐
입장차 ‘극과 극’ 여전…논란 장기화 조짐

[에너지신문] 우리나라가 정부의 의지처럼 ‘탈원전 시대’로 갈 수 있을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각자의 논리와 주장을 펼치며 탈원전의 정당성 여부와 함께 탈원전이 정말로 가능한지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26일 국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제안’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사회, 탈원전의 시대로 갈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탈원전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야 정치인들의 축사에서부터 찬반 논쟁이 시작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020년이 되면 원전보다 재생에너지가 저렴해진다”며 “전력수급 문제는 LNG발전의 가동률을 높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공론화는 엄밀히 말해 탈원전에 대한 공론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탈원전 자체에 대한 공론화가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공론화와 정부에 의해 임명된 시민배심원단이 좌우하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현행법상으로는 원안위가 결정하는 게 맞다. 정부의 공론화 결정은 너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임기 5년의 문재인 정부가 30년 이상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결과에 관계없이 국민에 의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그간 정부와 학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던 것이 국민들에 의해 결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한국사회, 탈원전의 시대로 갈 수 있는가?'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에너지전환 실현을 위한 원자력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 교수는 “탈원전을 반대해도 에너지전환은 어차피 실현된다. 다만 문제는 ‘언제인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원전제로’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가 먼저 확고하게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는 “에너지전환의 의지를 가진 현 정권이 20년 가까지 집권해야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에너지전환이 성공할 가능성이 가시화될 때 진보와 보수 정당들의 합의사항으로 에너지전환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백지화를 강행할 경우 오히려 에너지전환 실현 시점이 멀어질 수 있다”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계속하되 다른 노후원전을 일찍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정당성을 결여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를 실시했다. 주한규 교수는 “원전 안전에 대한 사실 왜곡과 과장이 만연하고 있다”며 “이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원전사고 빈도 및 방사성 물질 배출량 과장, 후쿠시마 원인 및 피해 과장 등 반핵단체의 사실 왜곡 및 위험 과장이 지금의 원전 불신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주 교수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단일부지 다수기 원전안전성 논란에 대해 “신고리 5,6호기 리스크를 단순 합산하면 부지 리스크는 증가하지만 2017년 고리 1호기 폐쇄 후 부리 리스크의 총량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원전이 비중이 늘고 있는 국가는 인도,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된다”며 “전세계적으로 보면 원전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탈원전 여부는 확실한 펙트를 기반으로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다수호기의 확률론적 안전성평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을 서둘렀다”며 “따라서 신고리 5,6호기는 백지화로 가는 것이 맞다”고 명확히 강조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원전‧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LNG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노후원전과 석탄화력이 폐지되고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2020년대 중반이 되면 전력수급의 어려움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노 연구위원은 특히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국가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급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전환의 실현 가능성도 문제지만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탈원전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일부 국가에서 원전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나 신규원전을 건설하는, 또는 검토하는 국가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수원은 40년간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해왔다”며 “지진과 원전을 결부시키면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여론 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은 공론화는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지금의 공론화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다시 얘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는 전문가들 간 시각 및 입장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신고리 5ㅡ6호기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