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학회 "전력수입 줄이는 '에너지안보' 위해"

[에너지신문] 원자력학계가 영국의 원전 확대 추세를 언급하며 탈원전 정책 재검토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30일 원자력학회에 따르면 “탈원전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는 원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1956년 세계 최초로 원전 가동을 시작한 영국은 2035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2017년 7월 기준 8.9GW)보다 약 76%(15.6GW)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에너지 안보 확보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그리고 국민들의 원전 안전과 정부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라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1990년대부터 전력산업 민영화를 진행했던 영국은 원전에 비해 단기간에 투자가 회수되는 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어 필요한 전력을 공급했다. 이는 영국 원자력 산업이 핵무기 개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대중이 선호하지 않았고 한동안 건설 중단으로 원전산업 기반을 잃은 나머지 원자력산업을 재개하려니 원가가 비싸진 탓이다.

영국이 저렴하지도 않은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다. 영국의 에너지기후변화부(DECC)에서는 석탄발전소 전면 폐쇄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원자력을 선택했다. 특히 2000년부터는 전원 구성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던 석탄발전을 30% 이하로 줄였으며 2025년까지는 석탄발전소를 완전 폐쇄할 방침이다.

엠버 러드 前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은 “원전은 향후 10년 내 영국 전체 발전량의 최대 30%까지 차지할 전망”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원전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에너지안보를 들 수 있다. 영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05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북해 유전은 빠르게 매장량이 감소하며 머지않아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유전이 고갈된다면 영국은 더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과도한 에너지 수입 의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영국은 유럽 대륙으로부터 전력을 수입할 수 있지만 전력 수입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도 에너지안보에 위협이 된다. 따라서 전력 수입을 일정 비중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 원자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세 번째 이유는 영국 국민과 정부 간에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영국 원자력규제청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산업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원전 및 원자력시설의 운영을 축소시킬 이유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방사성물질과 그 방어책, 원자력 발전기술, 안전 위기 관리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로 영국 대다수 국민들은 원자력규제청 발표에 신뢰를 보냈다.

이는 NIA(Nuclear Industry Association)가 발표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4~2015년 기간 동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11년 6월의 조사를 제외하고는,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찬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반대 측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영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원전을 선택할 필요성이 더 적다. 북해 유전이 있고, 섬나라이지만 유럽대륙 전력망에서 전력 수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천연자원도 전무하고 전력 수입도 불가능한 ‘에너지 섬나라’다.

또한 영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45% 수준이면서도 에너지안보를 위해 원자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는 95%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원자력 발전단가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

최근 국내의 에너지 정책 논란을 보면 “미래의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는 늘리고 원전은 줄여나가야 한다”는 대립 구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원자력학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적인 특성 때문에 함께할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독일이 '신재생+석탄'으로, 영국이 '신재생+원전'으로 가고 있듯이 신재생과 원자력은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서로 보완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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