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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방 에너지정책, 방법의 다양성에 귀 기울여야
김효선 극지연구소 미래전략실장
2017년 09월 18일 (월) 15:33:58 에너지신문 energynews@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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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경제협력위원회 출범과 국내 천연가스 허브 구축

중국 활용과 서두르지 않는 자세 필요
과학외교 등 다양한 협상카드 활용해야

[에너지신문] 신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그동안 억눌렸던 천연가스 수요가 정상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과거 정부가 석탄발전을 과도하게 많이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배출권거래를 비롯한 기후정책이 조롱을 받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산적한 숙제가 많지만 정상화를 위한 진통이 예상된다.

파리합의문 채택 등으로 글로벌 기후정책 트렌드는 천연가스 수요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가스시장은 미국이 LNG 공급을 주도하는 반면, 아시아가 LNG 수요를 견인한다. 특히 2035년의 아시아시장은 수요대비 1억 6000만톤의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국내만 하더라도 BAU 대비 최소 1500만톤의 추가수요(2029년 기준)가 발생한다.

이러한 시점에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미션은 무엇일까? 북한을 겨냥했다면 통일부가 있고, 러시아 천연가스를 도입하려면 산업부가 있다. 북핵 문제가 대북정책의 걸림돌이라면 외교부의 맹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바로 개별부처의 힘만으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북핵문제에만 몰입하게 되면 민생경제를 뒷전으로 한다는 정치적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다. 따라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개별부처의 사각지대를 살피는 기능을 통해 한-러 관계를 회복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대의명분’과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실리외교’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점에 과연 주변정세가 우리 편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푸틴의 극동개발 정책으로 해외투자유치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극동개발의 필요성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쪽에 편중된 지역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연해주 내 15개 지역)을 비롯해 극동러 12개 선도개발구역을 선정했다. KOTRA 자료에 의하면, 러시아는 투자유치를 위해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세법 및 관련 법률 개정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방경제포럼’ 등을 활용해 극동지역의 인프라 및 산업개발을 위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푸틴이 동쪽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는 다분히 서쪽에 지역경제가 치우쳐져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LNG 강호 카타르를 잡고 싶은 게다.

즉 전 세계 LNG 시장의 1/3을 점유하는 카타르의 공급량에 버금가는 북극가스를 위한 판로를 북극항로를 통해 개척하고자 함이다. 서방제재 등 냉각된 유럽과의 관계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대외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하는 한편, 동시에 자원의존형 경제에서 산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문제는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리미아 합병에 대해 유럽과 미국이 대러제재를 발동하고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직후인 7월에 이른바 분야별 제재로 발전된 부분이다. 미국과 유럽이 타깃으로 삼은 사업부문은 석유가스산업으로, 러시아 영내의 북극해(유럽은 북극을 지목)와 셰일층 개발에서의 관련물품의 실질적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가 시작돼 같은 해 서비스부문으로 확대된 것이다. 다행히 유럽에 수급불안을 조장할 것을 우려해 러시아 내에서의 석유가스 생산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러시아가 추진 중인 북극권 개발은 △Gazprom을 통한 보바넨코스코예 가스전(야말반도, 육상, 2012년 생산개시) △Gazprom Neft(Gazprom의 석유개발부문 자회사, 시브네프트 인수로 2005년 탄생)의 프리라즐롬노예유전(바렌츠해, 수심 19m, 2013년 생산 개시) △노보포르토프스코예 유전(야말반도, 육상, 2014년 생산 개시) △Rosneft 및 ExxonMobil(제재 발동 후 철수) 및 동부 프리노보제멜스키 1~3 광구(카라해, 수심 81m, 2014년 대규모 오일가스 부존 확인) △Gazprom Neft 및 Rosneft의 메소야흐스코예 유전(기단반도, 육상, 2016년 동부 메소야흐스코예 유전에서 생산 개시), 하탄그스키 광구(랍테프해, 수심 32m) △NOVATEK의 야말 LNG프로젝트(야말반도, 육상, 2017년 LNG시설 가동 개시) 등이다.

이밖에 △Gazprom의 사할린 3 키린스키 광구(오호츠크해, 수심 90m, 2013년 시험생산 개시)가 진척을 보이고 있으며, △Rosneft가 Statoil과 합의한 리샨스키 광구를 들 수 있다. 또한 서부 시베리아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셰일층으로 불리는 바제노프층도 미국 기술제재에도 불구하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기술제재가 러시아 자국의 기술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유가가 최고치를 경신할 때(2008년) 외자규제법을 통과시켜 북극해를 포함한 대륙붕 개발을 주로 푸틴의 오른팔과 왼팔인 로즈네프트와 가즈프롬에 한정했다. 이는 육상광구에 대해 러시아 민간기업, 즉 NOVATEK이 육상광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을 의미한다.

외자투입에 대해서도 민간자본인지 아닌지에 따라 북극해와 같은 해양광구의 경우 사전협의 요건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해상광구의 경우 외자 참여조건을 지분 50% 미만으로 하되, 민간자본의 경우 사전협의가 필요 없지만 외국계 자본이 정부관련 기관일 경우 사전협의를 조건으로 걸고 있다.

러시아 유가스 업종에서 민간자본으로 이루어진 NOVATEK의 경우 육상광구인 야말반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카타르에 버금가는 공급여력을 자랑한다고 홍보한 이 야말 LNG 사업은 중국의 국영펀드 실크로드 기금이 9.9% 투입되고 일본의 JBIC가 2억유로 융자를 약속하면서 미국의 경제제재를 극복했다.

게다가 투자비의 1/3이 소요되는 북극항로를 개척하겠다고 나서면서 푸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생산규모가 Gazprom의 1/5밖에 안되지만 Gazprom의 절반에 해당하는 순이익(2016년 기준, 38억 달러)을 냄으로써 재무건전성을 자랑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동아시아의 수요급증을 채울 공급선으로서 주목을 받을 만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미·러·북·중 각축 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출범 의미 있어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러시아의 러브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공급여력을 확보했다고 안심해야 할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러시아를 가까이 하면 미국이 화를 내고 중국이 토라진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멀리하면 미국에 군사외교는 물론 에너지까지 의존하는 꼴이 된다. 대북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출범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는 석유개발기술에 필요한 물품 수입을 금지하는 데서 출발해 서비스까지 확대됐고 직접 개별기업 Gazprom, LUKEOIL, Rosneft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후 2016년 12월 NOVATEK과 Transneft의 자회사까지 지목하는데 이르렀는데 이는 미국이 러시아산 북극 에너지에 대한 잠재력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EU의 대러 공조제재에 혼선이 시작됐는데 그것은 직접적인 러시아 압박이 크리미아 정세에 실효성이 없고 비즈니스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용 Nord Strem을 타깃으로 하는 추가 경제제재에 대해 메르켈 총리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기자재 수입으로 기술제재를 압박하는 효과가 오히려 수입의존도를 떨어뜨려 루브르 환율악화를 막아줘 재정건전성에 기여하게 됐다.

경제제재를 우회하는 다양한 방안들도 마련됐는데, Rosneft와 BP가 북극해를 포함하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 육상 개발에 합의하면서 BP는 3억달러를 단기융자형태의 캐리 파이낸스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인도는 지난 3월 푸틴이 주재하는 국제북극포럼(필자도 참석)에 참석해 가즈프롬과 인도 ONGC의 대륙붕개발협력에 기술협력을 포함한 MOU를 조인했다.

이상의 노력은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주변정세를 잘 살펴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지금 PNG냐 LNG냐 하는 식의 논쟁은 성급한 가르마 타기이다. 이슈에 불을 지피는 효과는 충분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아니지 않은가? 둘째, 다양한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부처나 개별기업이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때 과학외교와 학술교류를 통해 부드러운 협상분위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 셋째, 중국을 잘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우리가 거쳐 온 성장통을 곧 겪을 것이다. ‘민영화냐 구조개편이냐?’, ‘인프라를 더 확대해야하냐, 아니면 재무건전성을 점검하고 가야하냐'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우리의 공급설비를 통해 가스 스왑을 유도해 명실공히 가스허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챙기자.

앞으로 더 많은 과제가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업계의 생리를 외면하는 외교는 합리성을 담보할 수 없다. 러시아는 해군이 강한 국가다. 북극항로를 통해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아시아시장을 선점하고 싶은 거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 거는 기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더욱 애정을 가지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에 경청하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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