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인프라 여전히 척박…“해외수출에서 해법 찾기”한화·OCI, 제조분야 경쟁력 확보해 해외기업과 경쟁중

한화큐셀, 태양광 분야 수직 계열화 달성
OCI, 말련 공장 인수해 연산 능력 증산

[에너지신문] 한국 태양광 산업이 태동한지 20년이 흘렀다.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은 지난 1987년 ‘대체에너지촉진법’ 제정을 통해 처음 시작된 이후 파리협정과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산산업 보급·확산 계획 발표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도 경제성이 보장되는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기업이 태양광발전소 핵심부품인 모듈 분야에서 생산량 세계 1위로 도약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새 정부도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 상향하겠다고 발표해 국내 시장에 보급·확산 노력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태양광 산업은 국내에서 설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5년에는 총 1GW가 신규 설치돼 세계 7위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살펴볼 때, 한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인프라는 여전히 척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 가운데, 89%에 이르는 800MW가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RPS 제도를 통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태양광 산업이 정부 정책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자들이나 업계 관련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도 2010년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침체기를 벗어난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산업의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국토 면적이 넓지 않고 일사량이 풍부하지 않아 태양광발전소 건설만으로는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대기업들은 제조업 부문에서 세계 상위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태양광발전 산업의 경우 내수보다는 해외 수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누적 생산량은 2014년 178GW에서 2020년 589GW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관련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만큼 물량공급 능력을 갖춰,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파산 등으로 태양광산업의 중심이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태양광 산업은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5위권 업체가 등장하고 있어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겨뤄볼만 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큐셀 태양광모듈 공장.

◆ 한국태양광 산업, 수출위주 전략으로 해법 찾아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에너지·환경문제와 맞물려 2006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85%에 이를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0년 유럽발 경제위기와 중국의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실리콘 가격이 급락하고 모듈가격이 1/3 이하로 폭락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과 일본의 원전사고를 겪으며 조성된 친환경에너지 산업 조성 분위기에 따라 2013년 이후 경제성을 회복하고 있다.  

한국 태양광산업은 1980~9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시작됐고, 민간 기업들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기업들이 주로 진출한 분야는 셀·모듈, 폴리실리콘 등 제조업 분야로 그동안 중국의 저가공세에 고전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최근 동향을 살펴봐도 이러한 상황이 단기간에 바뀔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전 세계 셀·모듈 생산용량이 모두 증가 추세에 있지만 가격 역시 소폭 하락하고 있어 중국 기업과의 비교열위 상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국내 태양광 제조업 분야 매출 70%는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모듈 수출은 2013년 8억 1800만 달러에서 2014년 9억 1700만 달러로 늘었고, 같은 기간 폴리실리콘 수출은 6억 4800만 달러에서 9억 48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 태양광 산업에서 해외수출 실적이 증가 추세를 기록한 단적인 사례다.    

산업 규모를 볼 때 2014년 국내 태양광 제조분야는 135개 기업으로 집계됐다. 총 매출액은 6조 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수출은 2조 5000억원을 달성했고, 고용인원은 8200여명 규모로 나타났다. 매출의 경우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매출과 맞먹는다. 수출은 웬만한 중견기업 연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화그룹이 2009년 10월 울산에 태양광 셀 공장을 완공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8월 독일 큐셀을 인수하면서, 한화큐셀을 출범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OCI는 2006년부터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어 2015년에는 연간 5만 2000톤의 폴리실리콘을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이로써 OCI는 폴리실리콘 분야 세계 3위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등 우리 기업들이 제조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 한화큐셀이 생산한 태양광모듈.

◆ 한화큐셀, 셀·모듈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  
한화큐셀코리아는 전 세계 태양광 셀 생산 1위 기업이다. 지난 2009년 10월 울산에 태양광 셀 공장 완공을 시작으로 2012년 8월 독일 큐셀을 인수하면서 셀·모듈 생산 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동안 한화 그룹은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다. 사업 초기에는 중국 솔라펀과 독일 큐셀을 인수하는 등 과감한 인수합병 전략을 택해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2013년에는 한화케미컬이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으로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셀·모듈 생산공장을 통합하는 등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국내 최초로 달성했다.  

영업실적의 경우, 셀·모듈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지난 3년간 적자를 기록했으나, 최근 전 세계 태양광시장이 호전되면서 2015년 2분기 매출 3908억원, 영업이익 11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큐셀은 2015년 연간실적 발표를 통해 17억9950만달러(2조 942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7660만달러로 전년대비 4.3% 증가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24억 3000만달러(2조 7000억원)의 매출과 2억 700만달러(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34.8%, 영업이익은 226% 증가하며 실적이 급성장했다.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공격적인 투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이어온 글로벌 태양광시장 불황에도 흑자전환을 이룬 것으로 볼 때, 그동안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한화큐셀은 기존 생산 공장이 있는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외에 인도와 중동에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등 수요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셀·모듈 시장이 공급과잉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단기실적을 창출하는 것 보다는 해외 판로개척과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중장기적 접근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화큐셀은 퍼크(PERC, Passivated Emitter Rear Cell) 기술에 한화큐셀만의 고유 생산방식이 적용된 퀀텀셀(Q.ANTUM CELL) 양산에 성공해 기술집약형 태양광발전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퀀텀셀은 지난 2011년 다결정 셀 효율면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고, 2015년에는 퀀텀셀이 적용된 다결정 모듈 효율 면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또한 한화큐셀의 퀀텀셀이 적용된 ‘Q.PLUS’와 퀀텀셀과 스틸프레임이 적용된 고출력 모듈은 각종 박람회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한화큐셀의 이러한 고효율 제품은 지난해 미국, 호주, 터키 등 해외 주요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올해는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 리뉴파워(ReNew Power)와 현지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터키 태양광발전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화큐셀은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모듈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진천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증설작업이 끝나면 모듈 연산능력이 7GW를 넘어서 중국 징코솔라가 보유한 6.7GW를 추월하게 된다. 

이는 한화큐셀이 기술집약적 제품 양산과 생산능력 확대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다. 한화큐셀이 중국 등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한화큐셀은 고부가 가치 셀·모듈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왔다”며 “독일 만하임 R&D센터에서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업스트림’ 분야 강자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OCI가 생산한 폴리실리콘 이미지

◆ OCI, 폴리실리콘 분야 세계 3위권 달성 
OCI는 태양광 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에서 세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OCI는 지난 4월 일본 화학기업 도큐야마로부터 말레이시아 공장을 인수해 폴리실리콘 연산 7만 2000톤을 확보했다. 주요 사업 부분인 폴리실리콘 생산·판매에서 경쟁사들을 물리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OCI 실적은 대폭 개선세를 보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OCI 지난해 매출은 2조 4000억원, 영업이익은 1208억원을 달성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주목할 만한 실적이다. 

전 세계 폴리실리콘 공급과잉 현상이 완화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OCI는 전 세계 폴리실리콘 공급의 1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경쟁사인 중국 GCL은 7만톤, 독일 바커는 6만 7000톤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폴리실리콘 시세는 2010년 이후 kg당 30달러 선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올해 전 세계 태양광발전소 신규 건설이 60GW에 이르면서 폴리실리콘 사업자들은 출하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OCI도 한화큐셀과 같이 말레이시아 공장을 인수하며 중국의 저가공세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알라모7 등 미국 텍사스에서 운영하던 태양광발전소와 자회사 OCI머티리얼즈를 매각하는 등 분산돼있던 그룹 사업 역량을 폴리실리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반덤핑 조사가 예정돼 있어 OCI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벌여 2014년 1월 2.4~48.7%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올해에는 중국 정부가 OCI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다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GCL이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4만톤 늘려 연산능력 11만톤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OCI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OCI는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태양광 패널.

◆ 한국 태양광산업, 제조업 중심에서 매출 다변화 노력 필요 
한국 태양광산업 전체 매출에서 해외수출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분야에서 주요 수입원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태양광산업은 셀·모듈, 폴리실리콘 제조업 중심 사업에서 더 나아가 해외수출 확대, 고부가가치 사업 추진 등 매출 다변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내수 시장의 경제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해외진출을 추진해왔다. 특히 한화큐셀과 OCI이 사업 초반부터 해외수출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한 것을 볼 때, 우리 기업들이 내수 시장보다는 해외에 집중한 전략은 어느 정도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한화큐셀은 셀·모듈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OCI는 폴리실리콘 공장 인수를 통해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셀·모듈, 폴리실리콘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한국 태양광산업의 성공을 위한 긍정적인 사인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R&D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해외 기업들과의 차별화를 이루어져야 한다. 

한동안 우리 기업들은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80년대 정부 주도 사업으로 시작된 태양광 산업이 기업들의 성공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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