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2.5% 급감…4사 중 2사 적자전환
허리케인으로 美 설비중지, 정제마진 급등

[에너지신문] 정유업계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급감해 작년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주주들에게 순익의 최대 69%에 달하는 금액을 중간배당하는 등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자신감의 밑바닥에는 어떤 계산과 전략이 깔려있을까?

그리고 거기에 불안 요인은 없을까? 정유업계의 하반기 시장을 예측해 봤다.

▲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서산공장 전경.

◆총 매출액 54조…지난해 대비 77.5%

한국 정유업계를 지탱하는 4대 정유사의 매출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져 정유사 하반기 전망에 대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의 총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22.5% 급감한 54조 377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이 21조 9481억원으로 11.2%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조 4255억원으로 27.4%, 당기순이익은 1조 1521억원으로 3.4% 감소했다.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업황은 견조했지만 주요설비 정기 보수 등에 따른 기회손실 비용이 컸다는 분석이다.

S-OIL 역시 적자 전환했다. S-OIL은 올 상반기 9조 8652억원의 매출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9.3% 증가해 업계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507억원, 순이익은 4608억원으로 각각 60.1%, 47.5% 급락했다.

반대로 GS칼텍스는 상반기 매출 14조 22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949억원으로 26.5% 급락했지만 순이익은 6981억원으로 1.8%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4대 정유사 중 상반기 가장 큰 성장을 보였다. 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매출은 8조 3424억원으로 56% 증가했다. 영업이익 5843억원, 순이익 4526억원으로 각각 11.3%, 3.1% 상승했다.

◆정유사 총 중간배당액 5829억원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올해 상반기는 신통치 않은 결과가 나왔지만 정유사들은 하반기에 큰 수익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속내는 정유사들이 주주들에게 지급한 중간배당과 지급한 보수를 보더라도 드러난다.

SK이노베이션은 주당 1600원, 총 1491억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상반기 순이익의 12.9%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순익인 4255억원의 69%를 배당해 2941억원의 중간배당을 진행했다. 또한 S-OIL은 1397억원을, GS오일뱅크는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로 최저 4300만원에서 최고 718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기준 1억원을 넘는 곳은 4대 정유사 중 3개사나 됐다.

상반기 가장 높은 보수를 지급한 곳은 S-OIL이었다. 직원 1인당 7180만원씩 지급하며 7100만원의 SK이노베이션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반기 보수 인상폭은 각각 S-OIL이 8.8%, SK이노베이션이 9.2%였다.

GS칼텍스는 지난해 5400만원에서 올해 6104만원으로 13% 상승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유일하게 4400만원에서 4300만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 나사가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하비'의 사진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해 지난 28일 공개했다.

◆허리케인·드라이빙 시즌 등으로 정제마진 급등

정유사의 이런 모습에는 예기치 못한 정제마진 급등이 밑바탕으로 깔려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얻는 이익을 말한다. 정유사라는 이름답게 정제마진은 정유사 수익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는 2분기에 주춤했던 정유업계의 실적이 정제마진 급등을 통해 3분기에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지표로 사용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8월 배럴당 8달러를 돌파했고 월말에는 10달러까지 급등하는 등 연중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정제마진 호조는 원유 공급가격보다는 석유제품의 가격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7월말 49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49~51달러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반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7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정제마진이 늘고 있다.

싱가폴 기준 휘발유 가격은 7월말 배럴당 58달러에서 최근 64달러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경유는 60달러에서 65달러로 올랐다. 정유 업계에서는 미국 드라이빙 시즌으로 휘발유와 경유 제품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서 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주요 정유시설을 강타하면서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상당한 수혜를 입은 일도 있었다. 하비가 휩쓴 텍사스 지역에는 미국 전체 정제설비의 25% 가량이 몰려있다. 하비로 인해 이 지역 정유공장 대부분이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제마진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가동이 중단된 공장을 다시 돌리는데 최소 한 달이 넘게 걸리는 정유업계의 특성 때문에 텍사스 지역 정유시설이 복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침수나 화재 등 치명적인 피해를 본 공장의 경우 복구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도 대형 정유사 정기보수, 유럽 최대 정유사인 더치 쉘의 설비 화재 등 일부 글로벌 업체의 생산 라인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국내 업체의 제품 판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비정유 수익에서 멈추지 않고 먹거리 창출

환경규제와 중국산 경유 수입…불안 남아

▲ Petro China의 오일탱크 단지.

◆미국산 원유도입, 수익에 가세

정유사들의 미국산 원유 도입 행렬 역시 하반기 수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가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면서 S-OIL을 제외한 국내 정유사들의 수입선 다변화 속도가 탄력을 받고 있다.

SK에너지는 7월 미국산 원유 100만배럴 수입을 계약해 10월 중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로써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인 S-OIL을 제외한 국내 정유사들 모두 미국산 원유를 들여오게 됐다.

앞서 GS칼텍스가 지난해 말 미국산 원유 100만배럴을 수입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에도 50만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추가 수입했다. 또한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총 300만 배럴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4월 계약을 체결한 미국산 원유 200만배럴을 충남 대산공장에 들여와 제품화했다.

정유사들의 미국산 원유 도입은 80%에 달하는 중동산 의존도 낮추기, 한미 FTA 협정세율 및 멕시코산 원유 Co-loading을 통한 운임 절감 등을 노린 것이다. 정유사들은 향후에도 원유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직까지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지 않은 S-OIL은 사우디 아람코와의 장기원유도입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원유 도입에 대해서는 아예 계획해두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등 신규 먹거리 창출

한편 각 정유사들은 비정유 수익에서 멈추지 않고 신규 먹거리 창출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 부문 성장을 위해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이사회에서 배터리 생산설비 5, 6호기 추가 증설에 필요한 투자 건을 결의했고 생산설비 건설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예상보다 빠르게 증설 중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유럽 향 물량공급 개시 시점에 맞춰 공사기간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제2공장동과 신규 생산라인의 증설이 끝나면 SK이노베이션의 기존 1.1GWh급 생산 규모는 단 번에 약 네 배 수준인 3.9GWh 수준이 된다.

이는 연간 약 14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하반기에는 모든 설비가 정상가동을 시작해 3.9GWh의 최대 생산량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생산설비에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개념을 적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SK이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스마트 팩토리 모델에는 △전 공정 설비 자동화 △빅 데이터 기반의 설비 운영 모델 고도화 △제조 운영 관련 중앙관리 시스템 등이 적용된다.

신규 생산설비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이 지속적으로 추가 수주해 온 글로벌 프로젝트에 전량 공급된다.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설비를 포함해 모든 설비를 100% 가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2023년까지의 생산량을 모두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는 수주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500억원 규모의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를 여수에 건설하고 있다.

GS칼텍스가 특히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부탄올은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사탕수수대, 옥수수대에서 뽑아내는 연료로, 디젤 등 수송용 연료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잉크 등 다양한 생활용품의 원료로도 쓰인다.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에탄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휘발유와 혼합해 사용할 경우 연비 손실이 적다는 강점이 있다.

GS칼텍스는 2007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해 약 10년 간의 연구 끝에 바이오부탄올 양산에 필요한 관련 기술들을 확보하고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는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또한 GS칼텍스는 2013년부터 체코에서 복합수지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멕시코 생산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초부터 복합수지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다

국내 정유사 중 복합 수지를 생산하는 곳은 GS칼텍스가 유일하다. 복합수지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의 부품재료로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어 추가 수익원으로 유망하다.

S-OIL은 총 4조 8000억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복합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잔사유 고도화 설비가 완공되면 하루 7만 6000배럴의 잔사유를 프로필렌,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올레핀 다운스트림 복합단지 역시 연 40만 5000톤의 폴리프로필렌(PP) 및 연 30만 톤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할 전망이다.

S-OIL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 2조 5000억원의 수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잔사유 고도화 시설은 원유세어 가스, 경질유 등을 추출한 뒤 남는 값싼 잔사유를 처리해 프로필렌, 휘발유 등의 고부가 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같은 양의 원유를 투입하면서도 가치가 높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 원가 절감과 수익성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은 프로필렌을 원료로 해 폴리프로필렌(PP)과 산화 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혼합자일렌(MX) 공장을 준공하고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또한 국내 정유사 최초로 카본블랙 사업에 진출했다.

혼합자일렌 공장은 건립에만 총 1조 2000억원이 투입됐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에 들어선 MX공장은 하루 13만 배럴의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를 각각 연 120만톤, 100만톤 생산한다. 또한 경유 및 항공유 등 석유제품 역시 하루에 약 5만배럴을 생산한다.

▲ 바이오부탄올은 차세대 연료로 각광 받고 있다.

◆지속되는 환경규제, 설욕 가능할까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작년의 3/4에 불과하지만 정유사들은 곧 다가올 하반기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 호조, 사업의 다각화, 원유수입선의 다변화 등 수익 증대를 위해 과감한 변화를 진행 중이다. 다만 불안한 부분도 있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가해지는 환경규제는 정유사에게 고심거리로 남아있다.

현재 환경부는 수도권 미세먼지의 29%가 경유차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해 경유차 규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유는 정유사의 수익에서 휘발유·석유화학과 더불어 한 축을 차지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한 석유제품 총 11억 5467만배럴 중 경유가 3억 3852만배럴로 29%에 해당해 유종별 생산량 기준으로 1위에 해당한다.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경유가 점차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손꼽힌다.

올해부터 중국이 경유의 황 함량을 한국과 같은 수준인 10ppm 이하로 강화하면서 대 중국 경유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났던 것도 잠시. 7월 한 달 동안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경유는 2만 4450배럴로 점차 늘기 시작했다.

올해 수입된 중국산 경유는 총 3만 2000배럴로 국내 한 달 경유 소비량의 0.1% 정도 되는 양에 불과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이렇게 들어온 중국산 경유는 브랜드 정유사의 이름을 걸지 않은 무폴 주유소로 들어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알뜰주유소도 임의로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어 중국산 경유가 유입될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중국산 경유의 가격이다. 가격 7월에 중국에서 들여온 중국산 경유는 리터당 440원, 여기에 관세와 수입부과금을 더해 469원이다.

반면 7월 국내 정유사들의 월간 경유 판매가격은 494원. 중국산 경유가 리터당 25원 더 저렴한 만큼 중국산 경유 수입사가 마진을 얼마나 붙이느냐에 따라 가격차이는 바뀔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가격조건에 따라 대량 수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정유부문 매출액이 상반기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안 속에서 과연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의 초라한 성적표를 설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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