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보완할 값싼 발전원 필요
안전성 갖춘 원자력은 최고의 파트너

[에너지신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정책의 핵심 아젠다인 ‘에너지전환’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과 진통이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논란이 될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원자력과 신재생은 마치 서로 상극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이 두 에너지원을 ‘공생 관계이자 협력 관계’라고 말한다.

본지는 원전과 신재생이 함께 가야하는 이유와 함께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가는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을 준비했다./편집자주

◆전력수급, 신재생만으로는 ‘불가능’

태양광,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는 매년 발전단가가 내려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설치량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RPS(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 시행과 정부 보급사업을 통해 해외에는 못 미치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가 가진 ‘한계’로 인해 단독으로는 전력수급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한계라는 것은 간헐성, 낮은 전력밀도, 입지조건, 수용성 등을 말한다.

태양광은 낮에만 발전이 가능하며 흐리거나 비가 오면 발전이 불가능하다. 풍력 역시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을 할 수 없다. 이같은 간헐성은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백업전원을 이용해야 한다.

정부가 탈원전·탈석탄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백업전원으로는 천연가스와 ESS(에너지저장장치)가 유력하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로 가격 변동이 잦고 에너지안보에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ESS의 경우 아직까지 대용량 전원을 백업하기에는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재생에너지의 낮은 전력밀도도 어려움을 유발한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사량이 적고 평균 풍속도 낮다. 즉 같은 규모의 설비를 설치하더라도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는 입지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려면 태양광은 서울시 면적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며 풍력은 이의 6배가 더 필요하다. 국토가 좁고 평지가 적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규모 재생에너지단지를 조성하려면 산을 깎는 등 환경훼손이 불가피하며 이는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환경단체들이 재생에너지의 환경훼손 및 생태계 파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제약은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값싸고 안정적인 전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원전과 신재생, 대립 아닌 공생관계

정부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함에 따라 마치 두 에너지원이 서로 대립 관계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둘은 협력과 공생관계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원전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전부터 줄어드는 추세였다. 전력수급계획 상 원전 비중은 이명박 정부 당시 40%에 이르렀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29%로 크게 내려갔다. 또한 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결정도 전 정부 시절 이뤄진 것이다.

원전이 점차 줄어들면 전력수요를 충족시켜 줄 다른 전원이 필요하다. 현재 퇴출 분위기인 석탄화력을 제외하면 LNG가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LNG는 가격이 비싼데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로 에너지 안보에 치명적인 약점을 보인다. 또 유연탄만큼은 아니지만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원전을 줄이되 그 속도를 늦추고, 그 기간 동안 신재생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개발 및 수용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전을 조금씩 줄이고 신재생을 그만큼 늘려 에너지믹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완급조절을 통해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균형을 맞출 시간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전력난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생, 탈원전 수단 돼선 안 돼

원자력과 신재생은 각자 장단점이 있다. 이를 잘 분석하고 여건에 맞게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자력은 대용량의 전기를 경제적으로 생산하는데 특화된 반면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 원전비리 등에 따른 신뢰도 추락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소규모·분산전원이라는 강점과 함께 기술적 성장을 통한 효율 향상이 기대되나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건설시 환경훼손의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원전과 신재생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최상의 조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 제조업체들이 소비하는 산업용 전력은 신재생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비중 이상 원전이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원전의 철저한 안전성 확보를 통해 대국민 수용성을 한층 높여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가 탈원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