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생산량 감소로 거래량 미미해 가격조작 가능성 있어

[에너지신문] 중동산 원유의 아시아지역 판매가격 결정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마커원유인 두바이유의 가격평가 방법을 개선하고 신규 마커 원유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박주헌)은 아시아 석유시장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마커 원유인 두바이유에 대한 제반 문제점과 대안을 검토하기 위해 ‘아시아 마커 원유의 문제점과 대안 분석 과제(책임자 이달석)’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마커 원유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원유가격과 석유제품가격 결정의 준거가 되는 원유를 의미한다.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 마커 원유인 두바이유는 생산량 감소로 거래량이 미미하고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가격조작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유의 생산량은 현재 월간 2카고를 채우지 못하는 적은 양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두바이유는 가격공시기관(PRA)인 Platts가 가격을 평가해 발표함으로써 마커 원유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여러 가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평가자가 가진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주관적 판단에 의해 평가하는 경우, 정보 제공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시장참여자와 PRA가 결탁하는 경우에는 가격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바이유 가격이 다른 마커 원유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아시아에 판매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을 상승시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지역 정제업체들의 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분석은 가격공시기관(PRA)이 수행하는 두바이유 가격평가 과정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단기 대안과 두바이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마커 원유를 모색하는 장기 대안을 제시했다.

단기 대안으로는 가격평가의 합리성을 제고를 위해, PRA 평가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평가 시스템의 유동성을 확충하고, PRA를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PRA 평가에서 정성평가 방법의 불투명성과 자의적ㆍ주관적 판단에 의한 가격 왜곡 방지를 위해 IOSCO(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 중심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두바이유 가격평가 시스템(e-Window)에서 유동성 확충을 위해 인수도 대상 유종에 품질이 유사하고 재판매가 허용되는 역외 원유를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아시아 역내에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해 현물과 선물의 연계를 통해 효율적으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가격평가가 가능하다.

장기 대안으로는 두바이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마커 원유로 거론되는 러시아 ESPO, 두바이상업거래소(DME) 오만유 선물, 중국이 추진하는 국제에너지거래소(INE)의 원유 선물, 기존 유럽의 마커 원유인 브렌트를 검토하는 방법이 있다.

이들 유종은 모두 마커 원유로서의 기능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두바이유를 마커 원유로 하는 역내 유가 결정방식은 상당기간 존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산유국이나 수입국이 크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러시아의 ESPO 원유나 중국 국제에너지거래소(INE)의 원유선물은 바람직한 대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중동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가 자국산 원유판매에 적용하는 마커 원유가격을 DME 오만유 선물가격으로 전환하려했던 시도에 주목해, 마커 원유의 다원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분석은 앞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사항들에 대해 정부가 국제 공조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PRA 가격평가와 관련한 포괄적 개선 사항과 관련해서는 G20 회의를 중심으로 IOSCO, IEA, OPEC, IEF가 협력하는 기존 국제 공조체제의 틀을 활용한다.

두바이유 가격평가에 관한 개선 사항과 관련해서는 역내 다자간 에너지협의체(아시아 산유국-소비국 에너지장관회의, 동북아 에너지협의체 등)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마커 원유의 대체와 관련된 사항은 다자간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아시아 원유수입국들이 개별적으로 중동 산유국과의 양자간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는 것을 제의했다. 특히 중동 산유국들이 수출가격 산정에 적용하는 마커 원유가 두바이유와 DME 오만유 선물 등으로 다원화되는 것은 산유국 사이의 경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전략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걸프협력회의(GCC) 산유국들과 갈등을 야기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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