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 ‘졸속 공청회’ 비난 봇물
“8차 계획 미반영, 완전 취소는 아냐”

▲ 공청회가 시작되자 경찰은 한전 남서울본부 정문을 폐쇄했다. 공청회장 입장이 저지된 지역 주민들이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에너지신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일부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항의 속에서 강행됐다.

28일 한전 남서울지역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에너지분야 산학연 관계자 및 울진, 경주 등에서 상경한 지역주민을 포함 약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는 예상대로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경주에서 온 한 주민은 이번 공청회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주민은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아니라 일방적인 8차 전력수급계획 발표와 강제 진행으로 일관된 그들만의 행사”라며 “당초 26일에서 28일로 연기하면서 이를 제대로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경주지역 주민대표가 월성 1호기 조기폐지를 항의하고 있다.

울진지역 주민도 “원전지역 주민들이 참여하지 못한 이번 공청회는 공청회라고 할 수 없다”며 “산업부는 공청회 연기 사유를 명확히 밝혀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경주‧울진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번 8차 수급계획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공청회장 내에서 강하게 항의했으나 공청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먼저 산업부가 이번 8차 수급계획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으며 이후 8차 계획안 수립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패널로 참석한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낮아진 수요예측에 대해 설명했다. 유 교수는 “지난 7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당시보다 수요예측이 작아진 부분은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 자체가 과거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7차 계획에서 반영하지 않은 몇몇 요인들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수요예측치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수요예측을 과소 추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삼척코스파워를 석탄화력으로 짓도록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삼척포스파워는 지역주민들의 건설유치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사업 투자비 이미 많이 소요된 점이 건설 확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삼척화력은 신규설비로, 노후설비 대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히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의 발표가 시작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의 최대 관심사였던 원전과 관련, 조영탁 교수는 “원전이 축소된다고는 하나 당분간은 필요하다”며 “8차 수급계획에서도 전체 전원 비중의 1/4을 차지하며 이는 2030년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월성 1호기 조기폐지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조율한 것으로 (발전설비로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계획상으로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전세계 원전 시장이 과거처럼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향후 원전해체시장이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동남권 지역에 해체연구센터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조 교수는 7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됐으나 8차에서는 누락된 원전에 대해 “7차 계획에서 원전과 석탄을 합친 비율이 약 80%에 달했다. 이는 정상적인 전력믹스로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는 이번 8차 계획에서 변경된 것으로 반영이 안 된 것이지 완전히 취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탈원전을 지지하는 한 참석자는 “그렇다면 7차 수급계획에 반영됐던 원전을 다시 지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는 탈원전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이날 공청회는 경주 및 울진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자 자격을 얻어 마이크를 잡은 경주 ‘감포발전협의회’ 관계자는 “40년전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월성원전이 건설됐다. 지역 주민들은 희생당하며 40년을 지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남, 양북, 감포 등 경주지역은 이미 낙후된 지 오래”라며 “유일한 희망은 원전 보상금으로 살아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원전이 안전하다는 한수원의 약속을 믿고 1310억원에 이르는 상생합의금을 받았으나 이제 정부가 ‘원전이 위험하다’며 월성 1호기의 조기폐로를 추진하려 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경주지역 주민들은 2022년까지 월성 1호기의 정상 가동을 요구했다. 또 정부의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 이전(2016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탈원전 강행을 위한 ‘정부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최우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공청회 연기는 국회 일정상 부득이하게 변경하게 됐다”며 “행정절차법상 불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과장은 “에너지정책이 국민, 지역,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공청회는 이로써 마무리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흥분한 지역주민들이 고함을 치고 일부 주민들은 욕설을 하기도 해 전체적으로 원활한 진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주민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공청회장 내에 배치된 경찰들과 대치하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으나 몸싸움 등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잡음은 있었으나 공청회가 예정대로 종료되면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9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청회 기습연기부터 일부 참석자들의 욕설에 이르기까지 원만히 진행되지 못한 부분은 오점으로 남게 됐다.

▲ 공청회에 참석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피켓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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