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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의 선물’ 중성자와 하나로(HANARO)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성자과학연구센터장
2018년 01월 08일 (월) 13:13:46 에너지신문 energynews@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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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신문] 1994년 노벨 물리학상을 MIT 클리퍼드 셜 교수와 공동 수상한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교의 버트람 브록하우스 교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느님이 중성자를 창조하지 않았으면 인간이 발명했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통해 브록하우스 교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성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싶었다.

사실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중성자는 그렇게 매력적인 입자는 아니다. 빛이나 전자처럼 기본 입자가 아니고, 쿼크 세 개로 이루어져 복잡한 데다, 무게는 수소 원자 하나와 비슷한 정도다. 양전하(+)나 음전하(-) 같은 전하도 없어서 전기를 이용해 제어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원자핵에서 떨어져 나온 중성자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붕괴해 양성자로 바뀌어 버린다.

그렇지만 중성자는 물질을 연구하기에 딱 좋은 성질을 갖고 있다. 잘 조절한 중성자의 파장이 물질의 원자 간격과 비슷한 데다, 중성자의 운동 에너지도 물질 내부의 에너지와 비슷하다. 게다가 중성자는 투과력도 좋다.

이 때문에 빛이나 전자 대신 물질 내부의 나노미터 크기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데 자주 사용된다. 많은 선진국에서 중성자를 물리학, 화학, 재료공학 등 물질과학 분야의 필수적인 도구로 간주하는 이유다. 셜 교수와 브록하우스 교수는 일찍이 이 분야를 개척해 노벨상을 받았다.

   
▲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

중성자 없는 세상, 상상하기 어려워

하나로와 과학자들이 만들 성과 기대

중성자를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방법은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연구용 원자로에서는 전기를 생산하지 않고 핵분열 반응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중성자를 사용한다. 그리고 중성자 생산이 목적인 연구용 원자로는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대전에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는 열 출력이 원자력발전소의 100 분의 1 정도이다. 연구용 원자로를 대신하는 방법으로 거대한 가속기에서 양성자를 가속해 원자핵에 부딪쳐 원자핵이 깨질 때 나오는 중성자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이 가능한 대형 양성자가속기를 보유한 나라는 아직 많지 않다.

하나로는 중성자를 과학기술 여러 분야에 사용하는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다. 하나로에서는 중성자를 빔의 형태로 뽑아서 다양한 과학 장비에 보내 과학 실험을 하는가 하면, 중성자를 쏘여서 미량원소의 정량분석을 하거나 의료용 동위원소나 반도체를 생산한다. 따라서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하나로를 운영하고 있지만 하나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과학 전공자이거나 원자력 이외의 공학 전공자들이다.

연구용 원자로를 여럿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기 때문에 연구용 원자로는 그 자체로 희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소수가 독점해 사용하기보다는 다수의 과학자가 방문해 사용하는 개방된 시설로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연구용 원자로에서 하는 연구는 여러 전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엄선한 순수 과학의 연구가 주를 이룬다.

   
▲ 관련 실험시설 모습.

그러나 이외에도 연구용 원자로에서 산업에 필요한 연구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고, 에너지 관련 연구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에너지 생산에서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사용하는 도구가 물질로 이뤄진 만큼 물질 연구에 적합한 중성자가 꼭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차전지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개발, 그리고 효율이 높은 차세대 태양전지의 후보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도 바로 이 중성자로 연구를 하고 있다. 중성자는 자석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고성능 모터에 필요한 자석의 연구에도 필수적이다.

게다가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먼 바다에 설치한 풍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최소한의 손실로 도시까지 실어 나르는 데도 사용된다. 이쯤 되면 앞서 소개한 브록하우스 교수의 말을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중성자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12월 5일, 거의 3년 반 동안 멈춰있던 하나로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이는 하나로의 재가동을 기다리던 많은 국내외 과학자들에게 무척 기쁜 소식이었다. 하나로의 과학자들은 다시 장비를 가동하고 실험에 착수하느라 분주하고, 하나로에서 실험하고 싶어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하나로와 과학자들이 만들어내는 빛나는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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