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산업계‧영남 vs 정창덕, 학계‧호남
한전 적자 상황, 누가 되더라도 부담 클 것

[에너지신문] 한전 사장 공모가 완료된 가운데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두 사람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이 현재 몸담고 있는 분야가 산업계와 학계라는 점, 그리고 출신 지역이 영남과 호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마감된 한국전력 신임 사장 공모 결과 총 4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정창덕 송호대 총장, 구자윤 한양대 전자시스템공학과 교수, 그리고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한전 부사장 출신 내부인사가 그들이다.

현재 이들 가운데 김종갑 회장과 정창덕 총장이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 김종갑 회장(왼쪽)과 정창덕 총장.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대구상고,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17회 출신으로 2006년 산자부 차관을 지낸 바 있으며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한국지멘스 대표이사(회장)를 맡고 있다.

정창덕 송호대 총장은 전북 임실 출생으로 단국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1979년 한전에 입사했다. 한전에서 발전 및 송배전은 물론 경영실무 등을 두루 경험한 정 총장은 이후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에서 석사, KAIST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컴퓨터정보학과 교수, 안양대 총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송호대 총장을 맡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들의 이력을 비교해 보면 공통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북 안동 출신의 김종갑 회장은 행시 합격 후 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통상산업부와 산업자원부에서 국장, 차관보, 제1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후 민간기업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반면 정창덕 총장은 전북 임실이 고향으로, 한전 내부출신이지만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학계로 전향, 대학 교수 및 총장직을 맡고 있다.

이미 공모 이전부터 유력한 신임 사장 후보자로 물망에 오른 김종갑 회장은 공직 시절 행시 17회 동기 가운데 가장 먼저 국장 자리에 올랐다. 하이닉스반도체 대표를 맡고 있을 당시에는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회사의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한국지멘스에서도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이는 등 공직과 민간 경영 모두에서 능력을 검증받았다.

정창덕 총장은 공모 이후 급부상한 케이스다. 호남 출신에 학계에 몸담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와 코드가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산업계 보다는 교수 출신 기관장을 선호하는 만큼 최근에는 김종갑 회장보다 더 유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출신지부터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의 대결은 산업계와 학계, 영남 출신과 호남 출신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묘사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커리어를 볼 때 김종갑 회장이 조금 더 우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선호하는 인물은 정창덕 총장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예측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전 관계자는 “지난 12일 면접심사를 마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및 주주총회 등을 남겨놓고 있다”며 “이달 내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실적이 악화된 데다 올해도 뚜렷한 실적 개선 요인이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따라서 둘 중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큰 부담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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