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델의 적합성 판단 쉽지 않지만 시사하는 바 있어

[에너지신문]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에너지자원정책 구조조정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 중이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자원개발 혁신 TF는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폐지하고 유관기관과 통합하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하지만 광물공사의 폐지와 함께 자산 및 부채를 유관기관에 이관할 경우 양 기관이 모두 동반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뭘 권고(안) 제출을 목표로 해외자원개발 혁신 TF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혁신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일본석유공단(JNOC)을 폐지하고 일부 기능을 석유천연가스ㆍ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로 통합ㆍ출범했던 일본의 사례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본지에서는 일본 해외자원개발 역사에서 JNOC가 폐지되고 JOGMEC과 INPEX가 설립된 사례를 되짚어 보기로 했다.

∇누적적자 8조원…일본석유공단 폐지 후 기능 이양

JNOC는 민간 석유ㆍ가스 개발기업에 출ㆍ융자, 채무보증 등 자금조달 및 기술개발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JNOC은 1967년부터 2003년까지 다수의 기업들로부터 출자자를 모집해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약 300개 프로젝트에 출ㆍ융자를 실시했는데, 이 중 200개 사업은 해산되거나 해산위기에 당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출ㆍ융자를 통해 나간 자금 2조엔 중 1조엔 이상의 대금이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부지원 자금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2005년 일본은 국제 자원개발시장 변화 및 자국의 해외자원개발산업 구조 개편에 따라, 공적자금이 20조원 이상 투입됐음에도 누적적자가 약 8조원에 달하는 JNOC를 폐지하고 해외자원개발 지원기능을 JOGMEC에 이관했다. 이 같은 방안으로 자원개발 부문을 민간 중심으로 이양하는 한편 정부는 자원외교, 인력양성, 자금지원 등 민간 지원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기존의 석유ㆍ천연가스의 공급 안정성 확보를 담당하던 JNOC의 기능에 더해 비철금속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를 담당하는 금속광업사업단(MMAJ)까지 통합해 업무영역을 확대했다. 아울러 2012년에는 석탄 및 지열자원개발 관련 지원업무를 추가했다.

일본 정부는 메이저급 유전개발기업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국제석유개발제석(INPEX)에 JNOC의 자산규모 및 재무구조, 기술역량, 자원개발 노하우, 전문인력을 이전시켜 중핵적 기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INPEX 육성은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JNOC의 자산을 흡수ㆍ통합하고 제국석유와의 경영통합을 진행해 해외 및 국내 석유ㆍ가스전 운영 노하우를 가져와 기업가치를 상향시켰다.

∇민간 투자 감축에도 정부의 투자지원 강화

현재 일본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안정적인 자원확보를 위해 미국 등 자원보유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셰일가스 생산확대에 따른 세계 에너지 공급 구조에 주목해 북미, 러시아, 아프리카의 자원보유국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자원외교 추진 및 JOGMEC 중심의 기술 및 재정지원 확대를 진행하는 중이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해외 석유ㆍ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 투자를 맡은 종합상사들은 투자를 감축했으나, 그와는 별개로 정부지원은 더욱 강화됐다.

∇해외자원개발 민영화, 성공ㆍ실패 논하기 어려워

이 같은 INPEX와 JOGMEC 체계로의 재편 이후 일본 해외자원개발 실적에 대한 평가는 복합적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사업다각화는 이룬 것으로 평가되지만, 생산량 증대가 크지 않고 운영권 참여는 미미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해외자원개발 민영화에 성공ㆍ실패를 논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평이 제기된다.

다만 송진호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일본의 해외자원개발 체계의 성공여부 및 국내 시장의 롤 모델로서의 적합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정책금융 지원기능을 하는 JOGMEC과 자산관리 기능을 하는 INPEX의 분리는 역할 분담을 통한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는 점, INPEX의 대주주인 일본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하고 민간투자자들이 이를 보완ㆍ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 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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