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전기차와 수송용 세제 개편 방향

전기차 이용자에게 ‘수송용 전기세’ 부과 검토해야

급속한 확산 잠재력 가진 전기차, 형평성 평가 필요

[에너지신문] 올해 3월 1일부터 전국 156개 지자체에서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지방비(440∼1100만원)와 함께 지급되는 국비 지원금이 올해부터 차량의 성능에 따라 1017~1200만원 수준으로 내리는 대신 보급물량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회 충전 주행거리 400km에 가까운 제2세대 전기차가 시판되면서, 신청 접수 전부터 보조금이 조기 소진될 것이라는 풍문이 돌 만큼 관심의 열기도 후끈하다.

이러한 전기차는 2009년 10월 발표된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시작으로 그 동안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의 저감 수단으로서 인식, 정부가 나서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15년 12월에는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20만대, 2030년까지 100만대 보급목표(누적)가 천명됐으며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과 2017년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2020년 25만대, 2022년 35만대로 목표(누적)가 상향 조정됐다.

이러한 정부의 전기차 보급목표는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국내 자동차 시장 관계자들에게 보이는 일종의 신호로 해석돼, 향후 전기차 확산을 추동(推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2017년 말까지 2만 3438대가 보급됐다. 더욱이 작년 12월 4일에는 저공해차 판매의무제나 친환경차 협력금제를 규정한 ‘자동차등의 대기오염 저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또한 공공연히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가 거론되는 등 정책적 환경도 전기차 확산에 더욱 우호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편 에너지산업의 관점에서 자동차는 휘발유, 경유, LPG(수송용 부탄), CNG(압축천연가스) 등 다양한 종류의 구동 에너지가 활용될 수 있는 기계적인 ‘플랫폼’ 장치로 볼 수 있다. 전기차의 등장은 이러한 ‘플랫폼’에 기존 수송연료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유형의 에너지인 ‘수송용 전기’가 등장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수송용 전기가 휘발유, 경유, 부탄 등과 같은 동등한 수송용 에너지의 반열에 들면서 기존의 탄화수소 계열의 수송연료들의 ‘대체재’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상호간 대체성으로 인해 수송용 전기의 가격은 기존 탄화수소 계열의 수소용 연료 간에 형성돼 있던 상대가격과 세제체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결국 가까운 장래에 급속한 확산 잠재력을 지닌 전기차의 등장과 함께 이제 (수송용)전기의 가격 및 세제체계를 그 동안의 난방·취사용 연료를 넘어 휘발유, 경유, LPG(수송용 부탄) 등 탄화수소 계열 수송연료와의 대체성 및 형평성 차원에서도 평가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먼저 기존 수송연료들, 특히 휘발유와 경유는 유류세를 명목으로 각각 745.89원/ℓ와 528.75원/ℓ가 부과되며, 이는 보통 휘발유, 경유 소비자 구매가격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의 고율의 세금이다.

이러한 유류세의 중심에는 휘발유 529원/ℓ와 경유 375원/ℓ가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수익자 부담원칙 측면에서, 자동차를 이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반 도로 인프라 구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이유로 도로 인프라의 유지관리비용 또는 신규 건설투자비용 등의 재원을 부담하는 차원에서 엄밀한 의미의 ‘목적세’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의 34.4%~39.2%(휘발유182~207.4원/ℓ, 경유 129~147원/ℓ) 수준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통·에너지·환경세 포함 유류세는 사실상 모두 소비자인 내연기관차 이용자가 부담한다.

반면 전기차 이용자는 수송용 전기 소비에 있어 모든 소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소비세(부가가치세)와 부담금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제외하고는 세제 부담이 없다. 물론 전기 생산(발전)단계에 일부 과세가 이루어지지만, 현행 전기 소매가격 결정구조하에서는 해당 과세가 그대로 전기차 이용자(수송용 전기사용자)에게 전가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러한 편향성이 강한 세제구조하에서 전기차의 등장과 확산은 다음과 같은 논란거리들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먼저 형평성 논란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자들은 부과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34.4%~39.2%를 통해서 응익원칙, 곧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일종의 ‘도로 인프라 이용부담금’을 조세형태로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가 ‘수송용 기계장비’의 하나로서 기존 내연기관차와 동일하게 도로 인프라를 이용하지만, 전기차 이용자들은 이러한 ‘도로 인프라 이용부담금’을 현행 조세구조 내에서는 면제받고 있다.

두 번째로 전기차의 확산이 자칫 세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2030년까지 현행 담세 체계가 유지되고, 현재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전기차 누적보급대수도 실제 판매돼 그만큼의 휘발유 승용차를 대체한다면, 2030년까지 유류세 손실규모는 대략 5813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처럼 전기차 확산으로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을 최소한 일부라도 벌충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세수 중립성 차원에서도 탄화수소 계열의 수송용 연료와 동일 선상에서 수송용 전기에 대한 과세가 필요가 있다.

이에 수송용 에너지 소비자 사이 담세부담의 형평성 보강 차원에서, 그리고 상대적으로 명확성이 보장될 수 있는 기준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도로 인프라 관련 재원 기여분 수준 정도로 휘발유 및 경유 소비자들과 동등하게 새로운 세목(가령 ‘수송용 전기세’)을 설치하고 전기차 이용자(수송용 전기사용자)에게도 부과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율 결정방식으로는 수송용 에너지원 간 형평성 보강에 초점을 맞추어 단위 주행거리(km)당 세부담을 균등하게 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 방식은 특히 자동차의 도로 인프라 이용으로 인한 수혜 내지는 도로 인프라 마모에 미치는 영향 정도가 결국 도로를 달리는 주행거리에 비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합목적성이 강하다. 이를 수송용 전기 세율로 환산하면, 평균 56.8 원/kWh(53.1~60.5원/kWh )수준이 된다.

한편 과세방식은 과세표준을 전기차 충전용 전기 사용량으로 하는 일종의 소비세(excise tax) 형태의 목적세가 적절할 수 있다. 부과방식도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기공사가 발급하는 전기요금 고지서상의 월간 전기요금에 합산, 고지해 부과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다만 소비세 형태의 ‘수송용 전기세’를 부과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용도 간 형평성 문제와 함께 용도 간 가격차이로 전용으로 인한 탈세 가능성 있음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만일 수송용 전기에 대해서만 한정해서 충분히 높은 세율로 과세해 타 용도와의 요금 격차가 충분히 커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용도의 전기(가령 농사용이나 산업용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함으로서 세금을 탈루하려는 시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도는 시판중인 3.3.kW급 이동형 충전기를 이용해 일반 220V 콘센트에 접속해 충전할 경우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현재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로 인해 수송용 전기에 대한 실제적인 과세 도입을 위해서는 이러한 탈세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작용들을 고려해 논란을 최소하면서 실제 적용 가능성이 높은 현실성 있는 대안적 과세방식으로 ‘전기차 주행세’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러한 과세방식은 현재 미국 10개주(州)에서 도입한 ‘EV fee’를 통해 실제 적용사례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도 도로 인프라 유지관리 및 신규 구축투자의 재원의 출처가 주로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였다. 그러나 고연비 자동차, HEV, PHEV 그리고 전기차의 등장과 확산으로 도로 인프라 재원에 소요될 세수 부족이 염려되는 상황이 있었으며, 더욱이 기존 내연기관차 소비자들과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적되면서 전기차(PHEV+BEV)에 대한 과세를 통해 추가적인 세수확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미국 내 일부 주(州)들에서 확산됐다.

이에 현재까지 총 10개 주에서 연간 차량 등록비(annual vehicle registration fee)에 전기차(PHEV+BEV) 소유자에게는 추가적인 비용, 즉 ‘EV fee’를 납부하는 법안이 마련돼 시행 중에 있다. 세율은 PHEV와 BEV에 차등을 두고, 전자의 경우 $30~$200 수준, 후자의 경우 $50~$200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의 실제 적용은 아직 국내 전기차 2만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점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특히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0km를 넘는 제2세대 전기차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시판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앞으로 전기차 확산세가 커질 것을 예비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조치를 사전적으로 검토되는 것은 필요하며, 또한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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