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혼합율 하향조정ㆍ폐식용유만 면세 혜택
앞길 막힌 BD산업 정책 일관성 유지 절실

지난 2006년 상용화에 나서 대표적인 친환경 녹색에너지 산업으로 주목받았던 바이오디젤산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지경부가 제시했던 바이오디젤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2006년부터 매년 0.5%씩 정유사가 공급하는 경유에 혼합율을 증가시켜 2012년까지 3%의 혼합율을 달성하기로 했던 계획이 올해 2%를 정점으로 향후 동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 바이오디젤의 확대보급을 위해 유지됐던 면세혜택마저 국내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는 폐식용유에 국한하는 것으로 기획재정부의 방침이 결정됨에 따라 생산에 필요한 원료조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산업 전체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정책결정이 업계는 물론 정부 부처 간 합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자 결국 바이오디젤 산업의 키를 갖고 있는 정부가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면세혜택 제한인가

올해 혼합율 2%를 기준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바이오디젤은 약 40만㎘가 약간 넘는 수준이다. 상용화 이후 바이오디젤 산업의 유통주체가 정유사로 집중되며 BD20시장은 사실상 유명무실해 졌다.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의 주요 원료로는 동절기에는 저온유동성에 이점이 있는 대두유가, 하절기에는 대두유에 비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팜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자체 수집되는 폐식용유가 보조 역활을 해왔는데 지난 해 기준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사용된 폐식용유는 약 7만8000톤 수준이다. 생산 수율 등을 고려할 때 전체 바이오디젤 생산의 약 15% 수준을 담당해왔던 것.

하지만 수입 원료가격에 비해 저렴한 가격 덕분에 바이오디젤 원료로 생산됐던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 생산 원료로 수요가 급증하자 판매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정유사에 공급되는 바이오디젤이 리터당 1200~1300원대에 불과한 가운데 폐식용유는 이미 리터당 1000원 수준을 뛰어 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폐식용유에 국한해 면세혜택을 부여할 경우 폐식용유 공급업체들은 더욱 공급가격을 올려나갈 것이 뻔한 상황이다.

정유업계 역시 정부의 세제개편 발표이후 공급가격 인상을 우려한 듯 각 업체별로 폐식용유 확보 가능 양을 보고하라고 공급 업체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난립했던 바이오디젤 생산사들의 업체 간 치킨게임이 끝나가고 안정기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했던 업체들은 물론 해외 플렌테이션 사업을 통해 원료생산기지를 확보하려 노력했던 업체들에게도 이번 면세혜택 제하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반응이다.

바이오디젤 산업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역시 이번 기재부의 면세혜택 제한에 반발하고 있다. 세제개편안 발표에 앞서 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와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지경부는 모든 연료에 균등한 면세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기재부는 물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바이오디젤 업계 관계자는 “면세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폐식용유에만 면세혜택을 부과할 경우 막대한 시설투자와 해외 원료작물 사업을 펼쳐왔던 업체들은 사실상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바이오디젤 생산사들은 최근 수년간 시장 확대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생산 캐퍼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지경부 정유사에 바이오디젤 산업 보호 요청... 의미 없는 ‘공염불’ 지적도

현재 지경부에 바이오디젤 생산 라이센스를 확보한 업체들의 생산 캐퍼는 총 100만톤이 넘어서고 있다.

업체들의 과잉 투자라는 지적도 이어져 왔지만 정유사 공급권 확보 시장에서 업체들이 선별되며 공급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업체들은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이라는 명제 아래 생산시설 투자를 지속해 왔다.

최근 몇 년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SK케미칼, 애경유화 등 대기업군 바이오디젤 생산사는 생산설비를 확대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최소 2012년까지 3%의 혼합율이 보장될 것이라 믿어왔던 업계는 이번 혼합율 동결움직임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업체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토로하고 있는 점은 정부 정책기조의 일관성 문제다.
기재부측은 지경부를 통해 RFS제도를 도입하고 의무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하고 있고, 지경부는 기재부측이 사전 부처 간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확산되자 지식경제부는 각 정유사에 공문을 통해 바이오디젤 산업 육성을 위해 유통주체인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생산사들을 보호해주고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유사 역시 뾰족한 대안을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면세혜택이 제한될 경우 경유 소비자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면세혜택을 받는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업체에 우선 공급권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정부가 나서 2%로 혼합율을 제한한다면 정유사가 별도로 바이오디젤을 구매해주거나 유통시킬 방안도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RFS제도 도입 역시 이는 정부가 기준안을 만들고 제시해야 할 문제인 점을 감안하면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산업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이냐고 되묻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GS바이오의 사례처럼 정유사 계열사들이 직접 업계에 진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산업 초기부터 업계 명맥을 이어왔던 업체들의 설 자리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

바이오디젤 업계는 정부가 시장에서 예측 가능한 정책비전 제시와 일관된 정책추진이 이뤄지고 있지 못한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하면서 혼합율과 면세혜택은 물론 RFS제도 도입과 친환경에너지원으로써의 역할 모두를 총괄해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일정 부처 또는 총리실 등에 일임해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다.

업계 역시 면세혜택 축소 등의 문제는 언젠가 다가올 문제였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정유업계와의 상생방안 모색과 함께 경쟁이 아닌 자체 경쟁력 확보를 통한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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