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입찰 참여 5개국 모두 선정 ‘아쉬운 결과’
‘경쟁 더욱 치열’ 전망…美와 공동입찰 여부 주목

[에너지신문] 우리나라가 사우디 원전건설 예비사업자에 포함됐다. 원전 수주를 위한 1차 관문은 통과했으나 최초 입찰에 참여한 5개국 모두 예비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전은 사우디 원자력재생에너지원(K.A.CARE)으로부터 사우디 원전 건설을 위한 예비사업자로 선정됐음을 공식 통보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총 2.8GW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할 예정으로 여기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5개국이 1단계 입찰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우디는 이번 예비사업자 선정 이후 본 입찰 절차를 진행, 내년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월 4일 한국을 찾은 알팔레(Khalid A. Al-falih)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단계 입찰 당시 신형원전 ‘APR 1400’의 기술력과 UAE 바라카 원전 수주 경험 등을 높이 평가받아 수주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사우디 정부에 우리 원전의 우수성과 사업 역량을 적극 설명하고 고위급 협력채널을 확대, 강화하면서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 산업부와 한전은 일단 이번 예비사업자 선정이 이같은 우리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입찰에 참여한 국가들이 모두 1차 관문을 통과하면서 ‘허탈한 수주전’이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당초 우리나라를 포함한 2~3곳이 예비사업자에 선정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결국 원점에서 다시 경쟁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예비사업자 선정 이후 본 입찰에서의 경쟁은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에게는 아쉬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입찰 참여국간 ‘출혈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탈락 없는 예비사업자 선정을 결정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울러 저마다 일장일단이 있는 각국의 경쟁력 및 조건들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원전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예비사업자 선정 결과는 우리에게 그다지 좋지 않다”며 “사우디가 2개 내지 3개 예비사업자를 선정하고, 우리나라가 그 안에 포함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살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원전 수주와 관련해 긴밀히 논의한 바 있다. 특히 우라늄 농축 허용 등 사우디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조건들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해외수주 경험이 풍부한 프랑스가 버티고 있어 미국도 단독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UAE 원전을 수주, 완공한 우리나라가 미국과 단일팀을 구성한다면 수주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본 입찰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경쟁국간 공동입찰(컨소시엄)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사국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협의 과정도 복잡해 쉽게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공동입찰 시)단독 수주에 비해 가치는 크게 떨어지겠지만 수주 가능성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당사국간 협의가 잘 이뤄질 경우 충분히 성사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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