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전력수급에 전문가 평가 대체로 '긍정'
신재생설비 증가 등 향후 불확실성은 대비해야

[에너지신문] 전력 전문가들이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추가 예비력 확보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신재생 설비 증가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전기학회(전력기술부문회)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수급현황 분석 및 미래 전력수급 점검을 위한 ‘전력수급 전문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여름 폭염에 따른 전력수급 및 전기사용 현황을 진단하고 기후변화에도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컨퍼런스에는 학계,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 전력수급 관련 국내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올 여름 구성된 ‘전력수급 자문T/F’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 전력수급 전문가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이번 여름철 동안 전력수요 오차 및 전력수급 분석, 기후변화와 연계한 중·장기 전력수급 전망 점검 등 전력수급 대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개선방안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전력수급 자문T/F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진우 연세대 교수는 “올여름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했고 공급 예비력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큰 무리 없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력 당국을 중심으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결과 공급능력과 추가적인 예비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폭염에도 수급안정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7월초 발표했던 올 여름 최대전력 예측치 8830만kW는 기온이 평년 대비 3.3도가 상승하는 가혹한 조건을 상정한 결과였으며 이상한파가 찾아왔던 지난 겨울 최대전력 8824만kW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110년만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실제 최대전력은 7월 24일 9248만kW를 기록한 바 있다.

김진우 교수는 “여름철 실제기온을 하계 수요예측 모형에 입력할 경우 예측치는 9230만kW로 오차율은 0.2%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사용 중인 모형을 유효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향후 한반도 기후변화와 신재생 설비 증가 등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당국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자동원격검침시스템(AMR)으로 취득한 데이터를 활용, 업종별 수요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7월 24일 최대전력시 수요는 계약종별 기준 산업용 4280만kW(46%), 일반용 2865만kW(33%), 주택용 1475만kW(16%)의 순서였다.

또한 폭염이 지속되면서 냉방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전체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최대전력시 냉방수요는 전체 수요의 30.6%인 2829만kW로 2016년 폭염 당시의 27.3%보다 3.3%p 증가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그간 여름철 최대전력은 15시경 나타났으나, 최근 최대전력 발생시점이 17시경으로 이동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특히 맑은 날 이같은 현상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소규모 태양광발전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향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 실시간 수요예측과 전력계통 분석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 김진우 연세대 교수가 '올 여름 전력수급 평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기상청 예보 전문관인 김용진 과장은 이상기온, 국지적 폭우 등 한반도의 기상 현황과 향후 기후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이는 전력수요가 기상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용진 과장에 따르면 올해는 6월 하순부터 티벳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7월 11일 중부지방 장마가 조기 종료됐다. 기상청은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 발달과 동서방향 기압계에 의한 대기상층 파동현상이 지속되면서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 과장은 “지난 1994년과 올해의 폭염기록으로 볼 때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올해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최대전력이 전년 대비 9.3% 증가했지만 공급예비력을 700만kW 이상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 상황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수요예측 오차와 같은 불확실성이 발생하더라도 공급능력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각종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예비율을 9%나 설정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수급 안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유 교수는 전망했다.

특히 유승훈 교수의 발표에서 동일한 수요예측 모형을 사용한 7차 수급계획과 8차 수급계획의 전력수요 전망치를 비교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결국 두 계획에서 전망치간 차이는 GDP, 기온 등 입력전제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7차 계획은 GDP를 과다하게 반영하면서 올 여름 최대전력과 유사한 전망치를 산정했고, 실제 올 여름 기온을 반영하면 9748만kW라는 높은 수치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8차 계획 모형에 실제 기온을 반영할 경우 9124만kW가 산정돼 실제와의 오차율은 1.3%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신재생 확대, 전기사용패턴 변화 등 전력산업 여건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당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계 차원에서도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이상기온이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이 불편함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학회를 중심으로 전력수급 현황과 전망에 대해 자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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