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제도개선은 궁극적으론 건전성확보 의의 둬"

[에너지신문]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및 공급과 관련된 여러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중 석유 자원은 1차 에너지원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단순히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우리나라 석유 관련 정책은 그 시대 및 상황에 따라 달라져왔다. 과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입·정제부터 유통까지 관리해 오다가 점차 시장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본고에서는 가격과 관련한 정책을 중심으로 석유 정책 변천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 국무회의 등으로 석유가격 직접 관리해

1960년대 이전까지 석유의 절대 공급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미국의 원조와 정부의 엄격한 통제 하에 석유가 공급됐다. 국내석유제품가격 또한 정부 기관인 KOSCO에서 결정했다.

KOSCO의 세전가격은 미국 국무부로부터의 제품판매가격에 1%의 행정비, 7.5%의 조작비를 가산한 금액에 25~30%의 관세가 부과돼 결정됐다. 해당 판매가격은 중앙직배처 및 시도 석유류 판매인에게 고시됐고 물품세 등을 포함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됐다.

1960년대부터 정부는 석유 등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없이는 경제발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하면서 석유 산업에 대한 보호 및 지원 정책을 통해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이뤄지도록 본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1962년 7월 24일 정석유공사장 건설의 법적 뒷받침을 위한 대한석유공사법을 제정했고, 국내 최초로 울산에 정석유공사장이 설립됐다.

또한 석유운영규정을 마련해 석유제품의 유통과 관련한 여러 사항을 정비했는데, 해당 규정에는 수입비용 등을 감안한 국내 석유제품 가격, 물량 배급에 관한 사항이 규정돼 있다. 하지만 대한석유공사가 국내로 제품 공급을 시작하면서 정부에서 고시하는 가격 기준은 KOSCO 판매가격으로부터 석유공사의 공장도판매가격으로 변화됐다.

석유공사의 공장도 가격은 원유 도입 비용, 정제비용, 판매수익 등에 세금을 가산해 결정됐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고시됐다.

대리점 가격은 대리점의 제품 인수가격에 주입비, 누손료, 부대비 등 제경비를 합산해 결정됐으며, 최종소비자 가격은 대리점 판매가격에 부대 비용이 더해서 고시됐다. 해당 시기는 정부에서 직접적인 가격 및 수급 관리를 통해 석유의 생산부터 공급, 수요까지 관리하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석유자원, 1차 에너지원 중 약 40% 차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없이는 발전 어려워

◆석유산업의 경영자립을 위한 전반적인 변화

1970년대에는 에너지 공급체계에 있어 석유가 중심이 되면서 이와 관련한 제도가 확대·개편되던 시기였다. 1967년 10월에는 석유운영규정을 폐지하고 일부 제품을 제외한 석유제품의 구입과 판매를 자유화했다.

1969년에는 ‘상공부고시 제4389호’로 시행된 석유류제품의 최고판매가격제도를 시행했다. 최고판매가격 제도는 각종 석유제품의 공장도 최고가격을 고시해 그 상한선 이상으로 판매되는 것만을 규제하고 그 이하의 가격으로는 자율적으로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최고판매가격 제도는 유가연동제 실시 이전인 90년 초까지 시행됐다. 또한 정부는 1970년 1월 1일 기존의 ‘대한석유공사법’과 ‘석유운영규정’ 등 각종 석유관련 제도를 종합적으로 정비해 ‘석유사업법’을 제정·공포했다. 석유사업법은 석유 전반의 제도를 정비하면서 석유의 안정되고 저렴한 공급을 확보하고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려는 목적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1970년대에는 중동발 제 1, 2차 석유파동이 나타나면서 원유의 안정적 확보 및 석유비축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75년 및 1977년 석유사업법 개정을 통해 정부의 석유수급 계획의 효율적인 실시와 원유의 확보 등을 위한 사업 조정, 정부의 수급통제 기능 등을 강화했고, 유가 안정과 석유비축을 위한 석유사업기금제도의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1978년 ‘석유개발공사법’을 제정함으로써 석유개발공사(현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하고 석유 비축 계획을 확정했다. 1970년대는 석유산업의 경영자립, 비상시 수급안정대책 수립, 자주개발 원유확보 등 석유 관련 제도의 전반적인 변화가 이뤄진 시기이다.

◆본격적인 유가 자유화 시작

정부통제 중심의 유가제도는 정부에서 결정한 유가가 일정기간 변동되지 않고 유지됨으로써 경제주체가 유가에 대한 안정적 예측이 가능하고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으며, 과점 상태 하의 석유사업자들의 가격담합 인상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경제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산업의 자율성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고, 고시 가격의 경직성으로 여러 조정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경우 가격 변동이 클 수 있다는 부작용도 가지고 있다.

더욱이 1980년대부터 국제석유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세계적인 탈냉전기류의 확산이라는 외부적인 요인과 더불어 강력한 정부규제와 보호를 수반한 산업의 효율성 저해 등의 요인으로 자율과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정부의 석유 정책도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기능에 맡기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후 시장경쟁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된 석유제품에 대해 규제를 완화시키기 시작했는데 항공유와 용제(1983년 2월), 아스팔트(1988년 11월) 등 단계적으로 가격 자유화가 추진됐다.

1991년에는 주요 석유제품인 휘발유 및 등유의 가격을 자유화하고자 했으나, 실제로 휘발유·등유 가격은 시장경쟁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정부가 행정 지도한 가격으로 실현됨에 따라 실질적인 자유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는 전면적인 가격자유화를 위한 준비단계로, 1994년 2월부터 유가연동제를 실시했다.

유가연동제도는 원유 도입 단가와 환율 등 원가 요인과 국제시장의 석유제품 수급상황에 의한 제품가격 등락 요인이 국내제품가격과 연동돼 매월 조정되는 제도이다.

이러한 유가연동제는 1996년 말까지 운영됐는데, 국제 제품 가격과 국내 제품 가격 사이의 괴리를 줄이고 시장경제의 자유화 및 개방 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유화의 기반을 조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부터 석유 전반의 정책은 석유사업법 개정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석유 사업 양수나 양도에 대한 절차가 간소화가 됐고, 비축 제도가 개선됐다.

그리고 석유정제 시설 증설 등에 대한 사항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됐다. 또한 석유시장의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품질관리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품질 관리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보완해나갔다.

1995년에는 재정개혁계획에 따라 석유사업기금을 폐지하고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로 통합했다.

석유파동이 원유확보 및 석유비축 중요성 키워

안정된 정부통제유가, 자원분배 효율성 저해

◆LPG가격 자유화로 완전 자율제 도래

시장 환경이 자율화·개방화 되는 추세 속에서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정부는 유가연동제 운영을 종료하고 1997년 1월부터 석유 제품 가격을 자유화했다.

그와 동시에 1997년 1월에 시행된 ‘석유사업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석유정제업의 경쟁촉진을 위해 석유정제업에 대한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했고, 석유수출입업자에 대해 매년 신고하도록 하던 것을 석유수출입업 등록제로 변경하는 한편 석유수출입 승인제도를 폐지했다.

석유판매업에 대해서도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하면서 규제를 보다 완화시켰다. 1998년에는 석유정제업에 대한 대외 개방을 통한 외자유치와 석유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1999년에 예정된 석유사업법 개정 법률을 앞당겨 시행했다. 2001년에는 LPG 가격까지 자유화가 이뤄지면서 석유판매업자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그 이후에도 석유 관련 제도는 정책 기조나 대외적인 환경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돼 왔다.

2005년에는 석유뿐 아니라 석유대체연료에 대한 적정한 품질 및 해당 사업자의 시설 기준에 대한 규정이 추가되면서 기존 ‘석유사업법’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으로 변경됐다.

2009년에는 지방이양추진위원회 결정에 따라 석유판매업 및 석유대체연료 판매업의 등록 또는 신고 사무의 일부를 시·군·구로 이양했으며, 2017년에는 국제 석유거래를 활성화하고 동북아 지역 석유 거래 거점으로의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종합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 등을 혼합해 석유제품을 제조하고 그 제조한 석유제품을 거래하는 국제석유거래업이 신설됐다.

또한 국민생활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한 경우에 한해 정부가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규정돼 있다.

◆효율성 유도로 궁극적으로 국민생활 향상에 의의

현재 국내 석유제품 가격 제도는 기본적으로 석유시장에서 석유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설정하고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석유시장에 있어 정유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고,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 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으로 인해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개선 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직접적인 가격통제보다는 석유 유통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고 석유제품 유통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석유시장 투명성 확보 및 경쟁 촉 진을 위해 오피넷을 통해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공개하고 있으며, 알뜰주유소를 통한 석유시장 내 효율성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석유유통시장의 건전성 확보, 국민 경제의 발전과 국민 생활의 향상에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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