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LNG플랜트사업단 양영명 단장

-FOB LNG계약 통해 KC-1 탑재 국적선 건조해야-

-화물창 원천기술 보유여부가 경쟁력 확보의 관건-


▲ 한국가스공사 양영명 박사
세계는 지금 자국의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경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국가에너지 자주개발율을 3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해외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1차 에너지의 약 15%와 발전연료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시장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스전을 개발하여 LNG를 생산하는 생산자, LNG를 소비지까지 운송하는 수송사업자, 그리고 LNG를 수입하는 수입자간에 일정한 역할분담이 있었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Qatar Gas 프로젝트에서 보듯이 LNG 생산자가 직접 대규모 선대를 구성하여 LNG 수송을 담당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에 걸쳐 LNG 국적선 사업을 통하여 21척의 LNG 수송선을 건조하였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국적선들을 사용해 연간 LNG 도입물량의 약 60%를 수송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에 추진되었던 국적선 사업의 성과를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가스산업, 조선산업, 해운산업, 조선기자재산업 등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국적선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말할 것도 없이 국내 조선업계였다. 국적선 사업을 통하여 기술혁신을 이룩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오늘날 세계 1, 2, 3위의 조선사로 발돋움했다.

우리 조선소가 LNG선 건조에 첫발을 내디딘 지 17년이 지난 오늘 단일품목으로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더욱 가치 있는 성과는 LNG선 건조분야에서의 성장이 관련기자재업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조선업계의 부단한 기술개발 및 원가절감 노력, 기자재업계의 기술경쟁력 강화 노력이 상승 작용해 오늘날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산업의 성장으로 인한 신규 수요와 기존 도입계약 만료에 따른 대체 물량이 더해져 추가로 국적선이 건조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에 대한 해외 의존도 완화, 중국의 추격에 대한 대비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LNG 운반선의 화물창(Cargo Containment System)에 대해 선박가격의 약 4~5% (약 100억원/척)에 달하는 막대한 로얄티를 원천기술사에 지불하고 있는 문제는 향후 조선산업의 미래를 위하여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1970년대부터 모스형과 멤브레인형의 양대 축으로 발전해오던 LNG 운반선이 최근에는 멤브레인형 위주로 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멤브레인형 운반선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GTT(Gaz Transport & Technigaz)에 대한 기술종속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의 LNG선 건조시장 진출은 이 부문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기조는 국수국조(國需國造)정책으로 자국의 화물은 자국의 선박으로 운송하고, 자국의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정책이다.

중국은 이미 Hudong-Zhonghua 조선소에서 5척의 LNG 선박을 건조하여 운영하고 있고, 추가로 5척을 건조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LNG선 건조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였고,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것이다. 따라서 LNG선의 화물창에 대한 원천기술의 보유여부가 향후 경쟁력의 관건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한국가스공사는 2004년부터 지식경제부의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내 조선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와 공동으로 한국형 LNG선 화물창 개발사업(KC-1 프로젝트)을 추진하면서 기존 화물창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새로운 화물창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였고, 실물크기의 부분모형(mock-up)을 제작해 시공성을 검증했다.

또한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선급인증을 획득하여 실선에 탑재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형 LNG선 화물창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열재 패널을 선체에 접착하지 않는 개념을 도입하여 선체와 멤브레인의 변형이 단열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특히 2002년 프랑스의 아틀란틱 조선소에서 처음으로 건조한 CS1형 LNG선의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된 2차 방벽에서의 누설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복합소재를 2차 방벽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개선해 1차 방벽과 2차 방벽 모두 주름잡힌 스테인리스 멤브레인을 사용함으로써 LNG가 누설되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2차 방벽에서 액체와 기체를 모두 담아둘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의 두 층 단열시스템 개념과는 달리 한 층의 단열시스템 개념을 적용했으며, 단열재로 기존의 유리섬유강화 폴리우레탄폼(R-PUF) 대신 유리섬유가 없는 고밀도의 폴리우레탄폼(H-PUF)를 사용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방열시스템을 극히 단순화하고 우수한 단열성능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단열재 패널의 제작을 보다 쉽게 만들었다.

화물창을 시공할 때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멤브레인의 주름부에서 용접이 되지 않도록 했으며, 모든 멤브레인 용접이 직선으로 이뤄지도록 설계해 용접의 자동화를 쉽게 한 것은 물론 용접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또한 용접기 전문업체와 협력해 멤브레인 전용 플라즈마 아크 용접기를 개발, 적용함으로써 용접할 때 멤브레인에 가해지는 열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아울러 화물창의 2차 방벽을 1차 방벽과 근접시켜 설치함으로써 1차 방벽에서 LNG가 누설되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2차 방벽에서 열충격(Thermal Shock)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개발이 이뤄졌다.

KC-1 화물창은 방열시스템의 구조가 단순해 시공과정에서 관리 포인트가 적고 시공이 간편하여 건조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아울러 LNG선의 운항 중에 해상의 상태로 인하여 화물창 내에서 발생되는 LNG 유체의 동하중(sloshing load)을 평가하고, 이러한 유동현상이 방열시스템의 구조적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유체-구조 간의 상호작용(유탄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정립하였다.

KC-1 화물창을 실선에 탑재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개발된 기술의 완성도와 안전성을 높이고 건조기술을 확립하기 위하여 인천생산기지의 Pilot LNG저장탱크 설비와 연계해 밀폐형 모형탱크(Closed Mock-up Tank)를 제작·설치하고, 실제 LNG를 사용하여 KC-1 화물창의 안전성과 운영성을 검증했다.

또한, KC-1 화물창을 실선에 탑재하기 위한 생산기술과 건조기술의 개발도 함께 이루어져 화물창을 구성하는 요소와 기자재에 대한 생산기술을 확립하고 품질기준을 정립했다.

이와 아울러 KC-1 화물창에 설치하기 위한 Pump Tower의 설계를 최적화했으며 위험성 평가기법을 기반으로 화물창의 건전성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기술을 정립하는 한편, KC-1 화물창을 실선에 탑재하기 위해 상용선 규모의 LNG 운반선에 대한 기본설계를 완료한 상태이다.

KC-1 화물창을 실선에 탑재해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한 최상의 방안은 FOB 계약의 LNG 도입과 연계된 국적선 건조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호주 GLNG로부터 FOB LNG 도입건이 성사됨에 따라 국적선 건조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해외 선주, 가스사업자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KC-1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천연가스 관련 컨퍼런스나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다.

KC-1 화물창을 상용화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선택하든 새로운 기술을 최초로 적용하는데 따르는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리스크가 모든 참여주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하여 뒤로 물러선다면 우리의 발전적인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KC-1 사업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참여주체 모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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