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태양광산업은 혹독한 겨울의 찬바람을 느끼고 있다. 세계 태양광산업이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가혹한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번 태양광산업의 시련은 기본적으로 공급과잉으로 비롯된 것으로, 이로 인한 가격하락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올해에도 태양광발전소의 설치량은 지난해에 비해 약 2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 설비량은 올해 설치량의 2배에 달한다고 하니 공급과잉임에 틀림없다.

40%의 모듈가격 하락이 높은 수준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올해의 경우 그 이전과 차별화되고 있다. 그동안은 가격하락이 수요증가로 이어졌으나 국제경제위기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직격탄을 맞음으로써 수요증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 기존 선두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증설 뿐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거대기업의 태양광산업 진출에 따른 생산설비의 급격한 증가도 한 몫 하고 있다.

비록 현재와 같은 급격한 가격하락은 기업들에게 생존을 위한 가혹한 시련을 주고 있으나, 소비자 측면에서는 그리드패러티를 앞당기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그 달콤한 과실을 향유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올해 3, 4분기에 OCI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생산량을 줄이거나 사실상 생산정지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러다가 태양광산업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밀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태양광산업은 에너지산업이자 인류의 생존과 함께 할 산업이다. 최근 화석 연료의 고갈과 가격상승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부담을 완화할 핵심 수단이며 반도체, 휴대폰 이후 이렇다 할 먹거리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이다.

태양광산업에 전략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등은 막대한 돈을 태양광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미래에너지산업에 대해 향후 10년간 7400억불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미 태양광, 풍력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경제회생 관련 법안을 통해 고용과 에너지 독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10년간 1500억불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현재 투자가 진행 중이다.

독일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고용창출과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선진국이다.

일본은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을 2022년까지 폐기하고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이를 대체해 나가기로 했다.

이 중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미 일본은 지난 2008년부터 태양광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범부처적인 노력과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사라졌던 주택용 태양광을 위한 보조금을 부활하는데서 더 나아가 남은 전기를 2배 비싸게 사 줌으로써 설치량을 늘려가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 바이오, 소수력, 지열발전에 대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미 지난 8월에 입법 완료해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일본은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중국에 태양광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All Japan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R&D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 산·학·연·관이 함께 하는 R&D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에서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해외 수출을 늘이기 위해 정부 주도로 콘소시엄을 구성에 힘쓰고 있다. 태양광기업 뿐만 아니라 발전회사, 상사, 건설회사, 금융까지를 망라한 5개의 콘소시엄을 구성, 세계시장을 나누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태양광발전소 플랜트를 설계, 시공, 운영하는 종합 태양에너지 수출산업으로 보고 국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월 21일에 통과한 2011년 추가경정예산을 살펴보면 경제무역산업성(METI)의 가정용 태양광발전 보급을 위한 보조금이 869억9000만엔(1조2787억원)이며 R&D를 위해 4000만불이 반영됐다. 이외에도 핵사고 지역의 재건을 위해 별도의 태양광보급 예산이 4억2700만불이 반영돼 있다.

환경성(MoE)의 경우 지자체를 지원하는 예산에 태양광 관련예산이 반영돼 있으며 교육 문화 스포츠 과학기술성(MEXT)의 경우 재해 대책 수단으로 태양광설비를 설치하는데 2억400만불를 반영하고 있으며 국토 인프라 교통 관광성(MLIT)의 경우 지진 재해 지역의 제로에너지 주택과 빌딩을 위해 1300만불을, 농업 임업 수산성도 해당지역의 에너지 대책으로 태양광관련 예산을 반영하고 있다.

모두 종합하면 우리 돈으로 8조원 가량이 투자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태양광산업이 제2의 반도체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의지를 반영하는 투자가 뒤따라 줘야 한다. 이미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1970년 1차 오일쇼크 이후부터 40년을 투자해온 나라들이다. 최근의 중국의 막대한 투자는 향후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과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다. 그동안 짧은 시간에 기술을 따라잡고, 생산성을 추격해온 현실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선진국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차이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기업이 이뤄낸 성과는 크다.

지난 7년 동안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이제 궤도에 오르려는 시점에 때 이른 서리가 내린 격이다.

향후 2~3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때까지만 이라도 정부가 최대한 도와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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