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5일, 민방위 훈련 역사상 처음으로 ‘정전대비훈련’을 시행했다.

1단계 훈련은 예비전력이 300~200만kW 이하로 떨어지는 정전 전단계에서 이를 관계기관과 국민에게 알리는 ‘상황공지 훈련’이다. 2단계는 일부 발전소의 기능이 정지했을 때 이에 대한 대처능력을 점검하는 ‘일부지역 정전발생 훈련’이다.

이번 훈련은 가정, 공장, 사무실 등에서 사용하는 난방기, 조명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전기를 최대한 절전해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는 것이 핵심이었다. 전기가 부족할 때 당장 필요 없는 전기수요를 차단해 필요한 곳에 지속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이번 정전대비훈련의 큰 맥락이기 때문이다.

이 맥락을 현실에서 응용하려면 한전이 구축하는 ‘스마트그리드’ 중 ‘전력소비 지능화’를 제대로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훈련에서는 가상으로 필요없는 전기수요를 차단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인프라가 채 구축되지 않아 차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사무실과 가정의 조명과 냉난방기만을 쏙 빼 일정시간 전기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1단계 국민에게 경보를 발령해 절전을 유도하도록 하는 훈련에서 ‘문자메시지 전송’도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 70%가 3G폰을 사용함에도 2G폰으로만 전송하는 등 기술적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에서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시나리오상 전력 수급상황이 좋아지게 된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점들을 지적했다고 해석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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