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전 이사회가 10%의 전기요금을 올리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기업의 기존 행동양식에 비추어 볼 때 아주 비정상적인 결정이었다. 통상은 정부의 승인이 있은 후에 이사회는 이를 추인하는 거수기적 기능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우선 한전의 누적적자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고 싶다. 원료인 석유?천연가스 등의 국제가격은 오르는 반면, 국내 전기가격은 정부의 가격통제로 인해 오르지 않아 그 격차만큼 매년 누적 적자가 발생해오고 있다.

전임 사장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정책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사장의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지만, 한전도 상장기업이다보니 이로 인해 회사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이유로 민간 주주들이 전임 사장을 상대로 소송까지도 제기한 상태이다.

그리고 한전은 기존처럼 정부와 먼저 상의하면 결코 가격이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격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과연 정확한 분석일까? 다른 하나의 해석으로는 정부가 먼저 요금을 올리겠다는 결정을 하기 어려우니 한전이 결정한 후 여론의 동향을 보겠다는 치밀한 전략에 따른 행동일 수도 있다. 공기업의 이사들이 어찌 정부와 맞설 수 있겠느냐는 엄연한 현실에 근거한 분석이다. 어떤 해석이 옳을까?

그리고 9.15 전력대란이 또 하나의 원인이다. 여기에 올 겨울은 이상한파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전력수요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서 또 다시 전력공급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전력대란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낮다는 데서 원인을 찾는 것이 주류적인 현재 견해이다. 전기요금이 높다보니 전기가 과소비되고 있고 이로 인해 공급중단이 발생했다는 것이 주장의 요점이다.

그러니 요금을 높이면 수요가 줄고 따라서 전력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요금이 낮다는 점에 동의하고, 원가는 보상될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사실관계를 다시 살펴보자. 먼저, 전기는 국민들의 인식 속에 ‘공공재’ 또는 ‘필수재’로 자리잡고 있고, 심지어 세금의 일종인 ‘전기세’로 이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국가가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력대란에서 공급측면에 대한 문제점은 왜 말하지 않는가? 전기의 공급은 국가가 한전이라는 공기업을 통해 거의 독점적으로 해오고 있으며 전기공급시설의 증설은 전력수요예측의 결과에 따라 진행되어 오고 있다.

결국 이 전력수요예측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닌가? 또한, 공개되지 않은 내부적인 원인이 있는지 등에 대해 아직도 분명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되지 못한 상황인데 요금문제만 거론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더불어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잘못되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닌지도 또 다른 검증의 대상이다. 경쟁이 치열하면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기업들의 생리이며, 장기적인 투자는 당연히 꺼리게 된다. 이것이 발전자회사들이 새로운 발전소 건설에 대한 동력을 잃게 한 원인이며 또한 전력대란의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수익이 발생할 정도로 전기요금이 현실화되면 발전자회사들이나 민간이 신규발전소 건설에 투자할 것이라는 요금주의자들의 반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목적은 수익을 보장할 정도로 요금을 올려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후생증대에 있어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주변의 주(州)들보다 전기요금이 높았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해 과점시장을 깨뜨리려는 목적의 산업구조개편을 시행했다. 그런데 낮은 가격에서 안정적 공급이 이루어지던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발전사들의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과점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 전력산업을 개편했던 것 아닌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결정권자는 국민이다. ‘필수 공공재’인 전기에 대한 시장을 어떤 형태로 가져갈 것인지의 판단을 경제학 교과서의 원칙에 맡길 것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장단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엄정한 비교와 분석이 있은 후 많은 논의를 거쳐 국민들이 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은 다른 공공요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원가상승요인이 되어 산업의 해외이전이라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결국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는 연쇄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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