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고 실천하는 전기학회 만들고 싶었다”

올 연말 퇴임을 앞두고 있는 대한전기학회 김문덕(58) 회장을 서부발전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역삼동 타워팰리스 서부발전 사장실에서 만났다.

학회장으로는 드물게 발전사 사장을 겸하고 있는 김문덕 회장은 학문과 발전경륜, 경영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MIT에서 에너지정책 석사학위를 받은 에너지 전문가다. 또한 한전 부산전력관리처장, 배전처장, 전력연구원장, 송변전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하며 발전, 송배전 등 발전분야 경륜이 남다르다.

경영 비효율화로 고생하던 서부발전을 지난해 4월 사장 취임 이후 180도 전환시킨 경영능력까지 김 회장은 인정받고 있다.

바로 이런 인물이 대한전기학회를 맡게 되자 전기계 주변에서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김 회장은 전임회장들과 달리 실천하는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김 회장이 구상한 대한전기학회는 산학관이 함께하는 씽크탱크이자 미래를 대비하는 전초기지였다. 

1. 학회장 1년을 평가해 주신다면.

올 1월 학회장에 취임하며 실용중심의 학회를 표방했습니다. 학회에서 논문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답을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취지였지요.

교수님들에게 연구년을 할 경우 외국 나가서 논문 쓰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전기공학과의 경우는 현장에서 절실히 요구하는 기술을 찾고 그것을 현장에 접목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당부했습니다.

가령 전기공학과 학풍이 주로 발전쪽에 치우쳐 있는데 그러지 말고 송배전 쪽에도 관심을 갖고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왜냐하면 업체들의 고민이 송배전 분야에 많거든요. 그런데 우리 전기계 학풍은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올해 전기계는 참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올해 일본전기학회 방문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출국 5일전에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우리에게도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온 사건으로 학회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에게도 진정 원전은 안전한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주었구요.

학회에서 성금 1000만원을 모아 일본전기학회에 전달했는데 진심으로 고마워하더군요. 기억에 남습니다. 그 이전까지 일본이 우리를 약간 깔보는 분위기였는데 원전사고로 그런 인식이 많이 없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전기계 논문 표절 사건입니다. 모 일간지가 터뜨렸는데 다행히 제가 나서서 분위기를 설명해주니 담당기자도 기사의 톤을 많이 낮춰주었습니다. 기사 보도되기 전에 담당 기자를 만나 얘기하는데 정말 아찔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세 번째가 9.15 대정전사고입니다. 한전에서 오래 생활한 저로서는 참 할말이 없어지던군요. 무엇이 원인이었나 수십번 되새겨보았습니다.

더군다나 10년전 전력거래소가 한전에서 분사할 때 제가 보낸 친구들 중 몇 명이 이번 정전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떠난 것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전력거래소는 제가 구상하고 만든거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당시 저는 전력거래소 발족 팀장을 맡았습니다.

반세기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들이 회장 재임 1년동안 세차례나 있었으니 다사다난할밖에요.

2. 하계학술대회에서 전세계 전력시장이 호황이라고 전망하며 전기계 인력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셨는데.

제가 몸담고 있는 서부발전만 해도 그렇지만 지금 우리의 위치는 저개발 국가들이 선망하는 벤치마킹 국가입니다. 이들 국가에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전파하고 수출한다는 측면에서 전력시장은 분명 호황기입니다.

새롭게 성장하는 이들 국가들의 경우 국가기간망인 전력인프라를 새롭게 설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남미 등 저개발 국가들이 한전을 비롯한 우리의 기술과 자본을 원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들 국가에 진출해도 실제 현지에서 전력인프라를 설치할 손발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우리교육의 문제점이기도 한데 공대 출신 대졸자들은 지난 30년간 넘쳐나고 있는데 과연 이들 대졸자들이 현장에서 땀흘리며 송배전 작업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공고출신들도 힘든 일은 안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머리는 많은데 실제 손발이 없는 기형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회에서는 인력양성지원센터를 꾸려 전기계의 인력난 소통과 정보교류의 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수도공고 교장을 포함시킨 것도 이의 일환입니다.    

3. 취임사에서 산학관 동반성장을 주창하셨는데 성과는 있었나요. 

산학관이란 전기학회-한전을 비롯한 전기업계-지경부를 뜻합니다.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성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전-협력업체, 전기학회-대학-수도공고를 필두로 한 마이스터고교의 동반성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올해 학회에서는 정부와 공동으로 5개 과제를 수주했습니다. 단일규모론 학회설립 이후 꽤 큰 규모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를통해 학계와 산업간 링크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기존처럼 괴리감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제가 한전에 근무할 당시인 1991년부터 시작한 발전연구회가 오늘의 기틀을 만든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앞으로 송배전 산학협력으로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4. 경영만 하시다 학회장을 맡아보니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학회장을 해보니 정부와 소통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예전부터 느낀 바지만 학회장을 하며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기술은 첨단을 가는데 제도가 이를 못따라 간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관련, 스마트미터기가 거의 보급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용도별요금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바꾸어야죠.

전력난 문제도 근본적인 문제는 왜곡된 전력정책에 있다고 봅니다.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 잡아야 전력난 문제가 바로 잡힐 수 있습니다. 제도를 바로잡는다면 지금보다 국가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1년간 거시경제 쪽에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5. 중소기업 상생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중소기업 상생문제를 얘기하면 한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여년 전부터 공기업 한전은 많은 협력회사와 상생관계를 가져왔습니다. 현재 서부발전도 마찬가지구요.

바람직한 상생모델은 기존처럼 1/m로 나누는 식의 협력은 지양하고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술력 향상을 위해 발전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습니다.

서부발전의 경우 카이스트와 협약을 맺고 협력사들의 신기술 R&D를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방식을 통해 가능성이 있는 업체의 기술은 키우고 겹치는 부분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방식을 택해야 미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 사장에게 평소 좌우명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 사장은 “앉아 있는 자리를 아름답게 하자”라고 답했다.

후임자에 대한 배려일수도 있고 청렴, 결백의 자기 확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필
-1969년 중동고 졸업
-1977년 연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7년 미국 MIT 대학원 원자력공학 석사(에너지정책)
-1977년 한전 입사
-1977~2003년 한전 수요계획부장, 전력거래소발족준비팀장, 계통계획실장
-2003~2005년 한전 부산전력관리처장
-2005년 한전 배전처장
-2006년 한전 전력연구원장
-2007~2008년 한전 송변전처장, 송변전본부장
-2009년 한전 부사장(사업총괄본부장 겸직)
-2010년 4월~현재 한국서부발전 사장
-2011년 대한전기학회 회장
-2009년 4월10일 은탑산업훈장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