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핵안보정상회의 교섭대표(외교부다자외교조정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까지 100일 남았다. 내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원자력 산업계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은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대신 비확산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가장 모범적으로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추구해온 국가다.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은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산업 성장의 배경에는 원전도입을 통한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 확보가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62년 실험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 Ⅱ를 도입함으로써 시작된 우리나라의 원자력은 이제 원전 21기를 운영하며 7기를 건설 중에 있다. 원전 수출도 성사되어 우리는 이제 원전수출국의 반열에 당당하게 올라섰다.

원자력은 우리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에너지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해 나가려면 현실적으로 원자력 이외에 다른 대안을 검토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된다. 심지어 대표적인 반핵단체인 그린피스의 창립멤버였던 페트릭 무어조차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장 실용적이고 안전하며 환경 친화성을 가진 것이 원자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사태 이후 사반세기 동안 큰사고 없이 원자력의 르네상스가 회자되는 시점에 발생한 후쿠시마 사태는 원자력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신뢰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혔다. 그렇지만 후쿠시마 사태가 원자력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를 교훈삼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게 원자력을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이 철저한 원전 안전유지 체제를 갖추어야 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협력과 공조도 중요하다.

지난 6월 IAEA 원자력안전 각료회의가 있었고 9월에는 우리 대통령께서 기조연사로 초청되어 참석한 유엔 원자력안전·핵안보 고위급회의도 개최되었다. 원전 수출을 하는 나라로서 우리도 국제사회의 안전기준 논의를 비롯하여 국제 논의 동향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원자력 선진국으로서 다른 나라와의 원자력 분야 협력분야도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원자력 분야를 개척해 나가려는 개도국들은 우리가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개도국과의 협력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정부로서도 개도국에 대한 원자력 분야 지원은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노력과 병행하여 검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분야의 많은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능동적, 선제적, 주도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는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능력과 위상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그간 북핵의 위협 속에서도 핵비확산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모범적인 원자력발전국으로 발전한 특별한 사례임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핵안보 분야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이 선진국과 개도국,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원자력 선진국과 원자력 개도국의 입장을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는 9.11 이후 국제 안보의 논의에 우리나라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을 뜻하는 것이다.

단지 개최국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G20 의장국의 경험을 살려 핵안보를 중심으로 한 국제안보의 논의에 있어 우리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우리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참가국들 모두 이의가 없으며 오히려 우리에게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2012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2012년은 북한의 강성대국 원년 선언, 미국과 러시아의 대선, 중국 지도부의 교체 예상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한반도에 모여 국제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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