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민간이 주도해야

손충렬 국립 목포대학교 석좌교수는 몇 안되는 우리나라의 풍력 전문가다. 풍력에너지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국립 목포대학교 해상풍력중심 신재생에너지 인재양성센터’에서 미래의 한국 풍력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본지는 2012년 새해를 맞이해 손충렬 교수에게서 우리나라 풍력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손충렬 목포대 석좌교수
◆2011년 한해 동안 국내외 풍력발전산업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풍력에너지의 이용에 있어 최고의 정책과 기술력을 갖고 있는 유럽을 보면 세계 풍력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에너지 로드맵 2050에서 전력공급의 97%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책정하고 그중 49%이상을 풍력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30년까지 세웠던 목표치를 2014년으로 앞당겨 충족시켜야 된다는 목소리가 더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에 설치된 총용량은 약 84GW 정도로, 2010년에만 육상·해상 합쳐 9.3GW 규모의 신규용량이 설치됐습니다.

특히 독일은 원전의 전면 포기를 통해 풍력산업, 특히 해상풍력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독일이 고수하고 있는 FIT시스템은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도 풍력산업 내수시장 육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국의 풍력시장은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부진에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011년 3분기까지 신규 설치된 용량만 3360MW이며 이는 2010년 대비 약 74% 증가한 것으로 총용량이 4만3461MW에 달합니다.

더구나 향후 해상풍력단지 개발까지 감안 한다면 미국내 풍력시장은 그 잠재력이 엄청날 것으로 봅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독주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막강한 달러 보유국으로 정책결정 또한 정광화석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고 있는 우리가 숨이 찰 지경이지요.

특히 중국의 ‘12차 5개년 경제개발정책’은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는 아직도 요란한 수레바퀴처럼 정책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풍력산업은 대기업이 지고 가야만 된다는 입장이어서 풍력 중소기업은 정부정책과 대기업의 눈치만 보는 상황입니다.

◆‘목포대학교 해상풍력중심 신재생에너지 인재양성센터’는 해상풍력산업의 주인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요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센터의 주요 사업 추진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센터는 지난 3년간 무에서 유를 만들 듯 인재양성사업에 총력을 쏟았습니다. 특히 해상풍력에 경험이 많은 유럽 및 미국의 전문기관들과 협조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풍력산업기업에도 좋은 경험과 배움의 장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특히 독일에 있는 ‘KIST유럽’에 현지 사무실도 개설해 학생들의 해외인턴사업 참여에 적극적인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내년에는 현장 실습용 풍력발전기도 설치되기 때문에 향후에는 풍력산업체 및 단지현장에서 필요한 현장기술 인력양성 사업도 체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가 발표한 2.5GW규모 서남해안 해상풍력 추진 계획에 따르면 2019년까지 이를 완성하고 2020년 우리나라를 해상풍력 3대 강국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있어 특히 신경써서 준비해야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육상풍력에 대한 정책이나 국산화된 풍력기술을 미처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상풍력을 아주 과감히 시작하게 됐습니다.

먼저 이를 위한 시작이 시스템개발이었으며 제주도에 초기 해상풍력 시범단지도 계획해 우여곡절 끝에 발전기 1기만 설치된 시범단지가 만들어 졌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해상풍력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정책의 흐름이 애매모호합니다. 게다가 마음만 앞선 대기업들이 외국컨설팅에 힘입어 대형풍력 발전기 개발을 서슴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발전 시스템개발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이 왜 대형화에 급속히 접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기술적 판단이 절실합니다. 부품개발 없이는 한 치도 나갈 수 없는 것이 풍력발전기입니다. 부품이 없어 주문조차 소화를 못 시켰던 초창기 유럽의 풍력산업 경험을 잘 새겨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해상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수심이 낮은 서해안이 결정되고 일단 정부가 고시한 해상풍력 발전단지도 있습니다. 마치 해상풍력 단지개발은 오로지 정부차원에서 결정해줘야 할것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투자전문가, 보험전문가, 법적 전문가, 설치 및 단지운영 전문기관도 조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부가 만들어 놓은 RPS 체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나, 모든 사업개발 주사위가 대기업으로 넘겨진 이상 대기업도 풍력산업 투자결정이 만만치는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100MW 시범단지를 개발하고 기업들에게 개발제품에 대한 Track Record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합니다. 매우 좋은 취지이긴 하지만 민간 투자가 조성되고 성숙될 수 있도록 해상풍력단지개발을 민간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봅니다.

단 국산품이 설치될 수 있는 투자여건을 자연스럽게 조성시킬 필요도 있겠지요. 이러다 보면 해상풍력 배후단지 개발도 이뤄져 배후 항만시설과 운송 등 Logistic 사업도 커지게 될 것입니다.

배후 시설이 조성되면 나름대로 주변 산업기반 시설중심으로 풍력산업 인프라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개발 대기업들이 국산부품주문 체제를 어떻게 확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선도 사업단 등을 통해서 지역 간 협조체제가 이루어져야 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국내의 경우 민원 때문에 풍력단지 건설사업이 많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국민들이 풍력과 같은 양질의 청정에너지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어야만 되고 이것을 통해 더 많은 혜택을 당대나 후대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왜 우리가 화석연료를 쓰면 안 되는지, CO2의무 감축으로 국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환경이 파괴되고 우리에게 CO2 감축 부담이 점점 커진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지 등 국민들이 더 많이 알고 고민해야 합니다.

화석연료는 태워서 없앨 것이 아니라 태우지 않고 더 유용하게 쓰일 곳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원자력발전만이 값싼 전기이고, 무한히 쓸 수 있다는 홍보가 오히려 전력낭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청정에너지의 중요성, 필요성을 인식시켜주는 교육도 필요 할 것입니다. 독일에서 전문가들이 홍보교육 활동을 하듯이 말이죠.

◆소형풍력의 활성화를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소형풍력발전기도 민원제기 및 감사지적의 희생양이 됐지요. 예전의 무책임한 소형업체들의 관리로 문제가 됐던 것을 이제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엄격한 인증심사 및 관리체계를 통해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리라 봅니다.

소형풍력발전기는 제작비가 비싸 가격경쟁력이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내 내수 시장이 아직까지 긍정적이지는 못하나 양산체제가 될 수 있는 시장이 조성된다면 상황이 바뀔 것으로 봅니다. 유지보수 체계가 확립된 회사들의 좋은 제품이 생산되면 시장 상황이 매우 좋아지리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신문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신재생에너지와 풍력을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풍력 전문가의 한사람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유럽의 풍력산업정책을 보면 풍력산업의 희망이 보입니다. 덩달아 우리도 그 희망을 갖게 될 수밖에 없지요.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탐내고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람의 에너지는 절대 인위적으로 만들 수가 없는 것으로 바람이 갖고 있는 그 성질과 흐름을 경험이 많은 우리 기술자들이 깨닫는다면, 우리의 풍력산업은 날개를 달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조금 감성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풍력산업은 국민들이 종이 바람개비를 어린아이처럼 돌리며 그 상쾌한 기분을 이해해야만 더욱 커질 수 있는 계기가 올 것으로 봅니다.

‘민원 아닌 민원’이 없어져야 희망이 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주변자체가 청정에너지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국내제작 풍력발전기가 우리 땅에 설치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울러 새해에도 독자 여러분들의 건강과 가정에 행운이 깃드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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