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여름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에어컨을 발표했다.

두 회사 제품 모두 기능이나 디자인에서 진일보하고 특히 스마트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지능형 기능을 추가해 생활의 풍요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의 가전제품을 좌우하는 두 대기업이 내놓은 제품 모두 슬림형, 스마트형, 냉방력 향상, 효율향상을 전면에 내놓아 비슷한 느낌이 들뿐더러 판매 가격대도 서로 입을 맞춘 듯 비슷하게 고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다기보다는 ‘경쟁사 제품에 맞불 붙이기’ 위한 견제 제품을 출시했다는 느낌이다.

팔기 위한 제품이라기보다는 그저 멋진 제품을 만들어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치게 비싼 제품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냉방력과 효율이 월등히 높아져 소비자의 에너지절감 생활에 도움을 줄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500만원 수준의 에어컨에 ‘절감 생활’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리둥절한 일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가전을 고를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게 비싸면 구매할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 기업은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보급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는 것이다. 좋은 기업이 모범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삼성과 LG의 모습을 보면 모든 기술개발의 역량을 ‘고급화에 따른 고가’ 정책으로 반모범의 형태로 가는 느낌이다.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과 LG전자가 비싼 제품만을 만들어 낸다면 서민은 해당 에너지기기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전기기 생활에서 소외 받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 가동 일수가 평균 15일 안팎에 불과한 에어컨을 500만원씩이나 주고 살 서민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환경의 가정은 있다.

노인, 아기, 환자, 임산부 때문에 에어컨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매장에 갔다가 가격에 놀라 조용히 발걸음을 돌리는 가장의 모습을 상상하면 두 가전社의 고가 정책이 애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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