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희 용 도시가스협회 기획팀장/공학박사

녹색 일변도 국가에너지 정책 수정 불가피

원전 대체에너지로 LNG발전 힘 얻어...

▲Durban합의의 한계

불편한 합의로 더반 COP 17 회의가 막을 내렸다.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설립에 합의한 ‘더반 플랫폼(Durban Platform)’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기후변화체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히려 코펜하겐의 COP 15에서 제시된 1000억달러 규모의 기후기금 설립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합의하지 못한 채 2020년을 향한 구속 없는 항해가 시작됐다.

이미 캐나다가 교토의정서 탈퇴를 발표하면서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앞으로 UN 주도하의 기후변화체제는 중대한 고비에 직면하게 되었다.

가까스로 시한연장에는 합의했지만 벌써부터 연말 COP 18 회의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국가기후정책에 관한 수정과 에너지원별 포토폴리오 재구성에 상당히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정책의 변화 가능성

최근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녹색이 화두였으며 녹색성장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최일선에 제시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녹색성장은 더뎠으며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는 요원하다.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의 녹색정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더반의 반쪽 합의는 시장에서 더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RDF(refuse derived fuel: 생활쓰레기 고형연료), RPF(refuse plastic fuel: 폐플라스틱 고형연료) 등 폐기물에너지를 제외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도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과 이행요구는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한상의 등은 산업체의 현실을 반영한 감축목표의 설정과 기후변화 관련 정책의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녹색정책 일변도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국내외의 정세변화로 인해 많은 도전을 받고 있으며 대변혁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미 국내 주요 일간지의 사설에서도 정책기조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더반 COP 17의 결과 동일본 대지진과 9.15 전력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에 따른 3%대의 저성장 예상 및 대선 등의 정치 일정을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국가에너지정책은 상당한 수정과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의 에너지소비 현황

BP의 2011년 발표에 의하면 2010년 세계의 1차에너지 소비량은 120억toe로 전년 대비 약 5.6%가 증가했다. 유럽과 유라시아지역이 4.1%, 아프리카지역이 3.4% 증가에 그친 반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은 8.5%가 증가했다.

국가별 점유비로 보면 중국(20.3%-24억3200만 toe)이 전년도에 이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였으며 미국(19.0%- 22억8500만toe)이 뒤를 잇고 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이 38.1%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원별 현황을 보면 여전히 석유(33.6%)의 구성비가 절대적이며 석탄(29.6%)과 천연가스 (23.8%)가 뒤를 따르고 있다.

한편 전세계의 1차에너지원 중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3.8%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구성비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지역의 천연가스 구성비는 매우 높으며 원전 비중이 절대적인 프랑스의 경우에도 16.7%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1차에너지 원별 구성비를 보면 천연가스가 약 13~14% 수준을 유지했고 2010년은 이상기온과 혹한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최고치인 16.4%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의 원별 믹스와는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세계 에너지 전망과 천연가스

동일본 대지진과 9.15 전력대란의 여파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에너지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원전의 대체발전으로 LNG발전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도 원전정책의 대변혁과 함께 대안으로서 분산형전원의 공급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2011년 7월 29일 ‘에너지환경 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일본 정부의 ‘新에너지정책’은 3E(안정공급의 확보, 환경의 적합성 및 경제효율성)로 요약되며 당면 과제의 첫번째는 전력수급안정을 손꼽았다.

전력수급 안정의 구체적 방안으로 분산형에너지에 의한 계통전력의 공급력 보완을 제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산업용 등에 Co-generation과 연료전지의 도입으로 자가전력 생산능력을 제고하는 방안과 가스공조냉난방시스템을 이용한 전력피크 완화방안을 제시했다.

일본가스협회(JGA)도 정부의 정책변화에 발맞춰 2011년 10월에 수정 발표한 ‘Gas Vision 2030’에서 천연가스를 이용한 Co-generation 보급확대를 정책기조의 우선과제로 표방한 바 있다.

한편 세계의 에너지 소비량은 2008년 대비 2035년에 약 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은 1.6%로 예상된다.

이하에서는 EIA(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가 2011년 9월에 발표한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11’의 내용을 분석,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이하의 Table이나 Figure에서 출처가 없는 경우는 모두 EIA 발표자료를 인용)

총에너지 소비량은 2008년의 504.7천조Btu에서 2020년에는 619.5천조Btu로, 2035년에는 769.8천조Btu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시아지역의 증가율이 눈에 뛴다.

천연가스도 더반 각국의 원전정책 변화와 함께 셰일가스를 위시한 비전통가스의 잠재력 등으로 수요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더반 COP17의 결과도 에너지포트폴리오를 자극해 결국 천연가스 수요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008년 111조㎥에서 2035년 169조㎥으로 5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는 석탄과 석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온실가스배출량 감축에 관심이 있는 국가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으로 다가온다.

발전부분에서는 낮은 투자비용과 연료효율성이 천연가스를 선호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천연가스가 기타 에너지원 중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이 저장량과 공급량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부문이다.

천연가스 공급과 글로벌 시장의 중요한 변화는 LNG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천공기술(drilling techniques)과 기타 효율성이 많은 셰일분지(shale basins)가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비전통가스자원(tight gas, shale gas, coalbed methane)의 범위는 아직 완전하게 통일되지 않았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와 중국의 공급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IA는 2011년 4월 32개국에 있는 셰일가스자원에 대한 최초의 추정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접근 가능한 셰일분지와 미국에서 기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셰일가스자원이 6622조㎥에 달한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소비량 2008년 111조㎥ → 2035년 169조㎥

천연가스, 녹색성장 ‘가교적 역할’ 뛰어 넘는 최고 에너지

▲에너지 소비행태 분석(원별, 부문별)

개별 에너지원(source)이 어떤 부문에 얼마만큼 사용되느냐와 각 부문(sector)에서 조달하는 에너지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는 국가 에너지 밸런싱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U.S. EIA, Annual Energy Review 2010에서 분석한 1차에너지의 원별·부문별 소비행태 결과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미국 내 1차 에너지원의 약 25%를 차지(한국은 16.4%) 하면서 가정상업부문과 산업부문에 약 67%를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비해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은 매우 높은 반면, 원자력 비중은 낮은 특징이 있다. 산업부문에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가정·상업부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은 산업용이 가정·상업용(영업용·업무용)의 1/2 수준에 불과한 한국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산업부문에서 조달하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가 41%로 석유(40%)를 앞지르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11%)가 석탄(10%) 보다 많다는 점이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가정·상업부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76%)가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한편 석유 공급량의 1%만이 발전부문에 공급되고 발전부문에서 20%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는 점도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산업용 수요 분석

산업용 에너지 수요는 지역 및 국가에 따라 편차가 크며 경제활동 수준과 구성, 기술발전 및 기타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에너지는 광대한 영역의 활동에서 산업용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2035년까지 연평균 1.5%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천연가스는 연평균 1.7%의 성장이 전망된다. 전망기간 동안 전세계 산업용 에너지소비량은 2008년 191천조Btu에서 2035년 288천조Btu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의 산업부문 에너지이용량이 급감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제조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성장률과 에너지소비량의 패턴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 집중적 산업(Energy-intensive industries)

전세계적으로 화학(33%), 철강(14%), 비금속광물(7%), 펄프·종이(4%) 및 비철금속(3%) 등 5개 산업은 산업부문에서 이용되는 총 에너지사용량의 60%를 차지한다.

결국 앞으로의 산업용 에너지소비의 규모와 연료구성은 대체로 5개 산업군의 에너지이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산업군들은 에너지이용과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에너지 다소비업종(철강,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이 같은 맥락을 보이고 있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부문은 화학부문으로 2008년 세계 산업용 에너지소비량의 33%를 차지했다. 에너지는 산업 운영비용의 60%를 차지하며 석유화학부문에서는 훨씬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양적으로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틸렌이며 이는 여러 가지 화학처리공정에서 생산될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에틸렌이 주로 나프타에서 생산되는데 이는 크루드 오일에서 정제된다. 최근에는 석유화학 생산 및 소비 확대의 대부분이 아시아의 비OECD국가에서 일어났다. 전체적으로 일본을 제외하고 석유화학 생산은 앞으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북미와 유럽의 생산증가는 대체로 동일하게 유지된 반면 아시아와 중동, 라틴아메리카 시장에서는 앞으로 5년간 글로벌 트렌드를 능가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화학부문 투자비용은 2005년 이후 북미 및 유럽을 앞지르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는 2014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성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Sinopec과 PetroChina와 같은 공장의 석유화학 공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ExxonMobil과 같은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석유화학부문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부문은 철강으로 산업용 에너지소비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철강부문 전체에서 에너지비용은 대략 생산비용의 15%를 나타낸다.

세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부문은 비금속광물로 여기에는 시멘트와 유리, 벽돌, 세라믹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생산에는 상당한 양의 열이 필요하다. 비금속광물부문의 에너지이용 비율은 7%에 이른다.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비금속광물산업은 시멘트로 전체 비금속광물부문에서 이용하는 에너지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시멘트산업이 오랜 기간에 걸쳐 에너지효율을 향상시켜 왔지만 에너지비용은 아직도 시멘트생산 총비용의 20~40%를 구성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 꾸준히 증가, 효율향상 포함한 기술개발 중요

EIA의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11’ 자료를 전반적으로 살펴 본 결과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적 논의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효율향상을 포함한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한편 최근의 정세변화를 감안할 때 천연가스의 역할과 천연가스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더반 COP 17의 후폭풍으로 인한 교토프로토콜이 와해가 되건, 아니면 새로운 기후변화체제로의 이행이 되건 천연가스의 위상은 재조명 받을 것이다.

천연가스는 녹색성장으로 가기 위한 ‘가교적 역할(a bridge fuel for the 21st century)’을 뛰어 넘어 최고의 에너지로 거듭나야 한다. 상류부문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천연가스산업 인프라는 세계적인 만큼, 우리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앞에서 살펴 본 최근의 정세변화를 냉철히 분석하고 에너지원에 대한 적정 포트폴리오 구성에 힘쓰는 한편, 천연가스 보급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함께 가스이용기기 개발에 노력한다면 IEA가 전망한 이상의 ‘가스황금기(Golden Age of Gas)’가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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