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스보일러 생산량이 133만대를 넘어서 역대 최고량이 됐다. 언뜻 경사스런 일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좋아할 일이 아니다. 최고의 생산량을 기록한 것에 비례해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전 최고 전성기 대수인 128만대를 생산했던 2002년엔 제조사나 판매 대리점이나 설비업자가 보일러만을 각각 제조·판매·설치해 적절한 수익을 얻었다. 서로 이익을 추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지금 제조사는 보일러 이외에도 기타 크고 작은 가전을 제조해야 채산성이 맞는다. 판매 대리점은 더 다양한 제품 판매와 A/S에 의한 부품판매를 해야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보일러 설비업자는 실내 인테리어 등의 잡무를 하지 않으면 먹고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모두는 보일러 판매량은 많지만 지나치게 저가로 판매해 남는 게 없어서다. 일부 제조사는 ‘보일러 사업 포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회사는 판매량이 많으니 속도를 더 내 경쟁제품의 우위에 서자’는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팔아봐야 이익이 없으니 아예 제조하지 말자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다.

대기업이 보일러를 만들지 않고, 중국산 제품조차도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이익이 되지 않는 산업이 한국의 보일러 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단일규모 시장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역으로 세계 이익이 적은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시장은 일정 시장규모 안에서 과당경쟁에 의해 ‘제로섬 시장’이 돼버린 만큼 지나친 경쟁의식은 반드시 없애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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