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최근 울산 고려아연 에너지저장장치(ESS)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관할 소방당국은 인원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하고, 분당 약 75톤의 물을 최대 130m까지 쏘아 보낼 수 있는 대용량방사포까지 투입했다.

하지만 화재는 ESS설비가 완전히 다 타고 난 후 15시간 만에 진화됐다.

23일 오전 9시 8분쯤 발생한 화재가 24일 0시 30분이 돼서야 진화된 것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ESS 화재 피해 중 최대 규모다.

고려아연은 국내 철강·기계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2021년 9월 RE100에 가입했다. 글로벌 RE100 415개 기업 중 하나로 비철금속 세계 선도기업이다. 국내 RE100 가입 기업은 2023년 8월 기준 34개다.

고려아연 ESS센터는 지난 2017년 현대일렉트릭이 500억원 규모의 ‘에너지효율화 설비구축 사업’을 수주,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해 150MWh로 건립했으며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 

이번 화재로 ESS센터가 전소됨으로써 고려아연은 엄청난 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된다. ESS센터 소실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500억원의 손실은 물론 연관 피해는 그보다 최소 몇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한 일은 지상 2층 규모의 ESS 보관 시설에 구멍을 뚫고 15시간 동안 화재 지점에 물을 뿌리는 일이었다. 현재 ESS에 불이 붙으면 끄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1분에 최대 7만 5000리터를 쏠 수 있는 대용량방사포를 동원했으나, 할 수 있는 일이란 ESS가 전소되는 동안 열을 식히고 외부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밖에 없었다. 대용량방사포를 5시간만 사용했다 해도 2만 2500여톤의 물이 사용됐을 것이다. 4인 가구가 77년 5개월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ESS 화재나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가 발생하면 물을 뿌려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탄소중립화는 필연적으로 전기화를 동반하며, 전기화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설비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물론 전기차배터리, ESS 등 전기저장장치의 안전성 강화와 화재안전 대응능력 제고가 필수다.

지난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위한 전제임은 물론이다. ESS 화재는 한동안 수그러들다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올해만 벌써 10건 가까이 발생했다.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배터리 보증수명(EOL) 방식 도입, 배터리 셀 적합성 인증 의무화, 주기적 안전점검, 안전관리 인프라 확충, 신축 전기저장실 화재안전설비 설치 의무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부규정이 없고, 과거 설치된 ESS는 대책이 없다. 정작 화재는 기존에 설치된 ESS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화재안전설비조차 갖추지 않은 곳이 대다수인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신속하게 기축된 모든 ‘전기저장시설 화재안전기준(NFSC 697)’에 의거,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를 갖추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전기저장시설(장치)의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다. 그러나 장치 특성상 100% 예방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리튬계를 대체하는 차세대 전지개발과 상용화, 소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등의 난제를 푸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향후 드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리튬이온배터리가 내장된 전기저장장치 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화재가 또한 늘어나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정부의 지원과 혁신기업의 노력으로 ESS,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는 ‘리튬계 전용 복합 소화장치’ 솔루션이 최근 개발돼 인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하루빨리 기축 전기저장시설(장치)에도 리튬계 전용 자동소화장치 도입을 의무화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탄소중립화의 걸림돌이 제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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