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시장 ‘쥐락펴락’…대책 마련 시급
해외 전략광물 개발…장기적 ‘공급 단절’ 대비

[에너지신문] “원장님, 희토류가 급하지도 않다고 하던데요,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 될거라면서 말이죠.” 

며칠 전, 한 기자가 유튜브 링크를 보내주면서 말했다. 기자는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어느 교수님의 희토류 관련 언급에 대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말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익숙한 시나리오라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미 유튜브에는 유튜버, 기자, 경제학자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만든 잘못된 희토류 정보가 넘쳐났다.

이로 인해 업계와 기관으로부터 진위여부 등의 확인 요청을 자주 받아왔었다. 하지만 구독자 80만명 규모의 유튜브 채널에서 저명한 교수를 인터뷰한 영상이었다. 

교수는 “앞으로 희토류 가격이 올라가고 전 세계적인 수요가 급증하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희토류를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론적인 주장이었지만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각국에서 희토류를 많이 생산하게 되면,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장악력과 영향력이 감소하게 되고, 수입국들은 더 이상 중국의 희토류에 휘둘리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다만, 다른 광물에 적용했다면 맞는 주장이었을 텐데, 희토류여서 사정이 다르다. 

우선 그 교수는 희토류 가격이 중국의 통제 하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3분기 이후 희토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를 황금알 낳는 거위로 여긴 전 세계 300여개 광산 기업들이 희토류 개발에 우르르 뛰어들었다. 이듬해 중국은 독과점적 시장 지위로 희토류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1% 정도의 서너 개 광산기업만 살아남았을 뿐, 나머지 99%는 퇴출되거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 13년이 지났지만, 희토류 시장은 아직도 중국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6월 우리나라는 베트남산 희토류를 수입하기 위한 계획으로 베트남과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 설립에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이 베트남산 희토류보다 낮은 가격에 희토류를 공급할 경우, 베트남산 희토류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유념해야 한다. 다만 베트남 희토류는 유사시, 예를 들어, ‘중국-대만의 무력분쟁’이나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는 반드시 필요하다. 

EU는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98%에 달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030년까지 희토류의 EU 내 수요가 현재의 5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리튬과 희토류가 조만간 석유와 가스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EU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희토류 광산 개발을 시도 중이다.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루마니아 등 EU 곳곳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환경문제를 우려한 님비(NIMBY)현상 때문에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희토류가 필요하다고 해서 가격이 올라간다고해서 즉시 개발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희토류 개발 앞에 놓인 장벽은 이 뿐만이 아니다. 희토류 사용분야 중 가장 중요한 희토류 자석은 또 어떠한가. 스마트폰, 노트북, 전동공구, 드론, 방송장비, 방산분야, 풍력발전 등 친환경 분야에는 희토류 자석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자석의 92% 이상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으므로 이 모든 산업분야가 중국의 영향권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과 EU는 2년 전부터 희토류 공동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유타주 등에서 채굴한 희토류 원광을 유럽의 에스토니아에서 제련하는 것이 목표다. 

에스토니아의 실멧(Silmet) 제련소는 구소련 시절부터 희토류를 제련하던 곳으로, 중국을 제외하고 몇 안되는 매우 중요한 희토류 제련소다. 이밖에 캐나다에서 채굴한 희토류 원광을 노르웨이에서 제련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 에스토니아 실멧(Silmet) 제련소.
▲ 에스토니아 실멧(Silmet) 제련소.

이 두 곳에서 생산한 희토류는 희토류 자석 제조에 사용될 예정이며, 계획대로만 된다면 2025년까지 최대 5000톤의 희토류 자석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의 글로벌 희토류 자석 수요는 이미 10만톤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두 곳의 제련소에서 열심히 생산해 낸 희토류 자석은 글로벌 수요의 1~3% 남짓에 불과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희토류 자석의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인 전기차는 희토류 자석 공급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성장 자체가 위태롭다. 

현재 중국의 희토류 자석 생산 기업들의 캐파(Capa.: 제조 라인별 월간 생산 능력)는 넘사벽이다. 중국 1위의 희토류 자석 기업인 삼환의 생산 캐파는 무려 5만톤에 달한다.

2위 정해는 1만 5000톤, 3위 YSM은 1만 4500톤, 그리고 1만톤 이하 캐파를 가진 희토류 자석 생산 기업도 수 십 개에 달한다. 국내 유일의 희토류 자석업체인 S사의 희토류 자석 생산 캐파는 고작 500톤이다. 

우리 정부와 업계 그리고 유튜브 등에서 희토류에 대해 공개 발언하는 이들은 이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진중하게 고민해 봐야만 한다.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캐파 1만톤은 기본이다. 따라서 S사는 중국 기업과 사실상 경쟁이 어려운 수준이다.  

심지어 S사가 비록 희토류 자석만큼은 국내에서 생산할지 언정, 그 원료는 어차피 중국에서 들여온다. 국내에서 희토류 자석을 공급 받는 기업이라 해도 중국이 희토류 자석 카드로 국내 공급망을 옥죈다면 그 피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 전기차 모터 희토류 자석 (사진 GM)
▲ 전기차 모터 희토류 자석 (사진 GM)

“희토류는 급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 될거야”라는 문장이 한 현직 교수의 논리적인 의견이기 보다는 아련한 노래 가사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나열해봤다.

희토류와 같은 전략 광물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막대하다. 때문에 희토류에 대해 무지몽매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책임없는 공개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위험하다. 

우리의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지난 십여년간은 전략광물의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였지만 국익과 글로벌 어젠다에 무지했던 정치인들의 무대책으로 인해 허송세월만 보냈다. 

더 이상은 이런 실수와 실정이 반복돼 우리 미래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벌써 일대일로 투자의 방향키를 광물 개발로 돌리는 중이다. 우리도 해외 전략광물 개발에 있어 단기적 ‘수익성’보다는 장기적 ‘공급단절’에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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